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 2025년 10월 5일 일요일 콘서트 후기 (3)
https://brunch.co.kr/@joogangl/733
(지난 편에 이어)
10월 3일과 4일 양일 콘서트는 <불꽃놀이>를 끝으로 완전히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QWER은 막콘을 위해 비장의 카드를 숨겨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카드는 바로 YB(윤도현 밴드)의 <흰수염고래>였습니다!
사실 저는 <흰수염고래> 앵콜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대기열에 서 있을 당시, '리허설 곡 가운데 YB의 <흰수염고래>가 있었다'는 소문이 떠돌았기 때문입니다. 공연 도중에 QWER이 "앵콜, 앵콜, 앵앵콜!"을 연습시킬 때, 저는 거의 확신했습니다. 앵콜은 <불꽃놀이>지만, 앵앵콜은 또 다른 무엇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죠.
YB와 찍었던 자체 콘텐츠에서 <흰수염고래>를 부르기도 했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도 그 곡의 1절을 불렀습니다. 이 때문에, <흰수염고래> 이외에 다른 앵앵콜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전날 콘서트 때는 21곡을 불렀으니, <흰수염고래>는 무려 22번째 곡입니다. 시요밍이 얼마나 목관리에 신경을 썼고 보컬로서 성장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이 곡의 작사-작곡자인 가수 윤도현 또한 2층 좌석에 앉아,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https://youtu.be/6MvMbIZT9A8?list=RD6MvMbIZT9A8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어쩌면 그 험한 길에 지칠지 몰라. 걸어도 걸어도 더딘 발걸음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YB(윤도현 밴드)의 곡이라지만, QWER의 지난 행보를 압축해 놓은 듯한 한 편의 시입니다. 그녀들은 영세 기획사의 프로젝트 밴드라는 작은 연못에서 태어났지만, 이제 드넓은 바다로 나가고자 합니다. 모두가 '미운 오리 새끼'라고 놀려대지만, 바위게들은 그녀들이 '더없이 아름다운 백조'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가는 길이 너무도 험해, 그녀들조차 힘들고 지칩니다. 그럴 때 힘이 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겠죠.
사실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란 불가능합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나 권력자조차 두려움을 피할 수 없죠. 이른바 '친구'란 두려움을 피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피치 못할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와 응원을 줄 수 있는 내 편을 의미하겠죠.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세계 곳곳에서 QWER을 사랑하고 지지합니다. 그들을 믿고 두려움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정하되, 두려움에 휘둘리는 대신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성장하는 QWER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울러 <흰수염고래>를 연주하며 한없이 울었던 리더 쵸단, 그녀의 쾌유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10월 5일 단독 콘서트는 다음날인 10월 6일 저녁 6시에 QWER의 <흰수염고래>가 정식으로 공개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끝났습니다. 극도의 희열에 그만 미쳐 버린 A와 B 구역 바위게들은 '두려움 없이 흰수염고래처럼' 몸뚱이를 박으며 '슬램'을 시전했습니다. 그동안 핸드볼경기장에서 숱한 콘서트가 있었지만, 공연이 끝난 뒤에 팬들끼리 '슬램'하는 광경은 시큐리티로서도 난생처음일 겁니다. C구역에 있었던지라 미리 퇴장해야 했던 저는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하고 깔깔 웃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보다 더 한 퍼포먼스를 제가 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거든요.
3일 연속으로 진행된 QWER의 단독 콘서트. 바위게들은 이미 녹초가 되었고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녁 식사는 하고 가야 되기에, 첫날과 마찬가지로 길 건너 올림픽프라자 상가에 소재한 <디디 치킨>에 모였습니다. 맥주 한 잔을 들이켜고 나니 목이 좀 풀려, 막콘의 감동에 대해 다시 입을 모아 찬양하기 시작했습니다. 술자리 선창과 후창이 업데이트 되어, <디데이>에서 빌려온 'Q(선)-WER(후)!' <행복해져라>에서 가져온 '모두 모두(선)-행복해져라(후)' 등을 외쳤습니다.
마지막 날 콘서트는 무려 3시간 가까이 진행되었기에, 바위게들은 8시가 조금 넘어서 닭집에 착석했습니다. 하지만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마감 시간인 밤 11시가 다 되었습니다. 금요일에 바위게들을 상대로 장사해서 재미를 보았던 주인장께서는 3시간이 넘게 QWER 메들리를 틀어놓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 바위게가 일어나, 올림픽프라자 광장에서 '슬램'을 제안했습니다. 다른 가게들은 문을 닫아 광장은 고요했고, 제로베이스원 소녀팬들은 아재 바위게들처럼 닭집에서 술을 마시지는 않죠. 다시 말해 우리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습니다. 워낙 과감한 아이디어라, 모든 바위게가 벌떡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멋진 추억을 쌓을 기회라고 생각해, 기꺼이 앞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래서 10명이 넘는 바위게들이 락 페스티벌에 모인 것처럼 둥그렇게 서클 핏(강강술래)을 돌다, <청춘서약>과 <고민중독>에 맞춰 시원하게 슬램했습니다. 어찌나 신이 났는지, 몇몇 바위게들은 끝나고 나서도 러시아 병정처럼 '코사크 댄스'를 춰댔습니다. 무릎 쌩쌩해서 좋겠다!
