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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 May 11. 2024

성격이 급해서 8개월만에 나갈게요

세상에 미숙아로 태어난 날

" 지금 랩하는거야? "




나는 성격이 정말 급한편이다. 얼마나 급한지 말을 할때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엄청나게 빨리 쏟아내는 편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가끔 방금 랩을 한거냐고 묻기도 한다. 여기에 음정 박자만 잘 맞출 수 있다면 진정한 랩퍼로 거듭날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난 음치다. 그냥 말만 빨리하는 사람인 것이다. 내 성격이 어느 정도로 급하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나는 성격이 급한 나머지 쓰레기통 뚜껑이 채 다 열리기도 전에 쓰레기를 먼저 던져 넣는다.

그래서 쓰레기는 쓰레기통이 아닌 뚜껑을 맞고 바닥으로 패대기 쳐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성격이 급한 나머지 빠른 이동이 가능한 축지법을 연마하기 위해 (물론 농담이다) 빠르게 걸어 다닌다.

그래서 내 다리는 항상 한두개쯤의 영광의 상처는 늘 달고 있는 편이다.


나는 성격이 급한 나머지 항상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움직이는 편이다.

누군가 무언가를 부탁하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행동으로 이미 옮기고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급한 성격이 최고 정점을 찍었던 날이 하루 있었는데 그날은 바로 내가 태어난 날이다. 엄마의 뱃속에서 성장을 하던 중 하루 빨리 바깥 세상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무리해서 세상에 나가야겠다고 엄마를 졸랐는데 그 시기가 조금... 아니 조금 더 많이 빨랐을 뿐이었다. 그런 나의 성격 탓에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님께서 제일 처음 들은 말은 절망적일 수 밖에 없었다.




" 조산으로 산모와 아기가 위험할 수 있으니 선택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급한 성격은 태어날때 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10개월을 채우고 세상에 나와야 건강한 아이로 태어날 수 있다. 보통 1-2주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무려 2달이나 빨리 세상에 태어나 버렸다. 그마저도 8개월을 겨우 겨우 채우고 세상에 나왔으니 당연히 위험한 상황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고 엄마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나를 선택했다고 한다.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면서까지 나를 선택한 엄마의 간절한 마음과 아빠의 기도를 하늘에서 들었던 것일까? 나와 엄마 모두 건강하게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기의 평균 몸무게는 4kg

미숙아로 태어난 나의 몸무게는 1.6kg 남짓




정상적인 경우보다 한참 작은 몸이지만 건강하게 태어난 사실만으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았다. 하지만 엄마의 품에 바로 안기지는 못하고 남은 2개월을 완전하게 채우기 위해서 인큐베이터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냈다. 너무 어릴 때 있었던 일이라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영화나 드라마속에서 인큐베이터 장면이 나오면 그 주인공들의 모습에 나와 부모님의 모습을 대입해보고는 했다.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많은 불편함을 초래했다. 긴 시간 인큐베이터에 있으면서 시력은 자연스럽게 나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특별히 크게 어디가 아픈건 아니었지만 몸이 허약한 편이라 금새 지치는 저질 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내가 인생을 살면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것들이고 내가 세상에 태어나게 된 사실 만으로도 나는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몇년 전 나는 극심한 불안장애에 시달린 적이 있다. 다른 사람과의 과도한 비교로 나의 현재 모습에 큰 불만을 품고 매일을 지옥 속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성격이 급하기 때문에 성공도 빠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성공은 성격처럼 빨리 가질 수 없는 것이었고, 쟁취하지 못하는 성공을 속상해하며 힘들어하던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닫혀있던 커튼 사이로 보이는 창문을 보는데 날씨가 매우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아름다운 태양과 구름 몇 점 떠다니는 하늘을 보면서 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다 포기하고 싶다 였다. 그때 심각함을 느꼈던 것 같다. 불현듯 머릿속에서 내가 태어나던 그 날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된 그런 하루가 있었다.




인생을 살면서 간절히 원하는 것은 빨리 얻을 수 없다.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간신히 얻을 수 있는 기회라도 잡을 수 있다.

성격이 급할수록 성공이라는 단어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목표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고 자꾸 더뎌진다고 하더라도

다시 참고, 참고, 참아서 느리지만 천천히 걸어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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