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취업시장에서 자격증이 중요한 이유
얼마 전, 인사기록부의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인사팀의 메일을 받았다. 크게는 업데이트된 학력사항이 있는지 또는 새로 취득하거나 유효기간이 말소된 자격증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학력의 경우에는 대학원 입시요강을 받아놓기만 했을 뿐 실행으로 옮기지 않아서 작년과 동일했지만, 자격증은 유효기간이 간당간당한 것도 있고 최근에 취득한 것도 있었기에 제법 확인이 필요했다.
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와 먼지 자욱한 정리함을 열었다.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자격 조회가 가능했지만, 왠지 모르게 카드와 수첩형으로 된 실물을 보고 싶었고 막상 자격증을 보았을 때에는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정리함에는 인사기록부에도 기재하지 않은 자격증이 있었는데 ‘초등영어 자격’과 ‘한자 7급’, 그리고 ‘태권도 단증’과 같은 것들이었다. 왠지 이런 자격들은 유년시절의 사진 같은 귀여운 느낌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취득한 자격증을 마주했을 때는 나의 생각들을 기록해 둔 중후한 문서철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생시절 지식재산(IP)에 빠져들어 지식재산능력시험을 응시했었고, 아쉽게도 1급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2급도 꽤 높은 성적이었기에 관련 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지식재산 교수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때부터 '자격증'이라는 의미를 글자가 아닌 ‘경험’으로 체감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편한 특기를 받을 수 있다는 전역자들의 말에 혹해서 '워드프로세서'와 '문서실무사' 자격을 취득했었고 실제로 자연스럽게 행정병으로 복무할 수 있었다. 또, 군복무를 하면서도 당시에 화두로 떠올랐던 '지식재산 금융'과 관련된 자격인 '기술신용평가사' 2급(콘텐츠 분야)을 취득하기도 했었는데, 이를 위해 걸그룹이 나오는 음악방송을 멀리하고 평일과 주말에 늘상 병영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밴드 'DAY6'의 노래가사처럼 청춘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취업을 한 후에는 회사에서 법무를 담당하며 'ISO 373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인증심사원(보)' 자격과 '자금세탁방지 핵심요원'이라는 생소한 자격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경영지원 분야’ 경력을 계속해서 가져가야 할까라는 고민이 들었을 때에는, 퇴근길에 있는 서점에서 '경영자격'을 검색해 가장 위에 나오는 자격증을 무작정 공부해서 컨설턴트 등급의 자격증을 손에 넣기도 했다. 이렇듯 자격증은 나의 일상 속에서 나의 생각들과 나아갈 길을 정해준 나침반의 역할을 해냈다.
자격 (資格) 「명사」 「1」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
자격 (資格) 「명사」 「2」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를 가지거나 일정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
자격증 (資格證) 「명사」 일정한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증서.
그간 내가 가져왔던 생각들이 관련된 자격증으로 대표되었기에, 자격증은 성인이 되어서 내가 스스로 작성하는 생활기록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시장에서나 사회적으로 자격증이 갖는 의미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한 바와 같이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 또는 '일정한 일을 하는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을 표시하여 준 것을 뜻하기에 나는 내가 보유한 자격증들의 취득 경과를 통해 나의 성장과정을 세상에 증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문서와 관련된 자격증이 없어도 문서는 누구나 쓸 수 있듯이 자격증이 있어야만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경우는 특수 직종을 제외하고는 드물다. 그렇기에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건 적어도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 노력했다'라는 ‘경험의 증명’으로 여겼으면 한다. 물론 변호사와 회계사와 같은 전문자격에는 동일시하기 힘들겠지만, 한 분야에서 일정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했다는 것 하나만큼은 명백히 인정되어야 될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