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
https://brunch.co.kr/@joohoonjake/21
이 글이 페북에서 생각보다 많이 공유되었다. 별 내용은 없는 글이었는데 '측은지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ㅠㅠ. 그 다음 날부터 혼자 있는 홈클 사무실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대기업 신사업팀, 기자, 유명 스타트업 대표님, 스타트업 지망 대학생, VC, 조선소 청소업체 (?) 등등.. 대부분 단순한 네트워킹 및 호기심으로 스쳐 지나갔지만, 그중에서 몇몇 분과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찾아오신 분들은 내가 1년 넘게 홈클을 운영하면서 했던 고민, 시장으로부터 받은 피드백들을 테스트하면서 체득한 'field report'에 대해서 주로 궁금해하셨다. 오늘은 그 '필드 리포트'를 기반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3가지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해서 예전에 한번 쓴 적이 있다. 참고하시길.
https://brunch.co.kr/@joohoonjake/8
o2o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보통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수요자' 두 사이드로 나뉜다. 그리고 플랫폼상에서 양 사이드 간의 거래가 일어난다. 제일 먼저 과연 우리 플랫폼을 통해서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검증해야 한다. 효율적인 거래의 핵심은 플랫폼 상에서 서로 상대방 사이드를 잘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플랫폼에서만 상대방을 찾을 수 있으면 베스트다.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수요자는 서로 상대방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market에 따라 더 '귀한 사이드'가 존재한다. 귀한 사이드란 보통 거래의 핵심이 되는 열쇠를 쥐고 있다. 나는 이렇게 플랫폼에서 좀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귀한 사이드를 '갑(甲) 사이드'라고 부른다.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수요자 중에서 '갑 사이드'가 정해지면 가장 많은 자원과 역량을 투입해서 이들이 플랫폼으로 유입될 수 있는 채널을 설계하고, 유인책을 기획해야 한다. 이때는 빠른 가설 설정과 실행을 통해서 '갑 사이드'의 특성과 이들이 무엇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빠르게 배워야 한다.
홈클의 예를 들어 보자. 온라인 가사도우미 시장의 '갑 사이드'는 가사도우미이다. 온라인으로 믿을 수 있는 가사도우미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실력있는 가사도우미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업자가 실력있는 가사도우미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홈클팀은 가사도우미가 플랫폼으로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채널을 심혈을 기울여 구축했다. '홈클 일자리 사이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유입 지표 관리, UI/UX 개선, viral 마케팅을 통해 우수한 가사도우미가 '홈클 일자리 사이트'를 통해 안정적으로 홈클 플랫폼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였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갑 사이드'는 게스트들에게 집을 제공해 주는 호스트이다. 에어비앤비 초창기에 창업자들이 일일이 호스트들을 방문하고, 무료 사진기사를 고용하면서 호스트를 모으기 위해 애쓴 이야기는 유명하다.
수수료 구조도 숙소를 제공하는 쪽에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Expedia, Agoda와는 달리, 에어비앤비는 전체 수수료 15% 중, 호스트는 3%만 부담한다. 나머지 12%는 '을 사이드'인 게스트가 부담한다. 이렇게 플랫폼 사업자는 '갑 사이드'에게 차별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플랫폼에 잡아두려고 애를쓴다.
1) '갑' 사이드가 어느 쪽인지 정의하고,
2) 그들이 플랫폼으로 안정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단단한 채널을 구축하는것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하는 첫번째 미션이다. 미션을 달성하면 '을 사이드'는 뒤따라서 자연스럽게 유입되기 시작한다.
o2o 비즈니스에서는 핵심 operation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중개 수수료이던, 부분 유료 화이던, 광고수입이던, 반드시 핵심 operation에서 수익이 나와야 한다. 가끔 어떤 분들은 현재 operation을 통해서는 돈을 벌 수 없지만, 나중에 유저가 충분히 모이면 대단히 수익성이 높은 다른 사업으로 손쉽게 확장할 것이고 그때부터 돈을 벌 계획이라고 한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업은 불확실성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과정이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가설을 붙여서 불확실성을 높일 필요는 없다. 시간과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라면 궁극적으로 해야할 사업에 뛰어들어서 가설을 검증하고 달려나가야 한다. 왜 굳이 나중으로 미뤄야 하나? 그럴듯한 덫을 쳐놓고 거기에 걸려든 사용자들을기반으로 무엇인가를 하겠다? 유저들은 멍청하지 않다.
