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의 미학

by 청년실격

시험 기간이다. 이번 기말고사만 넘기면 나의 대학 시절 시험기간은 사실상 끝이 난다. 다음 학기는 막 학기니깐, 시험 기간이랑은 별로 관련 없을 테다. (제발..) 나는 내 인생에 걸쳐서 긴 시간 동안 학생이란 직업을 가져왔다. 그리고 초, 중, 고. + 재수와 대학시절 시험 기간을 걸쳐 얻게 된 확신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공부는 필연적으로 “딴짓”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험기간에 하는 “딴짓”중엔, 꽤나 유익한 일이 많다. 나는 일단 시험기간에 많은 책을 읽는다. 아마 비시험기간 보다도 많이 읽는 것 같다. 독서는 죄책감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도 양심이란 게 있어 “시험기간에 핸드폰이 웬 말이냐”싶지만, 책 읽기는 면책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전공 책이나 관심 있어 읽는 책이나 어쨌든 둘 다 책이지 않은가. 시험 기간엔 그 어렵다는 “총, 균, 쇠”도 재밌다. 거꾸로 혹시 시험 범위가 “총, 균. 쇠”라면 전공 책도 재밌게 읽힐진 모르겠다.

또 다른 “딴짓”엔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다. 내가 정말 경영학을 전공하는 게 맞는 걸까, 라는 고민부터 “이딴 거 공부해서 뭐 먹고살지 “와 같은 현자 타임도 갖는다. 그런 현자 타임을 가진 뒤 내가 공부 말고 무슨 일을 잘하는지, 또 뭘 할 때 정말 행복한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어떻게 살지? “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낳고,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실존적인 질문도 던진다. 시험기간을 마주한 대학생 한 명은 철학자 한 명과 다름없다.

신문 읽기나 뉴스는 모르핀 급이다. 시험 기간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세상 모든 소식이 예능보다도 재밌다. 물론 정치야 시험기간 아닐 때도 스스로 예능이지만, 뉴스 광고부터 칼럼까지 세상엔 흥미로운 게 넘쳐흐른다. 평소엔 이 재밌고 유익한 걸 왜 안 보고 살았는지 내가 한심하기도 하다. 시험만 끝나면 다 해치워야겠다.

이제 온 마음을 잡고 공부하기 위해 책상에 앉는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정말 마음 딱 잡고 공부하려고 앉았는데 책상이 더러워 보인다. 나는 도대체 이런 책상에선 공부를 할 수 없다. 책상을 치우다 보니 “이왕 치우는 거 방도 조금 정리해볼까?” 싶어 온 방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청소를 시작하는 게 어렵지, 한 번 재미를 붙이면 깨끗해지는 게 쏠쏠하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독서도 했고, 인생에 대한 고찰도 했다. 시사 상식도 공부했으며 방 청소까지 끝마쳤다. 시험공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굉장히 알찬 하루를 보냈다. 이래서 어른들이 공부를 하라고 하나 보다. 공부를 할 때 생기는 “딴짓”중엔 유익한 게 많으니깐. 역시 어른들 말은 틀린 게 하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