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젠타의 말처럼 '좋은 하류' 인생 보내고 있는 바위게입니다.
QWER을 덕질하는 큰 재미 가운데 하나는 그녀들의 행보가 밴드와 아이돌을 아우르고 메인 컬처와 서브 컬처를 넘나들며, 케이팝과 제이팝을 통섭한다는데 있습니다. 이 모든 영역전개는 기존의 케이팝 신을 포함한 대한민국 음악사 전체를 통틀어보아도 유래가 없는 현상입니다. 가령 아이돌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남성/여성 밴드가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QWER은 걸크러시가 난무하는 오늘날, 아일릿 정도만 보여주고 있는 '초극강 귀여운' 음악을 밴드로 보여줍니다. <수수께끼 다이어리>-<소다>-<검색어는 QWER>로 이어지는 '귀요미 라인'이죠.
메인 컬처와 서브 컬처의 경우에는 좀 더 사정이 미묘합니다. 그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은 '오타쿠 문화'이자 '서브 컬처'로 여겨졌죠.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반감도 있었거니와, 애니메이션은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꼰대 인식이 지배적이죠.
하지만 2025년에 이르러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우선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애들이나 보는 마이너한 장르가 아닙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은 2025년 세계 영화계에 가장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킨 작품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녀들은 물론 부모 또한 그 애니메이션에 열광했으며, 어린 시절 디즈니 등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성인들에게 크게 어필했습니다. 아울러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는 디지털 아이돌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 비뚤어진 이념을 가르치려 들던 디즈니의 오만함도 크게 참교육 당했죠.
한편 2025년 10월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과 <체인소맨: 레제 편>이 각각 550만과 2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주간 1위를 나눠 가졌습니다. 미성년자나 오타쿠만 보아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스코어이며, 이쯤 되면 메이저에 당당히 입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적어도 MZ세대에서는 메인 컬처가 맞습니다. 추석 연휴에 일본 영화가 극장가를 휩쓴 현상은 한국 영화계에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QWER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헌트릭스 코스프레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영화감독이 영상에 직접 댓글을 달았으며, 베이시스트 마젠타는 제작사 측으로부터 코스프레 영상 자료를 써도 좋겠냐는 허가 문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녀들은 <귀멸의 칼날> 귀살대 복장으로 팬 사인회에 임했었으며, <체인소맨> 극장판 여주인공인 레제 코스프레로 신문 기사에 나기도 했습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바에 집중해서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인데, 그 분야가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확장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양쪽 분야 모두에서 대가가 되었습니다. 전 세계 뮤지션 가운데 QWER만큼 코스프레를 포함한 서브 컬처에 정통한 사례가 없습니다.
한편 QWER이 케이팝과 제이팝을 통섭한다는 것은 데뷔 초부터 분명했습니다. 데뷔곡인 <디스코드>나 수록곡인 <수수께끼 다이어리>는 특유의 빠르고 경쾌한 제이팝 스타일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그녀들의 스승인 '윤하'는 한국에서 제이팝 스타일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는 자신이 유일했는데 이제는 외롭지 않다며, QWER을 격려했었죠. 일본 걸밴드 애니메이션인 <봇치 더 록!>을 참조해서 기획된 걸밴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뮤지션이기 때문에,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제3의 유형으로 탄생할 수 있었죠.
https://news.nate.com/view/20251012n00620
이 가운데 오늘은 데뷔 2주년 이틀 뒤인 10월 20일부터 난데없이 진행되고 있는 <검색어는 QWER> 홍보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전후로 진행되었던 QWER의 음악적 방향성에 대해 먼저 살펴보아야만 합니다.
지난 7월 13일, QWER의 소속사는 <힙합 그룹이 되어버린 QWER과 선생님들 (Feat.넉살,한해) l 길을 잃은 QWER 1화>를 업로드했습니다. 그 당시 바위게들은 "이제 QWER이 힙합 음악도 하려나 보다!"라고 몹시나 흥분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인 7월 20일, <아이돌 데뷔조 QWER vs 피프티피프티 l 길을 잃은 QWER 2화>이 올라왔습니다. 이에 따라 <길을 잃은 QWER> 시리즈의 목적이 보였죠. QWER은 힙합 그룹이 되거나 (댄스) 아이돌로 데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들에게 남은 장르는 무엇일까요? 뽕짝? 재즈?
정답은 연이어 업로드된 <30년차 YB x 2년차 QWER l 길을 찾은 QWER 3화>에서 분명해졌죠. QWER이 가야 할 길은 '밴드'였습니다! <흰수염고래> 라이브 공연을 포함한 이 영상은 7월 27일에 업로드되었으며, QWER은 8월 1일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흰수염고래>를 부름으로써 대선배에 대한 경의를 표했습니다. 아울러 서울 단독 콘서트가 막 끝난 10월 6일에는 <흰수염고래> 뮤직비디오를 업로드하고 LP 판매까지 이어갔죠. 그녀들은 대한민국 밴드 계보의 한 페이지가 되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최근 강화된 QWER의 '밴드 서사'입니다.
