커피의 시간
요즘 부쩍 커피를 갈아서 내려 마시는 시간에 의존하고 있다.
원래는 그런 식으로 커피를 마시는 게 별로였다.
지난 연출작에서 원두를 갈아내리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본인이 가는 커피콩처럼 자기 인생도 갈려나가는(…) 은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 무서워.
그런데 커피를 직접 갈고 내리는 동안
퍼져나가는 향을 느끼는 순간이
이 루틴의 정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각을 음미하는 시간.
혼자있어도 혼자같지 않은 공간감이 생겨난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지금은 없어진 상수동의 커피발전소의 사장님이라도 된양
아주 조금씩만 읽어나가고 있는 벽돌책을 들고
한두장을 넘기다
잡다하기 짝이없는 생각 속을 헤매곤하는 것이다.
다음에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커피를 내려주고 싶다.
제작사무실이건, 편집실이건.
(디카페인도 준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