이렇게 크고 작은 '흰수염고래'들은 모든 기행을 끝내고 1차를 정리했으며, 일부 바위게들은 2차 기행을 하러 떠났습니다. 저는 <대관람차>를 사랑하는 '해남 바위게'와 함께 귀가했습니다. 이로써 길고 길었던 저만의 [QWER 월드투어 in 서울] 3일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지막 콘서트가 있었던 10월 5일 밤, QWER을 기획한 김계란 사쵸는 공식 팬카페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자기가 기획한 아이돌이 크게 성공했을 때, 아이돌 대신 자신을 앞세우는 기획자들을 숱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계란은 이런 점에 있어서, 여타 기획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절대 자신을 QWER보다 앞세우지 않죠. 오히려 QWER이 그를 만날 때마다 "어째서 저희를 버리셨나이까?"라며 장난스레 투정할 정도이니까요.
김계란은 예전 인스타 라이브에서, 자신이 이 바닥에서 마음을 터놓는 사람은 '공혁준'과 '과로사' 두 사람 정도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성취 욕구가 높고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인 그는 그다지 정치적인 사람이 못 됩니다. 그래서인지, 동물의 왕국이나 다름없는 거친 연예 정치판을 대단히 어렵게 여깁니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저렇게까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구나'라며 바위게들에게 감탄하고, 진정으로 팬들을 존경한다고도 말했었죠. 이 때문에, 바위게들을 향한 김계란의 글은 진심입니다.
그 또한 사람이기에, 극도로 조심하는 와중에도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QWER을 향한 그의 진정성만큼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QWER 멤버들이 그를 진심으로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QWER 또한 없었겠죠.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김계란 님!
한편 10월 6일 오후 6시에 업로드된 QWER의 <흰수염고래> Special Clip은 조회수가 폭발하며, <별의 하모니> 등 레전드 곡들의 유튜브 조회수를 위협했습니다. 3일간 계속된 콘서트의 영향이었다고는 하지만, 정식 타이틀곡도 아닌 리메이크 버전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 바위게들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https://youtu.be/h_S_Un3YoFo?list=RDh_S_Un3YoFo
<흰수염고래> QWER 리메이크 버전에 대한 YB와 QWER 간의 덕담이 SNS에서 오고 가는 가운데, 이 곡을 만들었던 윤도현은 <흰수염고래> 리메이크 영상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습니다.
윤도현이 저와 같은 내용의 댓글을 달게 된 데에 대한 다양한 원인 분석이 바위게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QWER이 밴드 대선배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이죠.
제 친구가 직장 상사에게 들은 충격적인 말이 있습니다. "내가 자네를 잘 되게 만들 힘은 없지만, 못 되게 만들 힘은 있지." 많은 사람들은 타인을 잘 되게 만들 능력은 없지만, 키보드를 통해 남을 망치는데 인생을 낭비하며 자신의 힘을 확인하죠.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선배 YB 입장에서, QWER을 돕는다고 해서 얻을 이익은 없습니다. 귀찮은 일을 당할 확률만 높아지죠. 하지만 아빠 흰수염고래는 앞장서 거대한 몸을 움직여, 집채만 한 파도와 거친 비바람을 막아줍니다. 아기 고래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히 넓은 바다로 나아갈 수 있게 말이지요. QWER에게 신뢰를 보내는 YB에게, 바위게들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편 QWER 소속사인 타마고 프로덕션은 바위게들의 지갑을 끝장내겠다는 기세로, 숨 쉴 틈도 없이 다음과 같은 이벤트를 10월 7일에 발표했습니다.
<Beyond the Discord>라는 타이틀을 단 LP판의 디자인은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인 미하라 야스히로가 맡았습니다. GD가 신어서 유명해진 블레이키 스니커즈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죠. 이전에도 QWER과 여러 차례 접촉이 있었는데, 결국 이런 과실을 맺게 되었네요. 이 분은 워낙 다방면에서 유명한 디자이너라, 향후 QWER이 일본을 위시한 세계로 진출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연휴 다음 날인 10월 13일 월요일 오전 11시에 구매 제한 없이 선착순 700명에게만 서울에서 앨범을 현장 판매하겠다는 소속사의 발표는 공식 팬카페를 비롯한 각종 팬 커뮤니티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습니다. 월요일 오전 11시에 대학에서 강의하는지라 LP판 구매를 일찌감치 포기했던 저조차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였습니다.
3시간이 지나 '1인 1개로 구매 제한'을 추가로 공지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바위게들이 충분히 불만을 토로했으니, 저는 이쯤에서 그치겠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은 10월 8일 밤입니다. 이날 저녁 6시, QWER의 소속사는 <Beyond the Discord>에 포함되는 쵸단의 개인 포토를 공개했습니다. 이제 하루 간격으로 다른 멤버들의 사진 또한 공개되겠죠. QWER은 지난 1월에 팬 콘서트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자작곡인 <청춘서약>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런칭했었죠. 이번에는 콘서트 마지막 무대에서부터 <흰수염고래>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한 시도 쉴 틈 없는 바쁜 일정이네요.
팬들로서는 단독 콘서트 후유증을 겪을 시간마저 없으니, 어찌 보면 좋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단독 콘서트의 열병을 좀 더 길게 앓고 싶었습니다. 다른 소식들에 묻혀 떠내려가기에는 너무도 소중하거든요. 그래서인지, 명절 연휴 동안 바위게들의 후기를 읽으며 기억을 생생하게 살려 써 내려가는 작업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무쪼록 콘서트를 함께 한 바위게 및 향후 함께 할 바위게들 모두에게 기쁨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앞으로도 서로 돕는 흰수염고래들이 되어, 험한 바다를 함께 헤엄쳐 갑시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