이 시점에서 제게는 한 가지 뚜렷한 의문이 생겼죠. QWER의 밴드 색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돌' 측면이 축소될지 여부였습니다. 그녀들은 전성기 아이즈원과도 같은 아이돌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화려한 미모에 놀기도 잘 놀죠. 귀여운 것이라면 사죽을 못 쓰고, 실제로 멤버들의 방안에는 온갖 예쁜 인형과 굿즈들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살인적인 귀여움의 중심에는 히나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다른 멤버들 또한 외모에서 귀여움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히나가 미취학 아동 목소리로 내는 '스쿨존 창법'은 2025년 현재 어느 아이돌도 접근이 불가능한 귀여움의 심연으로 음악팬들을 인도합니다. 실제로 QWER의 메인 프로듀서인 이동혁(동동, 이즈리얼)은 이런 히나의 목소리를 100% 활용해서 <수수께끼 다이어리>나 <소다>, <검색어는 QWER> 등의 '귀요미 계열'을 구축했습니다. <고민중독>-<메아리>-<디데이> 등의 '벅차오름 계열'과는 구분되죠. 정말 전 세계 어느 밴드도 소화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계열입니다.
만약 QWER이 <눈물참기>나 <흰수염고래> 등 정통 K-락발라드 계열로 이미지를 굳힌다면, 제이팝 스타일의 개성이 옅어짐과 동시에 귀요미 계열도 설 자리가 애매해집니다. 한국 밴드의 정통성을 계승하겠지만, 그만큼 QWER만의 독특한 음악 색채는 희미해지겠죠. 그래서 저는 이왕 가지고 있는 독보적 개성을 무엇 하나도 포기하지 않기를 내심 바랐습니다. 특히 미성년 팬층을 두텁게 만드는데 '귀요미 계열'이 핵심이므로, 이 계열이 희석되어서는 안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물론 방구석 팬의 혼잣말에 불과하지만 말이죠.
2025년 10월 3일에서 5일까지 이어진 단독 콘서트에서는 수많은 곡들이 첫 무대를 선보이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검색어는 QWER>은 상큼한 안무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수줍은 바위게들이 눈이 부셔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니, 귀여움이 지나치잖아! 공연 3일째가 되자, XL 사이즈 수컷 바위게들은 저도 모르게 "오케, 오케!", "어때, 어때!" 안무를 따라 하고 있었습니다. 딱히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지만, 저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고 있었으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10월 19일(일) 저녁에 인천에서 있었던 [매들리 메들리 페스티벌]에서 QWER은 예상치 못하게 <검색어는 QWER>을 공연했습니다. 물론 보는 바위게들이야 좋아 죽겠지만, 이 곡이 다른 곡들을 제치고 페스티벌에서 선을 보일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요.
그리고 놀랍게도, QWER은 다음날인 10월 20일부터 <검색어는 QWER> 챌린지 쇼츠 영상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기세가 타이틀 곡 홍보 수준이었습니다. 타이틀 곡 또는 선공개곡인 <가짜 아이돌> 정도가 아니고서야, 이 정도 푸쉬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10월 초에 <흰수염고래>를 열창하고, 10월 중순 데뷔 2주년 팝업 스토어에서 "우리는 락 음악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born to rock)"이라고 선언했던 그녀들입니다. 그런데 10월 하순에 들어서더니, 곧바로 '아이돌'로 거듭 변신해서 깜찍한 안무로 '귀요미 계열'을 밀고 있습니다. 혹자는 묻겠죠. "아니, 이거 뭐야? 도대체 밴드야, 아이돌이야?" 정답은 뭐다? 둘 다입니다. 2023년 데뷔 때부터 그랬고,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럴 따름이죠.
저는 여기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역시 QWER과 소속사는 자신의 강점이자 개성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구나. 생각이 짧은 아재 팬이 괜한 걱정을 했네. 이거야말로 <검색어는 QWER> 가사 그대로잖아? "이런 것두 저것두 다 하고 싶단 말야. 딱 하나만 하는 건 참 어려운걸. 삐끗한대도 좋아, 뭐래도 나는 말야. 내가 참 좋단 말야!"
https://www.youtube.com/shorts/wCKlJpIZ-6c
2025년 10월 25일은 QWER이 <틱톡 어워즈 코리아 2025>에서 '베스트 인기상'을 수상하며 공연한 날입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바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공식 스케줄은 이것이 마지막입니다. 10월 말부터는 미국 투어를 시작하죠. 물론 시상식이 몰린 연말연초에 QWER을 다시 볼 것이란 기대는 있습니다. 하지만 시상식 등은 추첨에 당첨되어야만 참석이 가능하므로, 제가 표를 사서 들어가는 공연은 실질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이네요.
