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콘서트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QWER은 광폭 행보를 거듭했습니다. 콘서트가 있었던 28일 토요일 당일, 냥뇽녕냥 히나가 단독 MC를 맡은 무신사 TV <덕통사고>는 두 번째 에피소드를 공개했는데, 이번 출연자는 "디즈니 덕후"이자 일본 락밴드 보컬 출신인 "강남"이었습니다. 그의 보컬 능력이 궁금하시다면, <베텔기우스> 커버를 추천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다시금 느낍니다. 그리고 MC 히나의 놀라운 진행 능력에 대해서 저는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QWER은 오늘날 공중파에서 유행 중인 "착한 예능"을 하되, 기존 방송과는 다른 방식으로 합니다. 예컨대 MC 히나는 "덕후"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무해함"과 "웃음" 모두를 잡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고양이인 냥뇽녕냥 히나는 "슬플 땐 공룡을 생각해"라는 9자명언을 탄생시킨 공룡 덕후입니다. 힘들 때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정주행하며 힘을 얻는 이 410만 틱톡커의 치명적 귀여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중증 애니 덕후이자 세계 탑급의 코스프레 플레이어, 그리고 공룡 오타쿠. 더군다나 170cm가 넘는 만찢녀 미모에다 유치원생 목소리. 거기에다 언니들을 조롱하는 공격력은 탑이고, 은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웃음 소리. 이건 뭐, 애니메이션에서 구현하려 해도 하기 힘든 마성의 캐릭터죠. 여기에 더해, 그녀는 특유의 밝은 바이브와 귀여운 목소리로 게스트를 편안하게 해 주는 재주를 타고났습니다. 본투비 MC 체질이었던 거죠.
물론 첫 단독 MC이기 때문에, 앞으로 여러 시행착오가 반복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MC 히나가 장차 공중파 예능 MC도 가능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차후에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마젠타와 공동MC를 하는 기회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여자 침착맨"인 마젠타 또한 엄청난 포텐셜을 지닌 재능러인데, 지금까지 제 느낌으로는 <침착맨>에서 주우재=히나, 침착맨=마젠타입니다. 안정적 진행 능력은 히나의 장점인데, 결정적인 웃음 포인트는 항상 마젠타입니다(주우재-침착맨 공동 MC의 상성을 확인하시려면 <침착맨-아이브 편>을 추천합니다). 마젠타는 이미 "키스 오브 라이프"가 진행하는 <현생님들3 EP.10>에서 발군의 예능감을 뽐내었죠. 히나와 마젠타는 멋진 공동MC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퐁당퐁당 연휴" 중간에 낀 10월 첫째 주 수요일, 저는 늦은 저녁에 오랜 친구이자 동생인 "빠이"와 술약속을 잡았습니다. 평소의 저는 제가 근무하는 대학의 축제가 있을 때마다, 과거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친구들을 불러 학생들이 운영하는 부스에서 함께 축제를 즐겼습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친구들 또한 청춘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죠. 하지만 올해는 "대림대학교"나 "서울과학기술대" 같은 타 대학 축제를 다니면서 QWER을 응원 중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축제"가 저의 세 번째 "QWER 대학 축제 공연" 오프 활동이 되었네요. QWER은 오늘의 고점이 내일의 저점이니, 수도권 축제라도 부지런히 다녀야죠.
