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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 무한 도전!

브런치 작가 도전기

by 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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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읽고 쓰기에 팔자 바꾸고 싶은 분들. 이 한 줄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나는 글쓰기에 목말라 있었다.

오래전부터 동화 작가가 꿈이었다. 정확히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거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겁니까?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담긴 그림책을 볼 때마다 작가의 머릿속을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도무지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사실 아직도 모르겠다) 한 자도 쓰지 못한 채 미뤄지고 또 미뤄지다 마흔이 되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어느 날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선포했다.

"나 마흔다섯에 그림책 낼 거야. 그리고 50살이 되기 전에 책 5권 낼 거야."

이렇게 하면 뭐라도 하겠지 싶었다.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주문하고 인터넷 강의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혼자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읽다 만 책은 쌓여가고 강의는 앞부분만 주야장천 돌려 보고 있었다. 점점 뒷전이 되어버리고 있던 중 마법처럼 브런치프로젝트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팔자 바꾸는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글쓰기를 시작할 수는 있겠지. 오매불망 기다리던 신청링크가 온 그날 주저 없이 신청을 했다. 그리고 첫 만남의 날, 패드와 필기구를 챙겨 들고 딸의 방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만 공부하고 올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

혼자만의 시간이 될 리가 없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혹여 화면에 비칠까 슬쩍슬쩍 다가오던 딸아이의 몇 번의 방문이 있고서야 첫 번째 수업이 끝났다. 참여자가 무려 144명이라고 한다. 글 쓰고 싶은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괜히 위축되고 두려움도 생겼다. 나 무모한 도전을 한 걸까? 몇 번이고 잘하는 건지 되뇌고 또 되뇌었지만 기왕 시작한 거 해보자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보았다.


첫 과제부터 쉽지가 않다. 10개의 목록이 나올 내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사진첩을 뒤적이며 이야깃거리를 찾던 중 아이와 둘만의 데이트 사진들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모녀의 수상한 금요일이 탄생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식상할 수 있는 체험 리뷰지만 내 그림이 직접 들어간다면 빛나는 액세서리가 될 것이라는 피드백에 기분 좋은 한편, 짧은 시간에 글과 그림이 동시에 가능할까 하는 걱정도 생겼다. 그다음 과제가 바로 글을 쓰는 거였기 때문이다. 글 한자도 제대로 진행을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합격자가 나왔다. 그리고 봇물 터지듯 매일같이 합격했다는 톡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초조하고 마음이 급해졌다. 심지어 다들 이미 작가 경력이 10년 된 것 같다. 왜 이렇게 잘 쓰시는 건지. 또 한 번 나는 제대로 신청한 게 맞는가에 대한 좌절을 맛보았다.


그렇다고 제출 안 할 수야 없지 머리를 짜내고 또 짜내며 그전에 피드백받은 것과 합격자분들의 글을 읽어보며 힘껏 글을 고쳐보았다. 그 와중에 아이는 고열과 함께 감기가 걸렸고, 학교를 두 번 결석했다. 아이 열이 내리고 등교를 하니 남편이 3일 내리 고열이다. '오 신이시여~제발 저한테 옮게 하지만 마소서.' 의지가 면역력을 키운 것인가. 다행히 나한테 오지 않은 독감에게 감사하며 글과 그림을 겨우 완성시키고 떨리는 마음으로 작가신청을 했다. 하루동안 몇 번의 새로고침을 눌렀는지 모른다. 그리고 드디어 받은 합격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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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작가라니. 책을 출간한 것도 수익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작가가 되었다. 물론 참여자분들 거의가 합격한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터, 하지만 큰 산을 넘은 기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무모한 도전이 아닌 무한 도전으로 바뀐 것이다. 앞으로 나는 계속 글과 그림으로 씨름을 하고 있을 것이고 크고 큰 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후회했다가 끝나면 헤헤거릴 내 모습이 눈에 훤하지만 뭐 어떤가. 등반의 기록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어느 그림책 위에 내 이름이 떡하니 적혀있겠지.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며 오늘도 머리를 쥐어짜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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