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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훈 May 19. 2016

'고집스러운' 이탈리안 셰프 이야기.

낙성대 '와인식당 머머' 노지민 오너 셰프 인터뷰

1달 전쯤 친구가, 지인의 남자친구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다며 거기서 약속을 잡자고 했다. 낙성대에서 '고집스러운' 이탈리안 음식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가서 메뉴판을 훑어봤다. 그런데 메뉴판에서부터 '여기 뭔가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그날 먹은 음식과 와인은 '감동'이었다. 무엇보다도 오너 셰프님의 '눈빛'과 팬을 돌리고, 플레이팅을 하는 '행위'에서 열정과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다. 꼭 만나 뵙고 싶어서 친구를 통해 소개를 받았다. 그리고 이번 주 화요일 기대하던 만남이 이루어졌다. 



인터뷰어 : 전주훈 (이하 )

인터뷰이 : 노지민 셰프 (이하 )

인터뷰 날짜 : 2016년 5월 17일 (PM 3:00)


처음에 와인식당 '자나깨나' 로 읽었어요.

전: 안녕하세요. 오너 셰프로 계신 '와인식당 머머'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노 : 'murmur'는 영어로 속삭이다 라는 뜻이에요. 낙성대에서 가장 수준 높은 이탈리아 본연의 맛을 내는 곳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간이 좀 세다고 말해주시는 손님이 간혹 계신데요. 그때마다 이태리 본연의 맛은 원래 이렇다고 설명해 드리고 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판티니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 와 같이 가격 대비 향과 밸런스가 좋아 이탈리안 음식과 궁합이 좋은 와인을 선별해서 고객분들에게 부담 없이 제공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음식과 페어링된 와인을 경험하실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전 : 음식에 대한 고집이 느껴집니다. 낙성대에서 경쟁상대로 보고 있는 레스토랑이 있으신가요?

노 : 없습니다. (단호) 



전 : 자부심이 대단하네요. 유년시절을 러시아와 이탈리아에서 보냈다고 들었어요. 

노 : 어머니가 성악을 하셔서 외국에 함께 나가게 된 케이스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러시아, 이탈리아에서 지냈습니다.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가 23살 때 러시아, 독일로 요리를 하러 떠났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전 :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요리를 시작하는데 영향을 많이 미쳤나요?

노 : 그렇죠. 아무래도 외국생활을 하면 향신료, 식자재에 대한 접근성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좋거든요. 다양한 나라의 요리도 쉽게 접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요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엉뚱하게도 친구들이 제가 끓여준 라면이 제일 맛있다고 해줘서였어요. 칭찬받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때의 기분 좋음을 고이 간직했기에 지금까지 요리하게 된 거 같아요. 촤하하



전 : 흠.. 그냥 셰프님을 이용한 거 같은데.. 근데 저도 유년시절을 뉴질랜드에서 보냈거든요. 그때 매주 열리는 동네 BBQ 행사를 빼놓지 않고 방문했죠. 그리고 실제로 가판대에서 수제 소시지를 훈연해서 팔았었는데 친구, 가족들이 너무 맛있게 먹어줬어요. 그때 경험이 밑바탕이 돼서 지금까지 고기, 외식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촤하하하

노 :......


라면의 깨달음.

전 : 라면을 통한 깨달음이 있고,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하셨나요?

노 : 18살 때 동네 조그만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대학은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했어요. 1학년 때 코엑스에서 열린 조리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학교에 대한 흥미를 잃었어요. 더 이상 학교에서 배울게 없다고 생각돼서 과감하게 자퇴를 했습니다. 



전 : 그러다가 언제 해외로 나가신 건가요?

노 : 23살 때 러시아 쌍떼 부르크의 퓨전 한식당의 조리사 및 통역으로 현지에 나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1년 반 동안 일을 배웠고, 이후에는 독일 호텔에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조리법과 음식을 몸에 익힐 수 있었어요. 



전 :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셨군요. 돌아와서 오너 셰프가 될 때까지 이야기를 해주세요.

