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다가오면서 QWER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들고, 동시에 외컨(외부 컨텐츠)의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죠. 게다가 최근에 나온 외컨들의 퀄리티가 아주 높습니다. 가령 구독자 832만명의 대형 채널에서 업로드한 <아이돌 데려다가 냅다 풍차 돌리기 | 챌린지스쿨 - QWER>의 경우, "웸반야마 고양이" 히나의 압도적 윙스팬 자체가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아이돌 노하우 누적치가 높은 시요밍과 타고난 개그 캐릭터 마젠타는 물론, 쑥스러움을 많이 타던 쵸단 또한 예능감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데프콘TV: 죄송하지만 게임기 돌려줄래?>에서 극강의 귀여움과 게임 덕후의 모습을 보여준 "청순가련 전투인형" 쵸단이죠. 이제 QWER은 무슨 예능을 찍어도 대박웃음이 보장된 예능돌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3~4개 오프라인 축제가 익숙한 바위게(QWER 팬덤)들에게, 그녀들이 출연하는 온라인 컨텐츠의 수량은 이미 성에 차지 않습니다. 자꾸 "and more..."을 기다리게 되죠.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이제는 바위게들이 슬슬 자컨(자체 컨텐츠)을 내놓는 시즌인가 봅니다. 팬질보다 팬덤질이 더 재미있게 되는 기현상....
[웸반야마 히나의 버티컬 점프]
2024년 10월 31일에 <전지적 바위게 시점>(이하 <전바시>)의 운영자께서 제게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이메일을 보내셨습니다. 'QWER의 성덕을 찾아서'라는 컨셉으로 인터뷰 영상을 촬영하고 싶다는 제안이셨습니다. QWER의 팬덤인 바위게라면 <전바시>를 모를 수 없죠. 설사 채널명을 모르더라도, 유튜브 쇼츠를 한 번 이상은 보셨을 것입니다. 데뷔한 지 1년이 된 마이크로 기획사 출신의 아이돌인지라, 아직까지 팬튜브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팬튜브 쇼츠야말로 그 제작자의 정성과 팬심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긴 QWER 출연 영상 가운데 어떤 장면에서 바위게들이 열광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골라내는 능력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전바시>는 QWER 초창기부터 꾸준히 영상을 올렸으며, 구독자도 4.9만(11월 21일 현재)이라 매우 많습니다. 몇 번의 이메일 왕래를 통해 촬영 날짜와 장소를 확정하고, 드디어 촬영 당일이 왔습니다.
출판사 대표님을 독촉하여, <온 세상이 QWER이다> 책 실물을 하루 먼저 인쇄소에서 받을 수 있었습니다. 늦은 밤에 촬영이 진행되었는데, 출판사 대표님께서 책을 안고 직접 촬영장까지 달려오셨습니다. 촬영 현장을 세팅하는 바위게들과 머글(아이돌 팬이 아닌 일반인) 한 분이 바위게의 친구로 와서 이 힘든 작업에 협조해주셨습니다. 이 분들을 보니, 2024년 지구촌에 가장 필요한 "긍정적 열혈"이 가득 느껴졌습니다.
캔슬 컬처(cancel culture, 매장 문화)는 "온라인 이지메"를 학계에서 보기 좋게 포장한 것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지메보다 더욱 지독한 까닭은, (익명을 빌려) 사람을 온라인에서 생매장한 뒤 오프라인 사회 활동마저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대한민국과 세계 전체에 만연한 이와 같은 캔슬 컬처는 케이팝 팬덤 문화에도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혐오"에 기반한 "캔슬 컬처"를 녹여 없애는 소프트 파워를, 저는 바로 QWER과 바위게의 "긍정적 열혈"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이 QWER이다> "시요밍" 챕터에서 이 점을 특히 강조했지요.
촬영 당일 모인 젊은 바위게들에게서도 이와 같은 긍정적 열혈이 뿜뿜 솟아올랐습니다. 결코 제가 바위게라서 이렇게 느낀 것이 아닙니다. 출판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빈티지하우스 대표 또한 바위게들의 열정에 놀랐습니다. 아울러 그는 <온 세상이 QWER이다> 책을 편집하면서 QWER과 아이돌 팬덤 문화에 대해 공부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수십 년에 걸친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돌 팬덤 문화에는 어느 정도 암묵적 룰이 생겼습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자의 경우,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친목 활동"이 금지됩니다. 특정 팬들끼리 친목을 다질 경우 다른 팬들이 소외될 수 있으며, 분란의 씨앗이 되어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가 유명무실해지거나 팬덤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2시간이 넘는 촬영을 마치고도 우리 바위게들은 결국 통성명조차 하지 않은 채 헤어졌습니다. 이런 문화에 대해 몰랐던 출판사 대표께서는 매우 놀라셨죠. 하지만 처음 겪어 보았던 저 또한 사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마 데뷔 1주년 카페나 멤버 생일 카페를 준비했을 때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그 힘든 작업들을 함께 하면서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상남자답게 쿨하게 돌아서는 분위기. 하지만 그래도 서로 끈끈하고 QWER이라는 단어 하나로 묶여 있는 사이. 이거야말로 오리온 쵸코파이의 "말하지 않아도 아는" 정(情)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정이 넘도록 진행된 촬영을 마치고 캄캄한 밤거리를 함께 거닐며, 출판사 대표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수십 년 동안 사회 생활을 한 아재들은 삶의 열정을 많이 잃습니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뭔가 앞서서 열의를 보였다가는 본인이 다 뒤집어쓰게 되며, 성과를 올리기보다는 사고를 치지 않는 편이 오래 간다는 것이 상식이죠. 대부분의 직장에서 사람들은 하향평준화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매사에 무뎌지고, 재미있는 일도 없고, 심장이 뛰거나 벅차오르는 일 또한 없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죽은 상태를 "철이 들었다", "어른이 되었다"라고 흔히 평가하죠. 그런데 오직 QWER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체의 보수 없이 이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에, 출판사 대표는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진정성" 하나로 설명될 수밖에 없는 일이죠.
그날 촬영을 진행하고 도와주신 바위게 및 참여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친목은 금지지만, 마주칠 때 웃으며 인사 정도는 무난하겠지요. 제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빡빡이인 저는 알아보기가 매우 쉽죠. 전혀 친분이 없더라도,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따뜻하게 인사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혈연·지연· 학연 등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순수한 팬심으로 정(情)을 나누는 것이, 어쩌면 21세기 초개인화 사회에 필요한 삶의 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