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 2025년 10월 5일 일요일 콘서트 후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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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 이어)
QWER의 첫 번째 월드투어는 10월 3일에서 5일까지 사흘간 서울에서 공연한 뒤, 10월 31일 미국 브루클린에서 본격적으로 해외 일정을 시작합니다. 따라서 국내 바위게들은 해외에 나가지 않는 한, 이번 콘서트를 2월 말까지 볼 수 없게 되죠. 모두가 예상하는 국내 앵콜 콘서트가 열릴 때까지 말이죠. 이 때문에, 10월 5일에 있었던 마지막 서울 콘서트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앞선 두 차례 콘서트에서 없었던 장면들이 연출되었으며, 그만큼 감동도 더했습니다.
물론 세 번의 콘서트는 각자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첫날 콘서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여러 퍼포먼스들을 처음 접하는 데서 오는 쾌감이 있죠. 비록 마지막 날에 비해 정돈되지 못하고 미숙한 점은 있으나, 큐떱호가 처음 등장했을 때 받은 충격 등은 막콘에서 느끼기 어렵죠.
[응원봉 이벤트]
콘서트의 기본 레퍼토리는 동일하고 앞선 글에서 충분히 기록했기에, 이번에는 막콘만의 독특했던 점 세 가지를 기술하고자 합니다.
첫째,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이 날은 팬들이 전날 밤에 자체적으로 기획한 '응원봉 이벤트'가 선보였습니다. 놀랍게도 콘서트홀 입장 대기열에서부터 진행요원이 '응원봉 이벤트 안내'가 4개 국어로 프린트된 A4 용지를 들고 다니면서 팬들에게 주지 시켰습니다. 4시에 입장해서 본 공연을 기다릴 때도, 안전요원들이 분주히 돌아다니며 '응원봉 이벤트'를 안내했죠. 회사 차원이 아니라 팬 차원에서 전날 밤에 뚝딱! 기획한 것인데 이렇게 부지런히 홍보하다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솔직히 멤버 4명 모두 '인터넷 지박령'이라, 이런 이벤트가 팬 커뮤니티에서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천지 차이죠. 이벤트를 기획한 바위게들조차도 실제 결과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은 정말 AI로 그려도 이렇게 될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QWER을 덕질하면서 숱하게 감동적인 장면을 많이 보았지만, 제게는 이 장면이 단연코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듣기로, 중앙 통제 방식으로는 스탠딩 구역별 4인 4색 퍼포먼스가 기술상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응원봉 통제는 중앙에서 좌석 정보를 기반으로 응원봉을 원격 제어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좌석이 없는 스탠딩석도 중앙에서 블루투스로 응원봉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맞닿은 스탠딩 구역 별로 서로 다른 색깔을 송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떠나서, 중앙에서 통제하는 것보다는 내가 손수 QWER을 위해서 응원봉의 색깔을 바꿔가며 응원하는 편이 훨씬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Yours Sincerely> 무대 당시 진행되었던 응원봉 이벤트에, QWER 멤버들도 노래를 마친 뒤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물론 중앙 통제의 장점도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가령 QWER 멤버들이 돌아가며 멘트할 때마다 응원봉 색깔을 바꾸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무대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두 번째 보는 공연이라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기에, QWER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더욱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응원봉 이벤트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장면은 바위게들이 <별의 하모니>를 노래방 버전으로 떼창할 때였습니다. QWER이 무대 뒤에서 카메라로 이 장관을 지켜보고 있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QWER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별의 하모니>를 목청껏 부르는 가운데, 수많은 응원봉에서 소란하게 쏟아지는 형형 색색의 별빛들이 콘서트장을 넘실거리며 가득 채우는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제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홍콩에서도, 대만에서도, 아니 세계 어디에서도 멤버들의 상징색으로 반짝이는 별빛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겠지요. 그래요, 바위게들. 당신들이 또 한 번 해냈어요!
https://www.youtube.com/shorts/HJKFcPx-okQ
사실 타 팬덤이었다면, 소속사를 비난하는 목소리부터 높였을 것입니다. 중앙통제 기능이 있는 응원봉임에도 불구하고, 경험이 부족한 소속사는 그 기능을 사용한 이벤트를 기획하지 않았죠. 하지만 사회 경험과 덕질 노하우가 풍부한 XL 수컷 바위게들은 '남들 비난할 시간에 내가 하고 말지!'라는 'Just do it' 정신을 이번에도 발휘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팬들이 능동적으로 활동할 공간이 넓어질수록 팬덤은 더욱 커지고 강해집니다. QWER 데뷔부터 지금까지, 팬덤 바위게는 신생 소속사의 미숙함을 탓하는 대신 직접 이벤트를 기획해서 성공시키는 패턴을 반복해 왔습니다. 어차피 국내 손꼽히는 대형 기획사들이 내놓는 이벤트나 굿즈도 팬들의 성에 차지 않기는 마찬가지더라고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기쁨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다름 아닌 '성취감'이라고 합니다. 마케팅 이론에는 이미 '팬슈머' 또는 '프로슈머'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입니다. 가령 아이돌 팬은 아이돌 문화의 소비자이면서도, 동시에 2차 가공을 통해서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는 생산자입니다. 팬슈머 또한 유사한 의미를 지닙니다.