노 : 네.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나서는 한국에 정착하고 싶었어요. 돌아와서는 이태원 게코스 가든,  청담동 리스토란테 에오, 합정도 리얼 메이드, 최현석 셰프의 테이스티 블루바드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오너 셰프가 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되어 2년 전 이곳 낙성대에 '와인식당 머머'를 오픈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심플리 인디아

전 : 잠깐만요. 게코스 가든 총주방장이었고 현재 안암 오샬 오너이신 이영섭 셰프님 아시나요? 저와 같이 대학로에서 지금은 사라진 '심플리 인디아'를 함께 했었죠.

노 : 네 알죠.....

.

.

.

(한참 동안 겹치는 지인들에 에 대해 이바구 ㅎㅎ)


이거 간판 만든 사람 업드려.

전 : 근데 왜 하필 낙성대였나요? 

노 : 이미 너무 뜬 상권보다는 앞으로 뜨게 될 상권을 세심하게 골랐어요. 낙성대 상권은 독특한 가게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으면서 현재는 예전의 낙후된 분위기에서 반전에 성공했어요. 현재 30%가 로컬 손님이고, 나머지 70%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손님들이에요. 상권이 살아난 거죠. 그리고 로컬에서 확실한 수요층이 존재하는지 고려했어요. 데이트하는 서울대생, 교수님을 모시는 대학원생, 회사원들, 동네 주민 등등 괜찮은 수준의 다양한 손님 계층이 저희 가게를 꾸준히 찾아주시고 있어요. 



전 : 장사는 잘 되시나요?

노 : 지금은 어느 정도 로컬 맛집으로 자리 잡았고, 확실이 예전보다는 많이 올라왔습니다. 7월에는 확장 리모델링 공사도 준비하고 있어요. 



전  : 부럽습니다. 그래도 처음에 오셔서는 많이 고전하셨을 거 같아요.

노 : 물론이죠. 이름 없는 셰프가 요리만 잘해서는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너무 힘들어요. 처음에 오픈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감이 잘 안 왔어요. 당시 낙성대 주변은 싼 음식을 먹는 상권이었고,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이 많아서 섣불리 비싼 메뉴를 넣지 못했어요. 2년 동안 조금씩 단골들을 확보해 나가면서 단계적으로 좋은 재료를 쓰고 이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올려나갔어요. 고객들의 가격 민감도를 천천히 극복해 나간 셈이죠. 쉽지 않았지만 음식은 정직해요.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제공하면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전 : 이제 어느 정도 자리 잡으셨으니, 추구하는 요리 스타일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노: Contemporary Italian 음식을 하고 싶습니다. 


전 : 좀 쉽게 설명해 주세요.

노 :  Contemporary라고 하면 훌륭한 제철 로컬 재료를 사용해서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 조리법으로 요리하는 트렌드를 말해요. 현대 조리기법은 점차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어요. 가령 한국의 발효 조리법을 이용해서 계란 노른자를 발효시켜 파마산 치즈맛을 내는 외국인 요리사가 있고, 수비드 계란 조리법은 유태인의 

조리법에서 발생했지만 지금은 모든 셰프들이 사용하고 있어요. 부수적인 요소인 인테리어, 서비스, 기물 등에 힘을 빼고 음식 본연의 의미와 식재료에 더 힘을 준다고 보면 돼요. 소박한 식당에서 먹는 훌륭한 음식이라는 bistronomy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contemporary Italian을 하고 싶은 거니, 다양한 조리법을 cross-over 하되 요리의 기본적인 뿌리는 이탈리안 요리에 두고 싶어요. 


마시모 보투라. oops I dropped lemon tart. (출처 : youtube) 

전 : 가장 닮고 싶은 요리사를 한 명 얘기해 주세요.

노 : 저는 개인적으로 마시모 보투라 라는 이탈리안 셰프를 제일 좋아합니다. 이분은 전통적인 조리법을 완벽하게 해체하지 않고, 본인만의 훌륭한 조합을 통해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마시모 보투라의 시조를 이어받아 한국 전통 발효방식과 , 분자요리를 접목한 이탈리안 요리를 하고 싶어요. 

전 : 저 얼마전에 넷플릭스에서 그분에 관한 동영상을 봤는데 감동이었어요. 


