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마감인 사람

게으른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마법

by 장주인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오늘로 28일 차, 꽉 채운 4주가 되었다. 하려던 걸 못하고, 그것 때문에 더 우울해져서 그 이후의 모든 계획도 틀어져버리는 악순환에 대한 글​이 첫 시작이었다. 왜 갑자기 혼자서 매일 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간 늘 글쓰기를 미뤄왔던 이유는 완벽하게 쓴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 마음 덕에 얻은 건 결국 2년간의 공백. 조금은 다른 사람, 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나 보다. 나의 강점은 꾸준함, 성실함이라면서. 그러면 부족하더라도 매일 올리는 건 할 수 있을 거 아냐. 그냥 하자! 아마 이런 생각의 흐름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은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중이다. 글을 쓰기 위해 약 한 시간 반이 남은 상황인데, ‘오늘은 그냥 넘어갈까. 하루쯤은 괜찮지 않나’ 생각하던 차였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생각하는데 오히려 더 시간을 많이 썼는지도 모르겠다. 뭐라도 올리자 하는 생각에 다시 브런치를 켰고, 초심을 잡기 위해 매일 쓰기 챌린지의 시작이 된 글을 보고 온 거다. 그리고 거기엔 또 오늘의 나 같은 애가 있었다. 약간 계획이 틀어지면서 아예 하루를 다 망쳐버리고 마는.


자정이 되기 전에 그 글을 봐서 다행이다. 그리고 또 이렇게 무언가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다. 오늘의 원래 계획은 다섯 시 반에 퇴근하여 이른 저녁으로 닭가슴살을 가볍게 먹고, 가계부를 좀 정리해 보고, 8:50에 플라잉 요가 수업까지 다녀온 뒤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였다. 그런데 갑자기 급한 업무가 치고 들어와서 퇴근이 늦어졌고, 이에 따라 밥시간도 늦어졌으며, 그 시간에 밥을 먹으면 플라잉 요가를 할 수 없고(역류 이슈...), 요가를 먼저 갈 거면 밥시간이 밤 10시 이후로 더욱 늦어지는 상황이 돼 버렸던 거다. 그 원망스러운 업무를 하면서 괜스레 보상심리가 생겨 과자도 두 개나 주워 먹었다.


그 기운이 퇴근을 한 후에도 이어져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몸에 나쁜 음식들이나 먹어버릴까 어차피 망친 거 하며 잠시 이성의 끈을 놓았다가...


그나마 정신을 붙들고 친구랑 회를 먹었다. 요가도 안 가고 평소보다 과식을 하긴 했지만 나름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먹어서 다행이었다. 이후에 집에 와서가 문제였다. 배가 부른 채로 와서 그런지 계속 늘어졌다. 더 살찌는 걸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축하며 천도복숭아를 한 알 집어먹었고, 냉동실에 잠자고 있던 저당 아이스크림을 괜히 하나 꺼내서 먹었다. 그리고는 세수도 아직 안 했으면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잘 시간도 아닌데 벌써 침대에 누워버린 거다. 그러고는 쭉 휴대폰 속 세상만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시간을 낭비해 버린 거다.


중간에 단추를 잘못 끼웠으면 다시 그 단추만 풀어서 제대로 끼우면 되는데, 그냥 그다음 끼울 단추들 마저도 잘못된 방향으로 끼워버리려는 이 못난 습성!


그래도 28일 전보다 나은 건, 나와의 약속 매일 쓰기 챌린지를 하루 건너뛰지 않고 지금 이렇게 열심히 이행하고 있다는 거다. 만약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이 오늘 퇴근 이후의 나를 찍었다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세상 평온해 보였겠지만, 머릿속은 전쟁이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주된 이유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특히 해야 된다는 걸 알면서 안 할 때)인 것 같다. 이 말을 왜 쓰냐면 또다시 언젠가 하루를 건너뛰고 싶어 할 나에게 전해주고 싶어서다. 지금 또 쓸지 말지 고민하니? 고민할 시간에 그냥 두줄만이라도 쓰자!


쏟아지는 잠을 참아가며 마지막 문장을 쓴다. 오늘도 참 고생이 많았다. 매일 마감을 두는 건 나를 굴리기에 매우 적합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