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면류학說]봉피양 순면

추운 겨울밤. 이런 방에. 누군가 사식으로 냉면을 넣어주기를.

by Joo Jun

목화솜 이불 속 전기 장판 위에 비스듬히 누워서 크로넨버그 블랑 한 캔을 다 먹고 나니

절로 냉면 생각이 납니다.
배는 땡땡한데 어딘가 뚫리지 않은 묵직함.
선주후면이고 나발이고 뻥뚫리는거 먹고싶다아아아...

누가 개다리 소반에 배를 조금 썰어 넣은 맑은 순면 한 그릇 올려 놓아서
누추한 내 방 나무문을 빼꼼이 열고
스윽 밀어 넣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일은 엄청 춥다는 데 뜨끈한 구들장에서 차고 슴슴한 냉면 한그릇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저는 내일 문배동 육칼을 먹어보지 못한 친구와 육칼 먹으러 갑니다.
친구는 매운 걸 못먹는데도 한사코 가자고 하네요.
저는 핸드백에 요플레 플레인 2개를 챙겨 넣고 따라나서야 합니다.

사진은 지난 여름 오전 업장 개장하자마자 들어가 흡입한 방이동 봉피양 순면.

그날 그 가게의 첫 냉면.
알덴테 면발과 푸짐한 육수 인심.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지금 내 방엔 개다리 소반이 없는 걸요.


내 발등은 남에 손에 안맡깁니다.
바로 이 내가 찍겠습니다. 아이코.


-2015.02.07


냉면1.jpg 섹시한 허벅지 말고 순면을 보라


냉면2.jpg 허벅지 말고 그릇을 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