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씨 씹덕미 일리터요.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무언가 씹덕 터지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의 관상은 모르지만, 그냥 씹덕상이 있다. 과즙미는 아니고, 그냥 씹덕상이다.
혜주를 처음 만난 건 2015년이다. 혜주는 내 밴드 동아리 후배였고, 난 꽤 학번 차이가 나는 선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친해질 계기는 없었고, 난 그냥 혜주가 씹덕상이라 내 아이돌이라 그랬다 (엥 이거 완전 개저씨 아니냐?).
뭐, 야부리 팬질만 했지 연락하고 그런 건 없었다. 원래 팬질은 저 멀리서 하는 거라능.
내 근처에 있는 지인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혜주가 떠올랐다.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었다.
인터뷰이보다 인터뷰어가 긴장하는 기적의 상황이 생겼고, 인터뷰는 그렇게 산으로 갔고 사실상 미디어 아이돌 유혜주 팬미팅으로 전락할...뻔했으나 어찌저찌 잘 정리됐다.
씹덕상이라고 말했지만, 혜주에게 그득그득한 건 탐욕이 아니라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과 갈구 그리고 욕심이었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 꿈에 대한 갈구, 지금의 기록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사람과의 관계를 알고 싶다는 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뜻이다. 꿈에 대한 갈구는 무언가를 열렬하게 바란다는 뜻이다. 지금을 기록한다는 건 지금을 사랑하고 지금에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뷰는 올해 초, 안암역 근처 카페에서 했다. 사진은 네덜란드 조영남 아니 읍읍 은비가 도와줬다. 인터뷰이는 아이돌 혜주.
아래 내용이 짧은 듯하나, 인터뷰는 재밌었고, 대화는 깊었다. 막상 밥도 같이 안 먹었었는데, 이렇게 진중한 이야기를 하니 좀 신선했다. 인터뷰 내용이 짧은 이유는, 내가 그만큼 미숙했기 때문이고 정말 짧게 치려고 했기 때문이다.
-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게 꿈이야. 스태프든, 배우의 매니저든 상관없어. 그냥 영화의 엔딩 롤에 내 이름에 올라가면 좋겠어. 어떤 형태로든 영화 산업에서 일하고 싶어.
- 왜 영화냐고? 그냥 영화관이 좋아서 그랬어. 영화관은 좋은 마음을 갖고 오는 곳이잖아. 연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가족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오니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좋은 시간을 편하게 보내는 곳이라 좋아.
- 영화관 알바를 하고 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영화 끝나기 직전에 들어가서 비상구를 열 때야. 그 커다란 스크린이 까매지고, 공기도 멈춘 듯한 그 순간이 좋아. 고요한 그 풍경 말이야. 영화하고 나밖에 없는 듯한 그 순간이 좋아.
- 탁 트인 학교 광장을 좋아해. 하늘도 보이고, 잔디도 있고, 조명도 예쁘잖아. 지나갈 때마다 여기 오고 싶어했던 고등학교 때의 나도 생각나고, 그리고 별도 보여. 별 보는 거 좋아하거든. 비행기 반짝이는 불빛만 봐도 좋아. 신비롭잖아. 하늘을 자주 봐. 예쁘잖아. 색깔이 저렇게 나올 수가 없어. 만들어낸 색깔은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이쁨이 있어.
- 고등학교 때 속상했어. 내 꿈이 뭔지 모르니까 너무 속상했어. 뭐 하나 진득하게 파고 있는 것도 없고, 꿈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없던 거 같아.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으니까. 그냥 공부만 하면 잘 될 줄 알았어. 그래서 공부만 했지. 그런데 입시 공부할 때는 나만 알고, 나만 알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 그래서 내 위주로만 생각하고 친구들과 가족에게 짜증을 냈지. 그런데 대학 오고 나서 그런 강박관념이 없어졌어. 해방된 거지.
- 글 쓰는 걸 되게 싫어했었어. 그런데 요즘은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어. 나 혼자 갖고 있는 생각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어. 사람의 말투 하나, 어조 하나, 단어 하나에 표현이 변주곡처럼 바뀌잖아. 좀 더 다양하게 나의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서 연습하고 싶었어.
- 지금 이 순간의 생각이나 감정을 적어놓지 않으면 까먹잖아.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20살 때의 유혜주, 21살 때의 나를 잊고 싶지 않아서.
- 그냥 좋아하는 것만 먹어. 딱히 좋아하는 게 없어서 함정. 새로운 걸 도전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열대 과일 안 먹어. 뭔가 그 상큼함이 내 맛의 범주 바깥에 있어서 도전하기 싫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