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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Aug 07. 2016

[동아시아면류학說] 대치동 맛자랑의 콩국수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리,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가게

월 한 달 동안 매주 일요일 저녁은 강남에서 먹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대치동 콩국수 맛집이라는 맛자랑에 가봤습니다.


1. 대치동 학원가의 알록달록 초코볼 같은 아이들

대치동은 제게는 노동의 공간입니다.10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를 대준, 고맙지만 진저리나는 공간이지요.

대치동 학원가를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뜨거운 거리를 가득 메운 중고등학생들을 바라봅니다.

예전에 아주대 논술 보는 날에 공교롭게 정문 근처에 있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논술을 끝내고 나오는 수험생 떼(?)를 본 적이 있었어요.

검정색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은 백만 대군이 정문 대로를 뚫고 쏟아져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습니다.

노스페이스 검정 패딩을 맞춰입은 19세 부대라니…무서웠습니다. 진실로.

오늘은 그것의 여름 버전이었어요.

아이들은 모두 라운드 반팔티에 반바지를 입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핫팬츠, 남자아이들은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면 반바지라는 것이 다를 뿐. 폴로 셔츠를 입은 아이들도 별로 없습니다.

색색깔의 초코볼처럼 밝은 라운드 티와 반바지를 입은 아이들은 밥집에서 나와 학원으로 들어가고 학원에서 나와 밥집으로 들어갑니다.

다시 돌아간다해도 나는 절대 고등학교 시절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2. 맛자랑은 해도 가게 자랑은 말아요.

제가 좋아하는 맛있는 녀석들에도 나오고, 수요 미식회에도 나오고 이곳 저곳 유명한 곳에 나온 대치동 콩국수의 강자.

365일 언제나 콩국수를 한다는 이 집은 기대 이하였어요.

직원들은 지쳐있었고 카운터에서는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으며 전화는 불친절하게 받고 있었고 주문은 엉켜서 몇 번이고 주문이 들어갔는 지 확인하는 사람들이 넘쳐 났습니다.

다 먹은 그릇들을 치우지 않은 테이블들이 늘어가고 사람들이 도적처럼 더러운 테이블에 앉으면 기운빠진 종업원들이 마지못해 테이블을 치우는

아...이런 무기력함이라니요.


3. 고운 콩국, 적은 국수

메밀면은 메밀함량이 아주 낮아 쫄깃합니다.

콩국? 콩국은 실키해요. 소금물로 갈았는지 짭쪼름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심심한 콩국을 좋아하는지라 불호네요.

그 실키한 촉감만은 인정해 주렵니다.

국수는 한 줌. 장난하나....

마지막엔 역시 설탕을 넣은 콩국수로 변신.

혼자 앉은 면류학자는 서둘러 콩국을 긁어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오래 있고 싶지 않아요.

이것으로 이 가게와는 안녕입니다.


4. 다음 주 예고- 역삼동 백운봉 막국수

다음주 5시 30분에는 역삼동 백운봉 막국수에 갈겁니다.

한 번 가 본 곳이라 믿고 갑니다. 혼자가니까 1인 세트 먹을 겁니다.

인근 주민분, 혹시 그 시간에 할 일 없는 분들은 오셔도 환영합니다.

사실 누가 오든 아무도 오지 않든 제 면식의 여정에는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저 먹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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