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이.
두려워 했던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이번 겨울은 따듯했다. 상처 받을 일도 없었고 특별히 좋은 일도 없었다. 밖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추운 날일수록 더더욱. 혼자 남겨지는 차가운 겨울이 싫다면 처음부터 혼자이면 된다. 홀로서면 굳이 누구와 함께 있지 않아도 좋다. 굳이 노력을 해서 누구를 만날 필요가 없으니 잦은 이별도 없다. 또한 추운 날씨가 싫다면, 아주 추운 날은 외출하지 않으면 된다. 아니면 땀이 날 정도로 옷을 껴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가 짧아 금방 어두워지는 게 싫다면 아침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하면 된다. 그러다 해가 져버리면 밝음을 아쉬워하지 말고 어둠을 즐기면 된다. 자기 전 꼬물거리는 시간이 하루의 반을 차지한다니,,,권태롭지만 사랑스럽다. 일찍 지는 해를 아쉬워했던 시간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짧아지는 밤이 아쉬운 시간이 왔다.
만물이 소생한다느니, 이런 가정통신문에서 볼 것 같은 멘트는 정말 싫어하지만, 랑이가 떠난 다음 날 완전히 죽은 줄 알았던 들꽃이 꿈틀거리는 걸 봤다. 창틀 사이로 봄 내음이 제법 난다. 이제는 정말 봄인가보다.
나는 오늘 봄을 맞이해 방 구조를 바꿨다. 4년 동안 날 짓눌렀던 지긋지긋한 전공책이 드디어 침대에서 보이지 않는다. 답답하고 내 취향이 담기지 않은 것들은 빼버렸다. 조금이라도 압박이 되는 것들, 사놓고 흥미가 떨어진 책들, 끝마치지 못한 문제집, 쓰다 만 편지, 아등바등한 흔적들을 모두 버리고 숨겼다. 공부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을 분리했다. 걱정과 고민은 책상을 벗어나는 순간 모두 잊을 생각이다. 뽀송한 러그와 랑이 침대만큼 매력적인 쇼파도 들일 생각이다. 처음 도전해보는 색, 다양한 패턴이 있는 베개커버로 바꾸고 겨울 내 숨숨집이 되어준 침구를 깨끗하게 빨아 넣어둬야겠다. 1년동안 쓰던 자동 카메라대신 수동 카메라를 들고 벚꽃을 보러 갈테다. 기대되는 봄.
너무 길게 보지 않으려 한다. 당장 다가올 봄만을 기대해야지. 이번 봄은 정말 잘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