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타얀과 조개껍데기 목걸이

by 행운

필리핀 반타얀이라는 섬을 아는가? 세부에서 택시를 타고 3시간 정도 가면 하그나야 항구에 도착한다. 거기서 다시 배로 1시간 정도 가면 반타얀이라는 섬에 갈 수 있다. 필리핀 다른 섬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관광객이 적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휴양을 원한다면 이 섬을 추천한다. 숙소는 마린 리조트란 곳을 잡았다. 바다와 가깝고 시설이 깔끔하며 종업원들이 친절하다. 평일인 덕분에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었다.

SAM_0190.JPG 숙소 앞 바다

간단하게 짐을 풀고 점심을 먹었다. 구운 고기, 구운 새우, 양파튀김 등과 함께 망고주스와 맥주를 마셨다. 구운 요리의 바삭한 식감과 달콤한 소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다소 느끼한 맛은 맥주 탄산이 잡아 주었다. 마음껏 먹고 썬배드에 누웠다. 평화롭고 한가한 분위기에 흠뻑 젖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엇박자의 파도소리와 따스한 바람에 눈을 떴다. 맑은 하늘이 설레는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리조트 앞바다를 가만히 보았다. 투명한 바닷속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고 어느샌가 우리들도 그들과 함께 이리저리 첨벙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물의 파장이 느껴져 간지러웠고 헤엄을 치면 그들은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어느새 주변은 어두워졌고 바람은 시원해졌다. 저녁시간이다. 다시 이것저것 시키고 맥주 한잔에 취하고 하늘을 수놓은 별을 보며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반타얀에서 완벽한 첫날은 저물어 갔다.

둘째 날은 리조트에서 스쿠터를 빌려 섬을 둘러보았다. 천천히 달려도 선선한 바람 덕분에 빠르게 느껴졌다. 반타얀 섬 내륙은 마을을 제외하고는 열대 우림을 연상케 하는 수풀로 우거져있었다. 그래서인지 비 온 뒤 느껴지는 촉촉한 상쾌함이 폐 속을 정화시켰다. 마을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사 먹었다. 이 곳분들은 외지인이 익숙하지 않은 지 신기한 얼굴로 우리를 보았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풍경사진을 찍고 정말 아름다운 장소에서는 사진을 찍기보다 한참 동안 가만히 서서 눈에 담았다. 저녁에는 리조트 근처 라이브 카페에서 밴드 공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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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타얀 섬 내부

냅킨에 신청곡을 써내면 밴드가 선정해서 들려주기도 했는데, 나는 Pink라는 가수의 'Just give a reason'이라는 곳을 써냈다. 한참 다른 곡들을 연주하다가 내가 써낸 곡을 연주한다고 하였다. 연주하기 전 보컬이 누가 이 곡을 신청했냐고 했고 나는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나한테 같이 부르자고 했는데, 조선왕조 500년 전통의 유교문화를 이어받았기에 점잖게 거절했다. 사실은 노래실력이 보통만 되어도 나갈 텐데 그쪽은 영 소질이 없는 부분이라. 나보다는 내 노래실력을 아는 친구들이 더 말렸다.

그렇게 신청곡을 들으며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리고 옆자리 여행 온 노부부들과도 눈짓으로 인사하며 흥겨운 저녁을 마무리했다.

셋째 날은 섬에서 모터보트로 40분 정도 가면 나오는 버진 아일랜드란 섬에서 스노클링을 했다.

물 반 고기반. 진부하지만 정확한 표현. 신나게 스노클링을 하다가 지치면 나무에 걸려있는 해먹에서 쉰다. 그리고 다시 스노클링. 해변에서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자신이 만든 목걸이를 팔고 있다. 나와 친구들 주머니에서 잔돈을 모아 목걸이를 하나 샀다. 꼬마 아가씨는 세상 행복한 미소와 함께 목걸이를 주었다. 그 미소에 우리도 함께 웃는다. 그렇게 반타얀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매일 바쁘고 피곤하고 앞만 보며 사는 일상. 가끔 하늘을 보고 싶어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 고개가 들리지 않는다. 어디서나 여유를 가지고 일상을 즐기는 자가 행복하다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은 세상. 가끔은 이런 휴양지에서 세상을 잊고 자기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도 필요하다. 반타얀 해변에서 조개껍데기 목걸이를 팔던 소녀의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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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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