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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Nov 06. 2023

무모한 도전? 무한 도전!

브런치 작가 도전기

@pixabay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읽고 쓰기에 팔자 바꾸고 싶은 분들. 이 한 줄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나는 글쓰기에 목말라 있었다.

오래전부터 동화 작가가 꿈이었다. 정확히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거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겁니까?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담긴 그림책을 볼 때마다 작가의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도무지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한 자도 쓰지 못한 채 미뤄지고 또 미뤄지다 마흔이 되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어느 날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선포했다. 

"나 마흔다섯에 그림책 낼 거야. 그리고 50살이 되기 전에 책 5권 낼 거야." 

이렇게 하면 뭐라도 하겠지 싶었다.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주문하고 인터넷 강의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혼자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읽다 만 책은 쌓여가고 강의는 앞부분만 주야장천 돌려 보고 있었다. 점점 뒷전이 되어버리고 있던 중  마법처럼 브런치프로젝트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팔자 바꾸는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글쓰기를 시작할 수는 있겠지. 오매불망 기다리던 신청링크가 온 그날 주저 없이 신청을 했다. 그리고 첫 만남의 날, 패드와 필기구를 챙겨 들고 딸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만 공부하고 올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

혼자만의 시간이 될 리가 없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혹여 화면에 비칠까 슬쩍슬쩍 다가오던 딸아이의 몇 번의 방문이 있고서야 첫 번째 수업이 끝났다. 참여자가 무려 144명이라고 한다. 글 쓰고 싶은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괜히 위축되고 두려움도 생겼다. 나 무모한 도전을 한 걸까? 몇 번이고 잘하는 건지 되뇌고 또 되뇌었지만 기왕 시작한 거 해보자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보았다.


첫 과제부터 쉽지가 않다. 10개의 목록이 나올 내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사진첩을 뒤적이며 이야깃거리를 찾던 중 아이와 둘만의 데이트 사진들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모녀의 수상한 금요일이 탄생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식상할 수 있는 체험 리뷰지만 내 그림이 직접 들어간다면 빛나는 액세서리가 될 것이라는 피드백에 기분 좋은 한편, 짧은 시간에 글과 그림이 동시에 가능할까 하는 걱정도 생겼다. 그다음 과제가 바로 글을 쓰는 거였기 때문이다. 글 한자도 제대로 진행을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합격자가 나왔다. 그리고 봇물 터지듯 매일같이 합격했다는 톡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초조하고 마음이 급해졌다. 심지어 다들 이미 작가 경력이 10년 된 것 같다. 왜 이렇게 잘 쓰시는 건지. 또 한 번 나는 제대로 신청한 게 맞는가에 대한 좌절을 맛보았다.


그렇다고 제출 안 할 수야 없지 머리를 짜내고 또 짜내며 그전에 피드백받은 것과 합격자분들의 글을 읽어보며 힘껏 글을 고쳐보았다. 그 와중에 아이는 고열과 함께 감기가 걸렸고, 학교를 두 번 결석했다. 아이 열이 내리고 등교를 하니 남편이 3일 내리 고열이다. '오 신이시여~제발 저한테 옮게 하지만 마소서.' 의지가 면역력을 키운 것인가. 다행히 나한테 오지 않은 독감에게 감사하며 글과 그림을 겨우 완성시키고 떨리는 마음으로 작가신청을 했다. 하루동안 몇 번의 새로고침을 눌렀는지 모른다. 그리고 드디어 받은 합격 메일.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가라니. 책을 출간한 것도 수익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작가가 되었다. 물론 참여자분들 거의가 합격한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터, 하지만 큰 산을 넘은 기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무모한 도전이 아닌 무한 도전으로 바뀐 것이다. 앞으로 나는 계속 글과 그림으로 씨름을 하고 있을 것이고 크고 큰 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후회했다가 끝나면 헤헤거릴 내 모습이 눈에 훤하지만 뭐 어떤가. 등반의 기록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어느 그림책 위에 내 이름이 떡하니 적혀있겠지.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며 오늘도 머리를 쥐어짜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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