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서 대충 쓰고 저장한 거 맞다.
아타카마에서 산티아고까지 24시간. 중간에 해안 도시 <이끼께>를 경유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힘든 여정이다. 아타카마에서 떠난 버스는 해안가를 거쳐 사막을 건너갔다. 빠블로와 김샤카는 조용히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지 않아 창문의 커튼을 걷고 바깥을 바라봤다. 하늘엔 별이 가득했고, 넓디 넓은 평원이 보였다. 그렇게 많은 별들이 보일 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별도 잠시, 24시간 동안 버스에 앉아있으니 엉덩이와 허벅지에 땀은 차고 머리는 간지러웠다. 그래도 버텨냈다. 비행기를 타서 지갑이 거덜나 눈에 습기가 차는 것보단 지갑을 지키면서 엉덩이에 땀이 차는 게 낫다.
그렇게 도착한 산티아고는 기존의 한적한 관광지 풍경과 사뭇 달랐다. 경적을 울리는 버스들, 세련된 도시 건물이 보였고 사람들은 정장을 입고 신호등에 맞춰 길을 건너갔다. 나부끼는 칠레의 국기 만큼이나 고고한 유럽풍 건물도 보였다.
남미 여행 중에, 뜨거운 햇살과 맑은 하늘만큼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도난 위기'다. 산티아고는 칠레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 중 하나였지만, 그만큼 소매치기가 많았다. 볼거리를 알아 보기 위해 근처의 인포메이션센터에 들어가니, 처음으로 하는 말이 "지갑 조심하세요"였다. 주요 광장에 사람이 북적이는 만큼, 조심하라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미리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를 돌아다녔다. 박물관에도 들어가고, 미술관에 들어가 여유를 즐겼다. 사실 산티아고가 여행의 종착지였던만큼, 발에 땀이 날 정도로 돌아다닐 이유가 없었다.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여유롭게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너무 비쌌다. 일단 물가가 그간 여행했던 지역 중 가장 비쌌고, 식당 같은 경우 팁을 줘야 해서 체감물가는 더욱 높았다. 방법은 하나였다. 직접 해먹는 수밖에.
칠레는 치즈와 고기 그리고 와인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치즈와 고기를 사서 직접 요리를 했다. 와인은 우리 입에 안 맞으니, 와인잔에 맥주를 따라 먹기로 했다. 어디 부위인지 잘 모르겠지만 소고기를 샀고, 냉동 샐러드를 사서 녹여 먹었다. 감자와 옥수수는 덤이다.
나름의 여유를 부리며 먹방을 찍었다. 그럴 듯한 요리법없이 식재료에 소금간을 하고 구운 게 다지만, 마지막 여행지에서의 식사라 그런지 혀의 감회가 새로웠다. 한달 간의 남미여행이 그렇게 끝이 났다. 비릿한 습기가 느껴지던 페루 공항, 해발 3000m의 와이나픽추, 하늘과 물아일체가 되던 우유니 사막과 달의 표면 같던 아타카마 사막이 스치듯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