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배민 인수합병 썰
독일계 배달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 배달통)가 동종 업계의 국내 1위 기업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로 결정한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인수 금액은 약 40억달러(4조 7500억).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금액이 1조 8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다. 초대형 엑시트 프로젝트에 당국도 적잖이 긴장한 모양새다. 독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닐슨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배달 앱 점유율은 배달의 민족 60%, 요기요 30%, 쿠팡이츠 9%, 배달통 1% 순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할 경우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90%를 초과한다. 독점 이슈를 그냥 지나칠리 없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인수합병 제동을 걸었다. 딜리버리히어로에게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려면 보유 중인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초강수를 뒀다.
외국 기업이 국내 기업을 인수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다는 내용은 이베이코리아의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2000년대 초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하며 80%가 넘는 국내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언론은 연일 독과점 문제를 제기했지만 공정위는 인수를 허가했다. 이커머스는 역동성이 높은 신산업인 만큼, 언제든 경쟁자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정위의 예상대로 많은 경쟁자들이 온라인몰 시장으로 대거 유입하며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가 탄생했다.
반면, 이번 배달앱을 바라보는 공정위의 시각은 정 반대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두고 딜리버리히어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인수합병을 이끈 참모진들은 11년 전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성공시킨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DH코리아 강신봉 대표는 2009년 이베이 전략실장으로 근무하며 G마켓 인수를 지휘했다. 작년 영입한 김소정 신사업본부장 역시 이베이에서 근무하며 G마켓 인수를 주도했다.
강대표는 지금 배달업계의 상황이 예전 온라인몰 시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할 당시 네이버와 같은 신규 플레이어가 온라인몰 진입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 역시 온라인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었다. 배달앱 시장의 신흥 강자인 쿠팡이츠는 론칭 1년 만에 9% 점유율을 달성하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자체 배달을 시작했다.
스타트업과 투자업계는 공정위의 발표에 즉각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엔젤투자협회는 지난달 공동 성명을 내며 공정위에 철회를 촉구했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인수는 국내 최대 금액의 글로벌 엑시트라는 상징적 사안인데, 좌절될 경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정위는 지금쯤 열렸어야 할 딜리버리히어로 인수합병 전원회의를 이달 말로 연기했다.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 외국 기업에 팔려나가는 모습이 썩 좋게 보이진 않는다. 우버이츠를 인수한 쿠팡이 쿠팡이츠를 새롭게 론칭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써보니 쿠팡이츠가 제일 편하긴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