내가 진정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글이나 영상, 굿즈나 이벤트 등을 창조하며 누리는 성취감이야말로 최고의 기쁨이죠. 그러니 타 가수에게 상처를 주는 악플러 대신, 내 가수에게 기쁨을 주는 팬슈머가 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타 가수를 안티질하는 자기 팬의 모습을 좋아할 가수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저는 프로슈머인 바위게들과 함께 하며, 진정한 덕질의 기쁨을 만끽하고 삽니다. QWER을 위해 창작하는 기쁨을 누리고 그 기쁨을 바위게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QWER이 바위게에게 보내는 손편지]
10월 3일 단독 콘서트 당시, 제게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팬 콘서트에서는 <가짜 아이돌>을 할 때, 시요밍이 배고파송 안무를 하며 "하, 하하, 하하하!" 부분을 계속해서 팬들과 주거니 받거니 했죠. 반면에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 장면이 생략되었습니다. 둘째, 팬 콘서트에서는 멤버들이 쓴 편지가 스크린에 나오며 많은 바위게들의 눈물을 자아냈죠. 그중에서도 젠타가 "여러분들이 저를 구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을 때, 저는 거의 오열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편지 소개 코너가 없었습니다. 각 콘서트마다 특징이 있고 저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10월 5일 마지막 콘서트에서는 <청춘서약> 공연 후에 QWER이 직접 쓴 손편지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녀들이 들고 나와 직접 읽었죠. 전날 밤이나 당일 새벽에 썼다는 것을 보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누군가가 제안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울보 순서대로 읽었으니, 젠타부터 시작해야겠죠? 다행히 QWER 매니저인 '율율'이 공식 팬카페에 사진 이미지 파일을 올려주었습니다. 직접 보는 편이 나을 듯하여, 그대로 게시합니다.
편지지가 아닌 오선지에 급히 적은 젠타의 손편지는 '노력의 악마' 젠타의 연습벌레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저를 구해줘서 고마워요."라는 멘트를 젠타는 이번에도 잊지 않았네요. 저 또한 그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젠타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고, 멤버들이 둘러싸고 그녀를 달랬습니다. 이제 울보 언니들을 관리할 97% T 히나의 시간이 돌아왔군요!
한편 4명 가운데 가장 단정한 글씨를 자랑하는 쵸단은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편한 반말체로 바위게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만큼 바위게를 가장 가까운 친구, 아니 그녀의 솔로곡 제목인 '마니또'로 생각한다는 뜻이겠지요. 지혜야, 바위게들은 이미 충분히 넘치는 사랑을 네게 받고 있어. 부디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함께 하자!
쵸단 또한 편지를 다 읽은 뒤 등을 돌린 채 울음을 멈추지 못습니다. 그 와중에 달래러 간 젠타는 같이 얼싸안고 울었습니다. 결국 또 한 번 히나가 출동해야만 했습니다. 마치 갓난아기 울음을 달래듯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 상황을 무마하려 했습니다. 이런, 이번에도 T나가 우는 장면은 포기해야겠군요.
내친 김에, 마지막 낭독자인 히나 편지부터 먼저 감상하겠습니다. 히나는 멤버들 가운데 유일하게 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A4 백지에 편지를 썼습니다. 그런데 이런 면이 또 굉장히 히나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어쩌면 히나야말로 가장 감정이 무뎠던 멤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눈물 버튼을 달고 사는 언니들과 2년 넘게 지내다 보니, 슬픈 감정 또한 풍부해지는 듯합니다. 막콘 <별의 하모니> 때는 눈물을 참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함으로써, 히나 존의 냥뇽단을 경악케 했으니까요.
히나야, 슬플 때는 더 이상 공룡 생각을 하지 말고, 바위게 생각을 하렴. 앗, 그러면 오히려 더욱 눈물이 쑥 들어갈까나? 자, 그러면 마지막 공식 월드투어인 싱가포르 콘서트 때 히나는 1) 후련하다며 웃는다. 2)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다. 어느 쪽일까요? 저, 저는 1번...
세번째 편지 낭독자는 QWER의 보컬인 R 시요밍입니다. 그녀의 편지는... 죄송합니다. 읽기가 불가능합니다. 제가 사실 대학생을 상대하는 직업에 종사하는지라, 시요밍 또래의 글씨 상태를 잘 압니다. 그런데 시요밍의 글씨는 상위 0.1% 악필입니다. 하지만 3페이지의 편지 가운데 첫째 장 글씨는 그나마 읽을 만한 것을 보면, 뒤로 갈수록 특유의 '귀차니즘'이 발동한 것은 아닌가 합니다. 아냐, 그래도 바위게에게 쓰는 편지인데, 귀찮을 리는 없고... 평소에 손으로 글 쓰는 습관이 들지 않으면, 점차 손에 힘이 빠져 글씨가 흐트러지기도 합니다. 아니면 쓰는 도중에 졸았거나... 여하튼 도무지 읽을 수가 없으니, 감상평은 생략하겠습니다.
...라고 하면, 제가 다음 오프 행사 때 시요밍 팬을 볼 면목이 없겠지요? 다행히 콘서트 당일 날 QWER 팬 커뮤니티에서 암호해독반이 총출동해, 집단 지성으로 간신히 해독했습니다. 이쯤 되면, '밍 대장'이 밍밍단 군기 잡으려고 일부러 갈겨쓴 것은 아닌지 의문이네요. 하긴 시요밍조차 자기 글씨를 읽지 못해 무대 위에서 쩔쩔매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회사 관계자들, 바위게, 멤버들, 가족들에게 차례대로 감사를 표하는 시요밍의 예쁜 마음이 지렁이 글씨체로 편지지를 파고들어 갔더군요. 급속히 찌그러지는 글씨들 가운데에서도 "너무 사랑합니다! 또 만나요!"만큼은 알아볼 수 있게 적었으니, 합격! 저 또한 하루빨리 시요밍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10월 5일 콘서트의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앞으로 오래도록 계속될 또 하나의 사건이 <불꽃놀이> 다음에 벌어졌죠!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