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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야 아저씨
Dec 21. 2024
동지팥죽
어????
오늘이 동지인가?
탁상
달력에 2024년 12월 21일
동지(冬至)
라고
선명하게
쓰여
있다.
12월 22일로 기억하고 있는데 내가 잘 못 기억하는 건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올해는
윤년으로
2월
이
29일이라 동지가 하루 앞당겨졌다고 한다.
"팥죽 먹는 날!!!"
요즘은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일 년 내내 팥죽을 쉽게 먹을 수 있지만 6 ~ 70년대만 해도 한겨울 동지 때나 구경할 수 있는 귀한 먹거리였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긴 동지는
그
당시
아이들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다.
전통 명절인 설날, 단오, 추석을 제외하면
집에서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는 날이 일 년에 딱 두 번 있었는데 그날이 바로 정월대보름과 동지날이었다.
정월 대보름날에는 오곡찰밥
, 각종 나물 그리고 부럼을 깨서 먹고 동지에는 팥죽을
쒀서
먹었다.
늘 부족하고 쪼들리는 살림살이였지만 한 해 동안
액운을 쫓고 가족들의 건강을 비는 마음은 누구 할 것 없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래서
삼시세끼 이외에 다른 먹거리를 마련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이 두 날만은 동네 대부분의 집에서 찰밥과 동지 팥죽을 만들었었다.
대보름날 찰밥은 주로 어머님 혼자서 준비를 했지만 동짓날
팥죽 장만은 가족 모두의 행사나 다름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가족들 모두가
분주했
다.
땔감을 준비해 부엌 아궁이에 군불을 때고 가마솥에 물을 끓이는 것은 전적으로 내 담당이었다.
팥을 삶는 것과 새알용 쌀 빻기는 동지 하루 전
어머니께서
미리 준비를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아궁이에 불때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팥죽 만들기가 시작된다.
팥을 으깨고 채로 걸리기, 새알 빚기, 가족들 모두 각자 나이만큼 새알을 정성스레
빚었
다.
새알
만들기가 끝나면 으깬 팥을 끓는 물에 넣고 적당한 농도가 될 때까지 어머니의
지휘이래
불길을 조절해 가며 큰 나무 주걱으로 팥죽 휘젓기를 계속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최종 간을 맞추고 팥죽에 새알을 집어넣는다.
이곳저곳에서
팥죽표면
이 화산처럼 터지면
드디어
맛난 팥죽이 완성된다.
기다리던
점심 팥죽타임.
이웃집에 나눠 줄 팥죽도 큰 사발에 넉넉히
담아
집집마다
달려간다.
배달이 끝나면
김장김치와
물김치가
차려지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팥죽이
가족 밥
상에 오른다.
급하게 먹느라 입천정을 덴 적도 많았지만 추운 날씨에 한 번 먹는 별미라 몇 그릇을 먹어도 배부른
줄
몰랐던 시절이었다.
이웃에서 가져다준 팥죽들도 조금씩 맞보며 때아닌 팥죽 품평회가 열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가 만든 우리 집 팥죽이 늘 최고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팥죽을 하다 보니 최소 일주일간은 팥죽으로 끼니를 자주 때웠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해 동지 팥죽이
또
생각나곤 했었다.
먹거리가 늘 모자라고 부족했던 시절 동지 팥죽은 나뿐 아니라 그 시절을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배불리 한 끼를 채우고 서로 간의 정을 나누었던 음식이었다.
오늘
저녁
양평장 인근에서
팥죽
한 그릇을 사 왔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포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문전성시였
고
웃음으로
벌어진
사장님의
입은
하루 종일
다물어지질
않는다.
최소 한 달에
하루정도
동지날이었다
면 가게 사장님은 아마 진즉에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아내와
팥죽을 먹으며
다가
올
2025년
을사년 한해도가족들 모두 무탈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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