O2O 비즈니스는 업의 특성상 양 사이드를 성장시켜야 하고, 오프라인상의 '노가다'가 수반되기 때문에 순수 온라인 비즈니스처럼 아름다운 J 커브를 그리면서 성장하기 힘들다. o2o 비즈니스에서 트래픽을 모아서 나중에 뭔가를 해보겠다는 전략은 너무 힘들다.(카카오 택시도 힘들어한다.) 이 전략을 고수한다면 적어도 유저 입장에서 '핵심 operation 서비스'를 쓰는 목적과 '돈이 벌리는 서비스'를 쓰는 목적이 일치되어 있어야 한다.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론칭해서 유저들을 모으고, 유저들에게 비싼 세제를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청소가 귀찮아서 홈클을 쓰는 사람한테 고급 세제를 사라고 들이미는 꼴이다. 홈클에서 테스트를 해봤는데 역시 반응이 좋지 않았다. 반면 홈클 앱에서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beta 론칭했을 때는 반응이 뜨거웠다. 집안일이 귀찮은 사람은 드라이클리닝 맡기는 것도 귀찮아 한다. 즉 홈클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목적이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이용하는 목적과 잘 일치되었기 때문에 호응이 좋았다.
위대한 스타트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스타트업이 위대한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설계는 스타트업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operation 1건당 남는 이윤, 성장 속도(growth), burn rate, 남아있는 돈을 계산해 보자. 간단한 계산 몇 줄을 통해 폴 그래이엄이 말하는 'default dead' 여부를 알 수 있다. 돈이 남아있는 동안 성장해서 BEP에 도달할 수 있다면 'default alive'이고,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이익이 충분치 않아서 BEP에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default dead'이다. 'default alive'이라면 앞으로 여러 멋진 계획을 세우면 되고, 'default dead' 라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모든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 회사의 존망을 투자자에게 맡길 순 없지 않은가?
핵심 operation으로 돈을 벌려면, 우리 서비스만의 확실한 '엣지'가 있어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엣지를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서비스 수요자'는
- 검증된 서비스 공급자에게
- 정해진 서비스 프로세스를 통해
- 높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공급자'에게는
- 손쉽게 거래 대상을 찾을 수 있고
- 제대로 된 보상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이처럼 서로에 대한 신뢰(믿음)를 가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설계해야 한다.
양 사이드가 서로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가지게 될 때 플랫폼은 '엣지'를 가지게 된다.
홈클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 명확한 서비스 프로세스를 개발했고, 엄격한 면접 프로세스를 통해서 홈클의 플랫폼을 이해하고 우리와 fit이 맞는 서비스 공급자만 엄선해서 플랫폼에 유입시켰다. 또한 투명한 가격체계와 신뢰도 높은 정산시스템을 개발했다. 우리만의 엣지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나 뽑아서 대충 연결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엣지를 유지하는 것이 예쁜 그래프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경쟁사 중에는 예쁜 성장 그래프를 만들고,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방목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곳도 있었다. 서비스 공급자가 애초에 자기의 임금을 정할 수 있었다. 나는 5만 원짜리, 나는 4만 원짜리가 되는 것이 가능했다. 아무나 플랫폼에 참여하면서 규모 확장은 빨리 진행되었을지 몰라도 플랫폼 고유의 엣지는 없어졌다. 마케팅을 멈추자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우리 서비스가 엣지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신규 유입고객 지표와 서비스 재구매율 지표를 주의 깊게 보면 된다. 홈클은 매니저 유입과 고객 재구매율 지표를 매주 끈질기게 추적했다. 매주 회의에서도 두 가지 지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If you can't measure it , You can't manage it."
피터 드러커가 한 말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측정을 할 수 있어야 관리할 수 있고 목표 달성을 위한 action plan도 짤 수 있다. 홈클팀은 매주 15명 매니저 유입과 고객 재구매율 75%를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거의 매주 달성했다. 지표 관리를 통해 서비스의 엣지를 날카롭게 유지할 수 있었다.
o2o 플랫폼 성장을 위해서는 3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1. 양 사이드에 대한 명확한 이해
2.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 설계
3. 서비스 엣지 확보
그리고 스타트업의 꽃은 실행력이다.
'Idea - Execution = Shit'
실행 없는 아이디어는 똥쓰레기.
By 전주훈
joohoon@homc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