"빠이"와 저 모두 배낭여행 스타일의 방랑을 좋아하는 노마드로서, 각잡고 오마카세를 먹기보다는 방콕 카오산 로드나 람부뜨리 로드의 노천 주점에서 편한 복장으로 술 한 잔 즐기는 스타일입니다. 애초에 그곳에서 만났으니 말 다 했죠. 함께 태국의 송크란 물 축제를 즐긴 사이로서, 축제 엔조이는 언제나 대환영입니다. 어차피 할 술자리, 축제를 즐기면서 하면 좋지 않습니까. 다만 캠퍼스에 입장하기 전에 술로 목을 좀 축이고 축제 기분을 업해야겠기에, 장어구이 전문점이지만 김치찌개로 유명한 왕십리 <장어구이> 2호점을 찾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쌀쌀한 가을이나 추운 겨울 저녁, 한국 남자 2명의 소울 푸드는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 하나, 공기밥 하나, 그리고 소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시다 보면 소주 1병으로 끝나지 않지만 말이죠. 라면 사리도 하나 더…. 오프 활동을 하다 보니 바위게들이 전부 슬림하던데요. 저도 QWER에 부끄럽지 않게, 몸매 관리를 잘 해야겠습니다! 내일부터…. 그러고 보니 저도 마젠타처럼 매일마다 "다이어트 1일차"를 외치는군요. 그래도 그녀는 날씬하잖아…. 아유, 갑자기 서글퍼지네. 그래도 "슬플 땐 공룡을 생각해!" 밸로시랩터 두 마리를 양쪽에 거느리고 오토바이를 모는 상남자가 되는 거야! 주연 배우인 크리스 프랫도 아랫배가 있다고!
한편 <장어구이>의 경우, 기본 반찬으로 작은 피자 크기의 계란말이가 나옵니다. 김치찌개의 양이 많아서, 남자 2명이면 "소" 사이즈로도 충분합니다. 대신 술을 많이 팔아드리면 돼죠. 옆 테이블에 일본인 유학생 3명이 앉아 신나게 대화 중이었기에, 해외 여행 온 기분으로 즐겁게 술자리를 마쳤습니다. 대충 9시에 QWER 공연이 예상되었으므로, 그 시간에 맞춰서 캠퍼스에 입성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드넓은 노천극장에 모인 학생 수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널럴한 분위기였는데, 저는 외부인존에 들어가기 위해 도장을 손에 찍었지만 결국에는 아예 극장 밖으로 나와서 펜스에 기대어 내려다보았습니다. 앞선 공연이 상당히 길어져, QWER의 무대는 9시 반이 넘어서야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꽤나 쌀쌀했는데, 오늘 그녀들의 상큼한 복장은 컴백 이후 최고로 멋졌습니다. 너무나 추운 날씨에 짧은 치마를 입은 시요밍과 마젠타가 사운드체크 과정에서 다리를 동동 구르자 매니저들이 나와서 옷을 입혀주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보기 좋았습니다. 저야 술기운이 올라서 추운 줄도 몰랐죠.
이윽고 승승장구 중인 <내 이름 맑음>으로 첫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1절을 끝내자마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스피커를 비롯해서 음향 쪽에 문제가 생겼는지, 악기 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QWER은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며 매우 놀라워했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잠시 퇴장하기로 했습니다. 제법 시간이 지난 뒤 그녀들은 다시 무대에 등장했고 <내 이름 맑음>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곡인 <디스코드> 연주를 끝내자마자 다시 음향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이 날의 공연은 이것으로 종료되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꼭다시 찾아오겠다는 히나의 다짐을 끝으로 QWER은 무대를 내려갔고, 그렇게 학생들은 흩어져서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이렇게 한양대학교 축제에서 QWER은 <내 이름 맑음> 뮤직비디오 속 히나의 일기장에 적힌 대로 "2킬 0데스," 딱 두 곡만 죽이고 갔습니다. 물론 히나가 돌아오면 킬(kill) 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죠. 과연 <킬 빌>이 아닌, <킬 냥>입니다. 컴백하면 <메아리>까지 죽여줬음 좋겠네요.
[히나의 일기장: "오늘은 사람을 두 명 묻었다. 비가 갑자기 와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2킬 0데스 해서 기분이 좋다."]
다음 날 공지된 대학 측 해명을 보면, 저녁 특정 시간 전후로학교가 "절전 모드"로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공연에 필요한 전기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았던 것이 원인인 듯합니다. 이를 통해, 저는 늦은 밤 공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편 10월 2일 공연이 갑작스레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아쉬워합니다. 저 또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추운 날씨에 서서 본 공연이 저렇게 끝난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저렇게 예쁘게 입고 왔는데…. 제일 속이 상했던 건 QWER이었겠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럭키비키 볼셰비키 한마바키" 마인드를 지니고 사는지라, 저는 아쉬움을 흥미로움으로 달랬습니다.
