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올림픽 시기가 되면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 국기 아래서 부둥켜 안으며 열광할 때,
홀로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이방인이 있다.
"중국에서 오신거에요?", "중국에서 몇 년 살았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화교 3세인 내가 어느 집단에 가면 늘 받는 고정 질문들이다.
내가 태어날 때 이미 돌아가셨던 할아버지는 중국사람이다.
중국 내 공산당과 민주당 간의 기나긴 싸움 끝에 공산당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공산당에 반감을 가졌던 이들은 산동성에서 가까운 한국으로 건너와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웃기게도 국적은 대만이다.
이유는 1세대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 올 때,
당시 중국은 세계와 단절되었고 한국은 대만과 수교 상태였기에 대만 국적을 발급 받게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출생하고 자란 3세대인 나는,
중국도 연관 없고 그렇다고 대만과는 더더욱 연관도 없지만
부계혈통주의에 따라 대만 국적을 갖게 된다.
거북이가 무거운 등껍질을 별 수 없이 달고 다니듯,
나는 어딜가도 '화교'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딱지를 항상 달고다닌다.
20세기 동안 중국과 역사적으로 끝없이 얽힌 핏물에 의해 민족주의가 형성된 한국에서,
중국피가 조금이라도 섞이기라도 하면 사회에선 알게 모를 주홍글씨가 낙인 된다.
그것이 나에게는 크나큰 컴플렉스였기에, 껍질만 보여주고 목은 내밀지 않는 거북이처럼 어느 집단에 가도 표면적으로는 한국인인 척 하며 최대한 내 신분을 감추려 한다.
그렇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그렇다고 중국인도, 더더욱 대만인도 아닌 나는 어렸을 적부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남들 보다 일찍 시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