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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훈 Dec 14. 2019

정의란 무엇인가?

토론을 할 줄 아는 나라의 여유

정의란 무엇인가? 2010년에 출판되어 한국에서 20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우리나라에도 인문학/사회과학 도서가 이렇게나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예시가 되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정한 정의에 대해 이렇게 목말라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나올 만큼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였다.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등 요약본과 해석본이 덩달아 인기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유명한 교양강의인 'Justice'를 기반으로 만들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 대학교와는 강의 방법 자체가 다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는 수업을 기반으로 만든 책이라길래 당연히 마지막에 교수님이 생각하는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무리 읽어도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읽으면 읽을수록 어떤 사안에 대한 질문만이 계속 추가될 뿐이다. 주입식 교육에 적응된 한국 학생인 나는 당황스러웠다.



책은 2004년 여름 미국 플로리다를 휩쓴 허리케인 찰리로 인해 생필품 가격과 건물 수리비가 폭등한 예를 들며 시작한다. 바가지요금을 받는 슈퍼 주인과 철물점 주인은 나쁜 놈들일까? 그렇다면 정부는 이들을 규제해야 하나? 반면에 시장경제에서 '공정한 가격'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 정부가 시장경제를 통제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반대로 폭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 있던 슈퍼와 철물점 주인들이 플로리다로 몰려가 더 빨리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개입해야 할까??



저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는 책 내용 전체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퍼붓는다.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이 막 유행하던 대학생 때는 책을 읽다가 포기했었다. 답은 안 나오고 계속 질문만 던지니 답답하기도 하고 어쩌라는 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읽으니 다양한 생각도 들고,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상 중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항상 나쁘지만은 않나 보다. 내일이 독서 모임을 하는 날인데, 어서 가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들어보고 내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뭔지 꼽는다면 나는 토론이 부족함을 말하고 싶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후 독재와 압축성장을 통해 우리나라는 빠르게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숙고하고 이야기하며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너무나도 부족한 것 같다. 당장 신문과 뉴스를 보아도 모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들에 대해 고민과 토론과 합의는커녕,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삿대질과 욕설만이 남아있다.



한 나라의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주 단식투쟁을 하는 나라도 아마 이 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무슨 지금이 조선시대라서 왕에게 목숨을 걸고 간언을 하는것도 아니고, 말로는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없으니 실시간으로 죽어가는 내 모습으로 협박하겠다는 건지. 책 표지에 나오는 것처럼 모두가 강의장에 모여 조용히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이기는 방향을 고민하는 그림은 과연 언제쯤 볼 수 있을까?



★4.5/5.0

- 토론을 할 줄 아는 하버드의 여유. 우리나라에선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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