라이브 공연을 주로 하는 밴드라면, 한 해라도 경력이 짧을 때 다양한 돌발 상황을 경험해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섬의 날> 행사 등 음향 시설에 문제가 발생한 공연이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럴 때야말로, QWER이 개그 만담 등 다양한 개인기를 펼치기에 딱 좋죠.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가수의 본업이 만담이 아닌데 따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성을 노리는 밴드라면, 돌발 상황에서 관객들과 함께 신나게 놀 수 있게 꾸려나가는 능력 또한 필요하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돌릴 찬스가 바로 돌발 상황입니다. 지금은 어설프더라도, 자꾸 뭐라도 해서 대처 능력을 기른다면 나쁠 것이 없겠죠.
언제 끝날 지 모를 이번 무대 공백 상황에서, 프런트맨인 시요밍은 "큐떱큐떱큐떱큐떱(QW)"하고 선창하면 청중들이 "이알이알이알이알(ER)"을 후창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아주 멋지고 귀여운 시도인지라,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프로불편러들에게 워낙 시달린 나머지 매사가 조심스러운 QWER입니다. 하지만 타인이 아닌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문제가 생길 리 없으니, "소통의 여왕"답게 자신 있게 멘트했으면 좋겠다고 주접을 좀 떨어봅니다.
내가 해외여행을 가는 상황에서 비행기가 연착된다면 매우 속이 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행 유튜버라면, 오히려 "조회수 떡상각"이라서 좋아하겠죠. 한양대학교 사태의 경우, 히나의 소망대로 QWER이 재방문해서 공연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입니다. 온라인 콘텐츠 최강자인 소속사 3Y코프레이션이 모를 리 없죠. <짐종국>에서 풀 스쿼트 논란을 일으킨 김계란이 그걸로 추가 콘텐츠를 뽑아내었듯, 이번 기회를 빙튜브가 또 어떻게 자체 콘텐츠로 승화시킬지 기대가 큽니다.
그리고 아직 A급 바위게가 되지 못한 저는 오프 활동의 큰 변수가 "기온"이라는 교훈을 또 배웠습니다. 솔직히 더위를 견디는 데에는 자신 있는 저인지라, 한여름 오프 활동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추위에 약한 제게, 봄과 가을이 사라진 대한민국의 겨울은 오프 활동을 하기에 매우 어려운 계절이더군요. 1년 내내 오프 활동을 하는 팬들이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온이 더 떨어지면, 아재 바위게는 오프 활동을 하더라도 "원더리벳 페스티벌" 등 실내 축제에 집중해야겠습니다.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이 날은 QWER과 관련해서 세 가지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첫째, 이날 아침에 <내 이름 맑음>이 드디어 멜론 TOP100 차트 2위에 등극했습니다. <고민중독>의 3위 기록을 넘어선, "커리어 하이"였죠. 히나는 <아침 먹고 가>라는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에서 "멜론 1등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밝혔죠. 우리 "맑음이"가 이제 딱 한 계단을 남겨두고 있지만, 최종 결과가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실 2등만 해도 대단하지만, 바위게들은 히딩크처럼 아직 배가 고픈가 봅니다. QWER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젠타는 1등을 하게 되면, <내 이름 맑음> 공연 때 베이스를 멘 채 공중에서 트리플 악셀을 돌겠다고 공약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고작 세 바퀴 반 도는 정도로는 바위게에게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QWER은 금요일 저녁 "리스닝 파티"라는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습니다. 이것이 이 날의 두 번째 이슈죠.
