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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nk Glove May 12. 2021

게으름뱅이 직장인 미국 대학원에 가다

(4) 돈이 든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바로 진학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학교를 벗어나 돈을 벌고 싶어서였다. 대학을 다니면서 병행했던 사무직 알바가 나름 적성에 맞았고 갚아야 할 학자금도 있었다. 적성에 잘 맞지않았던 전공 탓도 있는 것 같지만 적성에 꼭 맞는 전공이란게 있기는 한 걸까. 미국에서 대학원에 진학을 하게되면 정부에서 받았던 대학 학자금은 대학원 졸업까지 유예가 되지만 갚아야할 학자금 금액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꼬박꼬박 잘 들어오는, 나름 괜찮은 액수의 월급을 포기하기도 싫었다. 그렇게 졸업 후 10년이 지나서 나는 회사에서 새로 제공하는 베네핏을 보고 대학원에 갈 마음을 먹게되었다. 학위를 받는 교육에 한해 1년에 일정 금액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을 듣자, 어디 한번 회사일을 병행하며 대학원을 다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로컬 대학 웹페이지에서 전부터 관심이 있던 전공 담당 교수님께 무작정 면담을 부탁드리는 이메일을 보냈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시간을 내주신 교수님 덕분에 대학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1과목 수강부터 시작했는데 지난 학기에는 2과목을 처음으로 들어보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A학점으로 마무리 했다. 2과목을 듣는데 학교에 낸 비용은 대략 3,500달러 정도. 책은 사지 않았지만 올드스쿨이라 프리젠테이션을 전부 프린트해서 공부했는데 거짓말 안 보태고 500달러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집에서 했으면 더 쌌겠지만 두꺼운 프린트를 뚫어서 책처럼 마무리 하는 작업까지 집 근처 Office depot에 비용을 지불했다. 온라인 수업이라 그 외 비용은 크게 들지 않았지만 학비로 낸 3,500달러에 포함된 학교 시설 이용료는 제대로 뽕을 뽑지 못한듯 하다. 도서관 몇번 이용한 정도. 1년에 6~7과목 정도를 듣는 것이 목표라 연말이 되면 학비 지출은 대략 8,500 달러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 이후 사무실 출근하게되면 프리젠테이션은 회사에서 프린트 해야겠다.

만약 내가 대학원 입학 시험인 GRE를 들어야했으면 수업료, 책값 및 수험료를 포함한 비용이 최소 1000 달러이상 추가로 들었을 것 같지만 다행히 10년의 경력을 인정받아 면제 받았다.

노트북은 집에 원래 있던 것을 썼지만 손에 익은 최신버전 MS Office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싶어 200달러 정도 주고 샀는데 바로 그 다음주에 학생 할인으로 99달러 광고 이메일을 받아서 속이 조금 쓰렸다.

필기구와 노트는 원체 욕심이 많아서 많이 사뒀었는데 프린트물로 공부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쓰진 않았다.

그리고 과제를 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논문이나 자료등을 구매하는 데 100달러 정도 쓴 듯하다. 물론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세이브 가능한 금액이지만 나는 항상 코앞에 닥쳐야 자료 조사를 시작하니까.

이래저래 대략 9천에서 만 달러 가량 지출 될 듯 하다.

내가 사립 대학이나 UGA같은 타주 대학, 혹은 밴더빌트 같은 유명대를 지원했다면 아마 금액은 50%이상 더 들었을 것 이다. 하지만 나는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시간이 맞으면 온라인이 아닌 실제 수업을 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학교를 원했고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대학원생들이 대다수가  아닌, 직장인들이 많이 듣는 수업을 원했다. 친구가 추천한, UT Knoxville 주말에만 수업을 한다는 MBA를 고민 하기도 했지만 비즈니스 전공이 아닌 내가 추가로 들어야할 필수 수업들이 있어 마음을 접았다. 그리고 매 주말 왕복 4시간씩 운전해서 가야하는데 내가 2년을 포기하지 않고 다닐 수 있을거란 자신이 없었다. 결론은 지금 학교가 만족스럽다. 더더군다나 이걸 왜 배우나 싶었던  대학시절의 교양수업 같지 않은, 내일 당장이라도 직장에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을 배운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 그와 동시에 나의 지적 허영심도 110%만족시켜주고 있다.


작년에 갑자기 명품백에 꽂혔던 시기가 있었다. 10년이나 직장생활을 했는데, 나름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샤넬가방 하나 맘편히 못 사나 싶어 우울했던.

지난 주 간만에 네쉬빌의 백화점에 가서 LV, 구찌, 샤넬 매장을 쭉 돌아보고 왔다. 특히 샤넬 매장에서 가방을 보다가, 문득 이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샤넬 가방 하나 값 대신 대학원을 선택했다.'

그러고나자 신비하리만치 더이상 욕심이 나지 않았다. 예전처럼 우울하거나 아쉽지도 않았다. 대학원 졸업하고 나면 스스로에게 주는 졸업선물로나 하나 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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