가지 카포나타(출처 : http://blog.naver.com/raonj)

전 : 노지민 셰프의 시그니처 플레이트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노 : 요리의 맛의 균형과 조화는 정교하게 맞추지만, garnish나 플레이팅을 할 때는 자연스럽고 강한 느낌을 추구합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겉보기는 러프 하지만 먹어보면 정돈되어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트러플 파스타 (출처 : http://blog.naver.com/raonj)

전 : '와인 식당 머머' 의 추천 메뉴는?

노 : 일단 저희 주방팀은 항상 계절별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 항상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단 강렬한 이탈리안 본연의 맛을 보고 싶으시다면 매니저에게 메뉴판에 없는 요리에 대해서 물어보시면 됩니다. 제 추천 메뉴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란파스타

- 어란 파스타

- 트러플 파스타

- 가지 카포나타

- 라비올리

- 양고기 라자냐 


와인식당 머머 전경 (출처 :http://blog.naver.com/raonj

전 :  확장 리모델링 공사를 하신다고 좀 전에 얘기해주셨잖아요. 더 얘기해주세요.

노 : 현재 '와인식당 머머' 옆의 있는 미용실 공간을 7월에 저희 공간으로 합칠 계획입니다. 2가지 이유 때문에 리모델링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첫째는 더 많은 메뉴들도 선보이고, 좀 더 섬세하고 매끄러운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와인식당 머머느 주방 2명, 홀 매니저 한 명이 전체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메뉴와 서비스를 발전시키려면 인력이 더 필요한데요 확장해서 매출을 올려서 안정적으로 주방 3명, 홀 2명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곳을 좀 더 강력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포지셔닝하고 싶어요. 이탈리아 음식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하고 더 이상 딴 곳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고객들한테 전달하고 싶어요. 본인의 캐릭터가 확실하지 않으면 요즘 살아남기가 힘들어요. 리모델링의 목표는 로마나 피렌체에 있는 동네 레스토랑을 그대로 한국 이곳 낙성대로 옮겨오고 싶어요. 이탈리아 여행을 가서 저녁 느지막이 소박한 골목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는 이국적인 정취를 만들어 내려고 해요. 음식은 당연 이탈리아 본연의 맛을 강화할 것이고요, 공간에 들어가는 모든 접시, 식기류를 비롯한 모든 소품들은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와서 채워볼 생각입니다. 기대해주세요!



전 : 요리 잘하는 요리사가 독립하고 나왔다가 망하는 케이스를 많이 봤어요. 왜죠?

노 : 보통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 전략이 없고, 어떤 컨셉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 감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요리에 자신이 있으면 고집이 세고 시야가 좁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게 되면 쉽게 망가지게 되더라고요. 이름이 없는 요리사는 중간 가격대로 시작해서 차근차근 단골을 확보해 나가면서 가격대를 올려나가야 성공 가능성이 있어요. 머머도 같은 케이스였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요리를 처음부터 무턱대고 하면 안 되는 거 같아요. 마찬가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하는 거 같아요.


연희동 몽고네

전 :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노 : 연희동 몽고네를 추천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싸고 맛있어요. 파스타의 기승전결이 명확합니다. 어떤 맛으로 들어와서 어떻게 맛의 변화되는지 명확해요. 몽고네 파스타처럼 파스타는 순차적인 맛의 단계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희동 몽고네는 3달간 휴식기를 가진 후 캐주얼 컨셉으로 재오픈, 압구정에 몽고네 지점이 새로 생긴다고 함.)



전 : 셰프님이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신조가 있다면?

노 : 맛에 대해서 만큼은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이탈리아 본연의 맛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요. 절대로 남들이 다한다고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례로 많은 한국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화덕으로 굽지 않은 피자를 팔고 있습니다.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아이템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단지 고객이 원한다고 눈높이를 낮춰서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저의 가치관에 반하는 고객의 요구에 당당히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오너 셰프로서의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키워왔고요. 우리나라 외식업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을 버는 게 쉽지 않아요. 하지만 젊고 패기 넘치는 요리사로서 손님 눈치 안 보고 저만의 요리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젊고 패기넘치는 이탈리안 셰프의 고집스러운 도전이 기대된다. 

7월에 리모델링하면 다시 가봐야겠다. 


by 전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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