이날 공연은 세 가지 점이 특히나 팬들의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첫째, 그동안 무릎 이슈로 인해 콘서트에서도 부축을 받고 다녔던 쵸단이 드디어 목발 없이 걸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가볍게 뛰기까지 했죠. 월드 투어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인 바위게들을 위한 퍼포먼스였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T이다가도 QWER만 보면 F 감성으로 변하는 바위게들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그래, 그렇게 아프지 말고 건강히 미국 투어 잘하고 오렴!
https://www.youtube.com/watch?v=IKmDwSFpteA
둘째, 글로벌 팬들이 지켜보는 대형 무대에서, QWER은 최초로 <고민중독>을 하지 않았습니다. <고민중독>은 앞으로도 그녀들을 상징할 대표곡이 되겠지만, QWER은 <눈물참기>와 <디데이> 등 이번 앨범 주요 곡들로 승부를 보았습니다. 저는 <검색어는 QWER>을 했어도 참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을 보고자 하는 글로벌 케이팝 팬들은 예쁘고 귀여운 것에 가장 관심이 많으니까요. QWER이 글로벌 케이팝 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귀요미 라인'이 참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앨범으로 공연한다면, 저 두 곡이 대표임은 사실이죠.
마지막으로 셋째, 세계 케이팝 팬들에게 송출되는 대형 무대 최초로 팬덤 바위게들이 응원봉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QWER의 보컬 시요밍은 자신이 카메라 원샷을 받는 장면에서도, 정면을 바라보기는커녕 저 멀리 객석의 바위게들을 찾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습니다. 30년 동안 아이돌 판을 체크해 온 제게도, 정말 드문 사례입니다. 자기 얼굴에 포커스를 맞춘 카메라 원샷 상황에서 '한 눈을 판다'는 것은 소속사에게 꾸중을 들을 일입니다. 카메라 감독으로서도 황당한 시추에이션이죠. 기껏 포커스를 맞춰 놓았더니... 카메라를 째려봐도 부족할 판에 다른 곳을 보다니...
하지만 이게 바로 시요밍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귀멸의 칼날>의 주인공인 카마도 탄지로는 인생의 목표가 오직 하나입니다. 여동생인 네즈코를 오니에서 인간으로 되돌려놓는 것이죠. 그리고 오직 목표가 하나이기에, 무서운 집중력으로 단기간에 성장합니다. 카마도 탄지로처럼, 시요밍 또한 매우 단순합니다. 그녀가 오직 팬만을 생각한다고 말할 때, 그녀는 진심으로 오직 팬만을 생각합니다. 머리가 복잡하지 않으며, 그 때문에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집중력으로 많은 일들을 해냅니다. 팬과 음악, 그 두 가지 이외에 집중하는 목표가 달리 없죠.
그리고 지난 2년간 국내외에서 수많은 공연 경험을 쌓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응원봉을 흔드는 한 줌의 바위게들을 끊임없이 찾고 그들을 바라보며 힘을 얻습니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방송 카메라에서 시선을 뗄 정도로 말이죠. 무서울 정도의 단순함,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집중력. 시요밍이 앞으로도 더 많은 성취를 이룰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단순하다고 해서, 우리 시여이 바보 아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vsdnabtsErM
10월 26일(일) 정오, 3Y코프레이션은 월드 투어를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QWER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를 공개했습니다. 역시 최고의 예능감을 자랑하는 QWER답게, 30분이 넘는 영상 내내 오디오가 단 한 번도 비지 않았네요. 팬들은 당분간 콘텐츠 가뭄에 시달리겠지만, 그래봤자 한 달입니다. QWER이 많은 콘텐츠를 준비해 놓았다고 공언했고, 미국에서 라이브 방송 또한 할 것이라 선언했습니다. 그 외에 팬덤 바위게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쵸단 생일 카페 및 위스키 바가 공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바위게지만, 솔직히 바위게 좀 멋진 것 같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가수는 많지만, 내 가수를 위해 위스키바를 가수 생일날에 오픈하는 팬덤은 여태껏 없었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아이디어 자체를 내지 못했으니까요. 역시 사회 경험이 풍부한 남초 팬덤답습니다. 저도 위스키바를 손꼽아 기다리는 중인데요. 다음 글에서는 술 냄새가 좀 많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11월 1일 토요일 오후 4시 즈음, 성수동 쵸단 생일 카페에 갈 예정입니다. 저와 함께 QWER 이야기를 나누실 분들은 이때 뵙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QWER, 미국 잘 다녀와. 파이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134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