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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삼분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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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훈 Jul 05. 2017

삼분의일 창업이야기

나만 알고 싶은 이야기

삼분의일 창업의 시작은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어! 될까? 될 거야! 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창업을 해버렸다. 


"왜 매트리스야?" 

라는 질문을 받으면 기회가 보였고, 실행에 옮겼다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이 대답 안에는 고민, 불안, 도전, 용기가 녹아있었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2016년 가을 Next Zinus를 만들어보자! 결심을 내린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두려움을 밀어내고 '실행'에 옮겼다. 




대우인터내셔널에서 고기 담보대출 심사역이 나의 첫 직장이었다. 육류업체에 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일. 고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해체하고 담보를 잡게 될 줄은 몰랐다. (고기에 대해서 책까지 쓸 줄은 더 몰랐다.) 그런데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들과 일하는 건 너무 재밌었다. 막연히 사업을 하고 싶어서 종합상사에 들어왔는데 옆에서 사업하는 사장님들을 지켜보니 감정이입이 되어서 나도 열심히 일했다. 덕분에 일을 빠르게 배웠고 생각보다 빨리 회사를 나와서 창업을 하게 되었다. 


가사도우미 플랫폼 '홈클'을 창업했다.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하다가 청소팀을 꾸렸다. 투자를 받고 집 청소로 피봇팅 한 케이스였다. 머릿속에서의 비즈니스는 완벽했다. 앱으로 고객과 가사도우미를 연결시켜 주고 매칭 알고리즘을 고도화해서 최적의 가사도우미를 찾아주겠다는 시도였다. 하지만 잘 안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로... https://brunch.co.kr/@joohoonjake/21)


회사를 닫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창업보다 폐업이 33.3배 정도 더 어렵다. 그리고 아프다. 나의 모든 것을 올인했던 사업을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기분은 견딜 수 없었다. 이 기분을 떨쳐내려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몸을 혹사시켰다. 누구나 만나면 얼굴이 썩었다고 했다.  




다음 창업 아이템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사업 정리하면서 진 빚을 갚기 위해서 하루 2시간씩 자면서 일했다. 대기업 컨설팅 용역이 대부분이었는데 6개월간 밤낮없이 일해서 빚을 거의 갚았다. 그 결과 만성 수면 부족과 불면증이 동시에 찾아왔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수면'이 엄청나게 큰 인생의 문제였다는 사실을 내 몸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작은 문제를 해결하면, 작은 비즈니스가 되고, 큰 문제를 해결하면, 큰 비즈니스가 된다. 

지난 사업을 하면서 배운 점이다. 


나는 '수면'이라는 문제를 풀고 싶어졌다.


첫 번째 제품은 매트리스로 정했다. 당시 지누스가 아마존에서 폭풍성장을 하고 있어서 나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지누스의 매트리스 비즈니스를 '글'로 배운상태였고, 고등학교 때 친구(훗날 삼분의일 CPO)가 매트리스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서 폼 매트리스 공장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공장 사장님께 매트리스 사업을 하고 싶다고 찾아갔고 폴리우레탄 이야기와 사장님의 엔지니어 감성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무엇보다 폼의 밀도와 경도를 조절해서 만든 여러 폴리우레탄 폼을 조합해서 나한테 꼭 맞는 매트리스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조합하고 또 조합하고 조합했다.

기본적인 폴리우레탄 물성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법을 배운 후부터는 내가 원하는 느낌을 찾기 위해서 레이어 조합을 바꿔가면서 테스트를 했다. 내가 원하는 느낌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1) 물 위에 떠있는 느낌 (무중력 느낌)

2) 너무 푹 빠지지 않고, 내가 딱 원하는 정도만 파묻힐 것

3) 고반발과 저반발의 중간 느낌 


매일 폴리우레탄 밀도, 경도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몰입하다 보니, 그동안 시장에는 없었던 layer 구성과 조합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대로 조합해서 테스트해보니 내가 찾던 그 느낌이었다. 


layer  설계와 수면 복기했던 필기들..

바로 퀸사이즈 매트리스로 만들었고 용달차로 싣고 집으로 향했다. 내가 만든 매트리스 위에서 첫날밤은 행복 그자체였다. 


안주하지 않고 바로 다음날부터 어떤 점을 개선해야겠다 싶은 것들을 리스트업 하고 하나씩 개선해 나갔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첫 번째 프로토타입은 1주일이 지나면서 개선할 점이 많이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도 궁금해서 같은 스펙으로 몇 개 만들어서 주변에 제공했다. 그리고 1시간씩 인터뷰하면서 최고의 매트리스를 만들어 나갔다. 




베타테스팅을 하면서 제품의 개선에 개선을 거듭했다. 총 12번의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들었다. 각 프로토타입별로 30명씩 테스트를 하고 집요하게 인터뷰를 했다. 공장 사장님이 감동하셨다. 보통 업계에서는 모델 체인지를 3년에 한 번씩 하는데 나는 6개월에 10번의 모델을 만들어냈기 때문. 이번이 마지막 프로토타입이겠거니 할 때마다 새로운 수정사항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제는 대충 아무 스펀지나 스윽 눌러도 대략적인 밀도와 경도를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집에도 10개의 매트리스가 쌓였다..

첫 번째와 네 번째 프로토타입


매트리스에 대한 집착이 1년을을 넘어가면서 주변 사람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주기 시작했다. 캡스톤파트너스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으로부터 제품 출시 전에 투자를 받게 되었고, 주변인들도 샘플을 구입해서 의견을 주기 시작했다. 정식출시 전인데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예비부부들도 생겨났다.




꼭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수면과 매트리스의 내러티브를 좋아해 줬다. 제품에 진심을 담고, 브랜드에 비전을 새기려고 애를 썼는데 감사하게도 사람들이 알아봐 주었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져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만들었다. 그리고 계속 개선했다. 매트리스에 미친놈이 되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이때를 뒤돌아 보면, 내가 이걸 어떻게 했지 싶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을 보면 언제 다할까 싶다. 

근데 해볼 만한 여정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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