QWER이 참여했던 "2024 카스쿨 페스티벌" 전날 밤, 세계적인 가수인 칸예 웨스트는 고양시 종합운동장에서 "리스닝 파티"를 진행했습니다. 말 그대로 새로 나온 앨범을 팬과 가수가 함께 듣는 자리이죠. 단독 콘서트는 익숙하지만, 유료 리스닝 파티는 제게 매우 낯선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색을 좀 해 보니, 이미 많은 한국가수들이 리스닝 파티를 하고 있더군요. 따지고 보면 QWER도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이번에는 온라인에서 무료로 진행되었지만 말이죠.
여하튼 QWER은 멜론 사이트에서 무려 1시간이 넘도록 채팅을 통한 신개념 "리스닝 파티"를 펼쳤습니다. 결국 "리스닝 파티를 가장한 QWER 만담쇼"였지요. 주옥 같은 멘트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냥뇽녕냥 히나의 "T" 멘트들이 바위게들의 배꼽을 쥐게 했습니다. 그녀의 돌직구는 언니들에게도 가차 없었습니다. 그녀는 1시간이 넘는 리스닝 파티 채팅창을 빠져나갈때, "다들 모아희~"하고 인사해서 다시 한 번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물론 멜론에서 이번 앨범의 곡들을 듣는 시간이었기에, 리스닝 파티 동안의 스트리밍이 멜론 차트에 반영이 되었죠. 이번 앨범 전곡을 다 들었기에, 주요 수록곡들이 소폭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정말 알고리즘에서 피어난 온라인 강자라는 말이 새삼 와닿았습니다.
하지만 QWER의 불금 떡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밤 10시쯤 되어 난데없이, <딩고 뮤직> 유튜브 채널에서 <QWER의 고민중독&내 이름 맑음을 시티팝 라이브로!>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 이것이 이날의 세번째 이슈입니다.
저는 당시 저녁 10시 가까이 일터에 있다가, 직장 동료와 함께 하교하여 지하철에 올라탔는데요. 저의 "QWER TIME"인 지하철 퇴근길에 이 영상의 제목만 접하고도 감탄이 터져나왔습니다. "이거, 이거, QWER이 또 치트키 쓰네! 어찌 이리 일을 잘 할꼬!" 현대자동차 캐스퍼 뒷좌석에 앉은 히나와 시요밍이 듀엣으로 부르는 <고민중독>과 <내 이름 맑음>을 들으니, 고막이 녹는 것 같았습니다. 제이팝의 인기가 절정에 오르고 레트로 뮤직의 유행이 계속되는 2024년, 20세기 일본 시티팝 풍으로 편곡된 두 타이틀곡은 갑자기 싸늘해진 가을 밤 분위기와 어울려 계속 귀를 간지럽혔습니다. 비록 무한 루프의 마법에 걸렸는지, 그녀들을 태운 차는 7분이 넘도록 동작대교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말이죠.
사실 저는 예전부터 히나와 시요밍이 듀엣을 하면 참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WER에서 언니즈(쵸단+코젠타=쵸코즈)와 막내즈(ER=응급실즈)은 음색에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쵸단은 재즈가 어울리는 나른하고 허스키한 음색을 지녔습니다. 마젠타는 비록 방송에서 텐션을 올리기 위해 높은 톤을 내기는 하지만, 본디 목소리는 성량이 풍부한 중저음입니다. QWER 내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 뛰어난 여성 락 보컬에 가장 가까운 음색을 가졌죠. 반면에 막내즈인 히나와 시요밍은 공통적으로 높고 맑은 "오토튠" 음색을 지녔습니다. 다만 시요밍이 좀 더 따뜻하고 달콤한 음색이라면, 히나의 음색은 또렷하고 귀여운 색채를 지녔습니다. 따라서 언니즈가 <달리기>에서 멋진 듀엣을 보여주었듯이, 막내즈 또한 듀엣을 통해 차세대 "고막 여친" 포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티팝 라이브에서 드디어 제 소망이 실현되었습니다. 그것도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달착지근함으로 말이죠.
