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뀔때마다 정리하는 것 중 하나가 옷이다. 버릴 옷, 물세탁 할 옷. 드라이크리닝을 해야 할 옷...
도시에 걸맞는 프렌차이즈 세탁소는 드라이크리닝을 해야 하는 옷들을 맡겨두면 세탁공장에서 대량으로 처리한 후 다시 세탁소로 보내진다. 고객들은 옷을 맡긴 후 세탁 완료 문자를 받으면 찾으러 가면 된다.
오늘은 차일피일 미루던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할 옷들을 싸 들고 집 앞 세탁소를 찾았다. 그런데 세탁소는 온데 간데 보이질 않았다. ‘언제 없어졌지?’ 하면서 무거운 옷들을 차에 싣고 근처의 다른 프랜차이즈 세탁소를 찾을까 하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로 가보기로 했다.
허름한 상가건물의 극동세탁소는 다행히 아직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탁소 특유의 냄새가 났다. 저마다의 이름표가 적힌 쪽지 하나씩을 품고, 비닐에 싸인 채 높은 천장에 매달려 주인을 기다리는 옷들과 빛바랜 집기들, 낡은 옷 수선 도구들이 석유화학 냄새와 뒤섞여 마치 나는 과거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홍색의 조끼를 입으신 피부가 하얀 단아한 아주머니께서 다림질을 하다말고 반기신다. 그녀는 이 아파트가 들어섬과 동시에 세탁소를 차리고 27년째 영업 중이라 하셨다.
개인 세탁소는 세탁기능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세탁업을 낼 수 있는 만큼 그녀는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노하우로 꾸준히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특별한 자격 기준 없이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세탁소들. 물론 편리성과 접근성이 있는 장점이 있지만, 대량으로 취급하다 보니 세탁이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오히려 의류가 상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요즘은 개인 세탁소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 분야마저 대기업이 잠식해 버린 듯하여 더욱 씁쓸하다.
나는 일주일 뒤 다시 이곳을 찾았다. 그녀는 가제트 손같이 생긴 긴 스틱으로 세탁이 완료되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 옷들을 쑤~욱 꺼내어 주셨다. 새 옷을 살 때와는 또 다른 이 기분 좋음은 뭘까? 나와 한 계절을 함께한 내 옷이 전문가의 손을 거쳐 깔끔해지고 반듯하게 각 잡혀 있는 것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에 흠집이라도 날까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운 사장님의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