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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월 친구 구독 비용 75,000원

모임 회비를 빠져나올 용기

by 청년실격

디즈니플러스 8,000원이 아까워서 조명가게를 못 보는 난 매 월 모임 회비로 75,000원을 낸다.

이거 참 단가가 안 맞는다.


25년은 개인적으로 중요한 한해다. 결혼도 준비 중이고, 신혼집도 매수하려고 한다. 그래서 긴축이 필요하다. 가계부 어플을 열어서 이런저런 지출 항목을 살폈다.

내 소비는 크게 변동비와 고정비로 구분된다. 사연 없는 소비 없다고, 적다 보면 변동비는 다 쓸만한 돈이었다. 가령 갑자기 연락 와 조언을 구하는 후배에게 밥을 사준 지출이 있다. 그 돈 아끼자고 멋진 선배 놀이하고 N빵을 요구할 순 없다. 그런 소비가 언제 있을지 모르고, 나도 그런 지출은 기쁜 마음으로 쓴다. 따라서 변동비는 통제와 계획이 어렵다.


손 볼 건 고정비다. 그래야 효과가 즉각적이고, 누적된다. 통신요금 75,000원을 알뜰폰으로 바꿔서 매달 꾸준히 5만 원을 정도를 아낄 수 있듯이. 그런데 고정비 중에도 건들기 참 어려운 항목이 있다. "모임 회비"가 그렇다.


나는 꽤 여러 군데에 회비를 납부한다.


축구 동아리 회비는 월 10,000원이다. 구장비나 음료값에 쓰인다. 동네친구끼리도 회비를 걷는다. 여기도 10,000원이다. 분기정도 모였을 때 밥 값으로 턴다. 대학 동기들끼리 하는 모임 통장도 있다.

지난번 모임에서 목소리 큰 동기가 "우리도 회비 걷을까?"라고 불을 지폈고, 그런 신나는 이야기가 "아냐 그러지 말자"라는 의견으로 귀결되는 일은 없어서 또 하나의 회비가 시작됐다. 다행히 금액은 적다. 5,000원.

10,000원이었던 대학 동아리 회비는 올해부터 20,000원이 됐다. 물가가 올라서 만 원으론 1차도 안 된다는 게 총무 의견이었다. 가끔 경조사에 화한을 보내려면 20,000원 정도는 돼야 한단다.

회사 팀 모임 회비도 있다. 법인 카드로 정산이 어려운 항목을 위함이다. 워크숍에서 1,500원 참이슬은 법카로 마땅해도 글렌모렌지와 같은 위스키는 결재를 올리기 어렵다. 런 지출을 위해 매달 만원을 모은다. 이건 내가 막내라서 내가 통장 오너다.

이런저런 비용을 다 합치니 75,000원이 된다.


이제 결혼을 하면 모임도 줄어들겠지. 회비만 내고 잘 참석도 못하는 곳도 있어서 금액을 낮추거나, 그만 회비를 깨자고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초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애정 식은 티도 나고.

그래서 기존의 모임은 유지하되, 더 늘리지는 않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보고 싶은 사람들은 회비가 없어도 모인다. 게다가 요즘엔 정산도 얼마나 쉬운가.


앞으로는 누군가 "우리도 모임 통장 하나 열까?"라는 말에 강단 있게 "그러지말고 모일 때마다 N빵 하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그나저나 친구 구독료는 막 내면서 왜 OTT에 돈 쓰는 건 그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 조명가게 재밌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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