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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Dec 17. 2022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프리랜서나 대표들의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십수 년 동안 수라를 겪은 리더의 이야기는 재밌는데, 아닌 책들은 영 재미가 없더라. 솔직하지 않은 PR용 에세이나 홍정욱 7막 7장 아류의 자기 계발 에세이가 태반이었다. 그분들의 성공이 위대하고 대단하며 나라면 해내지 못할 업적이지만, 별개로 그 이야기를 책으로 읽고 싶진 않다. 

에세이를 잘 읽지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온 사람의 이야기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표지를 펼치곤 한다. 그래서 이번 주에 읽은 게 이가희 누나의 책 #자유롭기도불안하기도

사업은 실력만큼이나 운과 때가 맞아야 기세를 펼칠 수 있다. 진인사대천명과 운칠기삼 사이다. 그렇다면 실력은 무엇인가. 실력은 전문성과 행동력 그리고 체력의 곱셈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체력은 좌절에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해내는 회복탄력성의 개념과도 같다. 

누나를 알게 된 지는 6년 즈음 됐고, 누나가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깨달은 건 3년 남짓 되었다. 회사를 나와서 스스로 생존하고, 자빠지고, 다시 일어서서 무언가를 해낸다는 사실이 정말로 위대하구나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더더욱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KT를 다니다가 뛰쳐나오고, 앱을 만들어서 여러 지원금을 받고 수상도 하다가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고,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100자도 안되는 문장이지만,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당시의 압박감이 어땠을지는 상상이 안 간다. 심지어 혼자. 나는 함께 하고 있는 대표님의 위대한 영도력 (진심으로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함) 하에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혼자 한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싶고 그러니까 더더욱 누나가 대단해보인다. 

이 책은 성공의 노하우를 담고 있지 않다. 그냥 지금까지 일하는 과정에서 느낀 여러 감정을 솔직하게 담았다. 쉬워보이지만 가장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글이 솔직한 글이다. 솔직한 글은 과오를 마주하고, 수치심을 이겨내는 담금질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솔직한 글은 마음 한편에, 혹은 종이 일기장에 적곤 한다. 그걸 책으로 쓰고, 출판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적으로 존경스러울 수밖에.

100년 전에도, 1000년 전에도,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욕망이 사회를 움직인다. 섹스, 부, 건강, 생존, 죽음 등등 여러 단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욕망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한다는 형용사다. 

시기에 따라 필요한 역량은 다르다. 고등학교 때는 중국어가 각광받았고, 학부 졸업할 땐 통계가 주목받았고, 이젠 코딩을 넘어서 인공지능이다. 이 트렌드와 별개로 항상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 음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꾸준함. 

꾸준함은 결과다. 그 결과는 좌절에서 멈추지 않고 해내는 행동이 낳는다. 차트 안에 있든 없든, 인급동에 있든 없든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해내가는 게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 언성 히어로 박지성이든 GOAT 메시든 실패한 프로선수 손웅정이든 그냥 꾸준히 자신의 방향대로 해내가며 자신의 지도를 만들고, 궤적을 그리고,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무엇을 꾸준히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얼마나 솔직한지 되물으며 읽었다. 회사 바깥에서 일한다는 부제가 있지만, 직장인들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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