시요밍의 음색은 칭찬해 봐야 입만 아픕니다. QWER의 변함 없는 궁극기이자, 장차 세계 케이팝 팬들의 고막을 녹일 최종병기입니다. 이번에 바위게들을 놀라게 만든 인물은, <소다> 래퍼이자 공룡 덕후인 히나입니다. 메인 보컬인 시요밍의 멜로디를 따라, 그녀는 티없이 맑고 또렷한 음성으로 화음을 쌓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음악으로 대학 입시까지 준비했던 히나가 화음을 넣지 못할 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지금껏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따름이었죠.
그래서 2024년 케이팝 보컬 전체를 통틀어서도 음색의 맑고 청량함이 상위권을 다투는 두 소녀는, (이번 앨범 컨셉 포토에 나왔던) 딸기 시럽 뿌린 케이크처럼 달달한 디저트 같은 시티팝을 두 곡 연달아 불렀습니다. 특히 히나는 <내 이름 맑음>의 쵸단과 마젠타 파트까지 직접 소화했는데, 그녀의 목소리 톤과 발성은 "청춘과 낭만"으로 대표되는 QWER의 이미지와 타이틀곡의 느낌에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습니다. 누가 더 노래를 잘 부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시티팝 스타일로 편곡된 두 곡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리는 음색과 발성이 누구로부터 나오느냐가 핵심이죠. 이런 점에서 볼 때, 히나와 시요밍은 퍼펙트한 두 보컬이었습니다. 게다가 두 멤버의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가 시티팝 분위기에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도대체 QWER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어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
이로써 <내 이름 맑음>은 음원 버전, 딩고 라이브 버전, 딩고 시티팝 버전 등 총 3개의 서로 다른 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음원 버전은 장시간 들어도 귀가 불편하지 않게끔 부드럽게 믹싱되었습니다. 반면에 딩고 라이브 버전은 날 것의 악기 맛이 두드러져, 전통적인 밴드 음악 애호가들을 만족시켰습니다. 그리고 시티팝 버전은 이태원 라운지 바에서 들릴 법한 편안한 나이트 뮤직 스타일로 편곡되어, 시원한 가을밤 드라이브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내었습니다. 특히 20세기에 시티팝을 듣고 자란 아재들의 심장을 저격했죠. 이쯤 되면 대한민국 모든 연령층에게 <내 이름 맑음>을 들려주고 말겠다는 심산이 아닐까요.
한편 QWER은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2회 공연을 갖게 되었으며, 이번 시티팝 뮤직비디오에서는 현대자동차 캐스퍼를 타고 노래했습니다. 바위게들 사이에서는 "이제 '현대'의 딸이 되는 것인가!"라는 농담이 흘러나왔습니다. 대기업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이 온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징조입니다.
결과적으로 10월 4일 금요일에 있었던 "온라인 채팅 리스닝 파티"와 "시티팝 라이브"는 정말이지, 어느 바위게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벤트였습니다. 아이돌 판에 더 이상 새로운 무언가가 가능할까, 하고 심드렁하게 지내던 케이팝 팬들은 또 한 번 호되게 당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QWER이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적인 도전"을 통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QWER 성공의 1등 공신은 "음악"입니다. 음원이나 앨범 판매 성적, 콘서트 매출 실적 뉴스 등은 모두 성공의 중요한 지표입니다만, 가수가 직접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죠. 아이돌(idol)이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로 불리기 위해서는, 실제로 음악하고 예술하는 모습이 끊임없이 노출되고 입소문을 타야 합니다. 금요일 저녁 몇 시간 동안 QWER은 팬들과 함께 음악을 듣고, 자신들의 곡을 새로운 스타일로 바꿔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녀들은 "음악"으로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QWER이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문법을 고쳐 쓰고 있다는 점을 제가 강조해왔지만, 대중은 그냥 노래가 좋아서 듣는 것입니다. 아주 단순하죠. 한 순간만 삐끗해도 회복이 어려운 중소 연예기획사의 기획 방향, QWER의 소속사인 3Y코프레이션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첫째도 음악, 둘째도 음악입니다. "QWER+프리즘필터+3Y코프레이션" 삼각편대가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향후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