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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Apr 29. 2024

로또 3등! 1,450,568원 당첨!!!

근데 259만 원을 써버렸다.

  현금보다는 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탓에 주머니 속에 현금이 있을 때만 복권을 구매했었다. 대부분 경조사를 챙기기 위해 ATM에서 돈을 넉넉히 뽑았을 때(정확히는 뒤풀이 후에 거하게 취하고 나서 집으로 향하다 구매했었다.) 또는 코인세탁방을 갔다가 잔돈이 남았을 때였다. 복권을 구매해 놓고서도 티브이 앞에 앉아 추첨방송을 보며 하나씩 맞추기보다는 책상 모퉁이에 던지듯이 방치한 다음에 여러 장이 모여 제법 존재감이 커질 때면 QR코드를 통해 당첨여부를 확인하곤 했다.


  1년 전쯤, 퇴근을 하고서 며칠 남지 않은 자격증 시험공부를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을 때였다. 역시나 공부할 땐 공부 빼곤 다 재미있듯이 자연스레 나의 손은 필기구를 놓고 휴대폰을 든 다음 책상 한편에 있던 로또 복권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몇 장 되지도 않았고, 어떻게 보면 낙첨되는 것이 정상인지라? 재빠르게 QR코드를 인식해 나가는 순간 먼가 어색하게도 길게 나열된 숫자들을 마주했다.


  "축하합니다! 총 1,450,568원 당첨"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퇴근길에 회사 앞 편의점에서 구매한 로또 복권이 3등에 당첨되어 버렸다. 복권을 구매한 이후로 가장 큰 금액이 당첨되었기에 놀라움과 함께 "어? 어어? 이게 되네???"라는 생각이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나 금세 얼마 지나지 않아 "아... 3등이면.... 하나만 더 맞췄으면 1등이었잖아?"라는 놀라움보다 더 큰 아쉬움이 휘몰아쳤다(당시 회차의 1등 당첨금은 20억 5802만 250원이었다).


하... 왜 기계는 ‘23’이 아니라 ‘39’를 택했을까?  


  수동으로 해서 당첨된 게 아니기에 남 탓을 하지도 못할뿐더러 3등이라도 된 게 어디야. 결국엔 즐기기로 했고, 곧바로 당첨화면을 캡처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버렸다. 몇몇 지인들은 이런 거 올리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1등이나 2등도 아니고 이 정도 금액은 어떻게 보면 소소하기에 기쁨을 공유하고자 했다. 올리자마자 밥이나 술을 사라는 지인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나는 나눔을 선택했다. 당첨금을 수령하기도 전에 약속들을 벌컥벌컥 잡아 버렸고, 평소에 사고 싶었던 이탈리아 브랜드의 만년필을 구매한 뒤에 신용카드의 남은 할부금을 바로 즉시 결제해 버렸다.


  살거사고 낼 거 내고하다 보니 당첨금보다 쓴 돈이 더 많았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또 언제 이런 행운을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1/35,724의 확률을 뚫은 운? 성과?를  함께한다는 건 분명히도 좋은 일이었다. 나도 처음이었고 지인들도 처음인 로또 당첨금과 함께한 밥과 술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했고, 걱정거리 없는 순간들이었다(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로또 1등 당첨자가 부럽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때 베풀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로또 3등 당첨금보다

훨씬 값졌다.


  그렇게 한바탕 당첨금을 소진하고 나서는 금요일 퇴근길에 다시 한번 달콤함을 느껴보고자 습관처럼 복권을 구매한다.


(이번에 당첨되면 꼭! 알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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