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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Aug 23. 2020

아시안 하이웨이같은 UI text

UX writing의 제 1원칙, 정확성 (1)

UX writing의 3원칙이라는 것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정확성, 일관성, 간결성 + 직관성을 뽑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같은 느낌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Writer를 뽑는 면접을 볼 때에도 항상 이 정확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깊게 묻곤 합니다. 

물론 제가 인터뷰이가 되어 답해야 했을 때도 정확성에 대한 제 신념(?)을 밝히곤 했습니다.

"아니 이보시오, 톤 앤 보이스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정확성이 와따요. 거짓말하는 것들은 혀를 뽑..."

(... 취업을 위해 여기까지 하는 것이 좋습니다.)


UX/UI의 표지판 - UI text


내비게이션 없는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 우리가 의지할 것은 오로지 도로 표지판입니다. 

UX/ UI에서 표지판이라고 하면 당연 Label, UI 텍스트죠. 

당신이 상형 문자를 쓰는 고대 이집트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텍스트만큼 사용자의 방향을 안내하고 다음 행동을 지시해줄 수 있는 효율적인 UI 요소는 없습니다.

 

여담으로 가끔 텍스트 요소를 극단적으로 줄인 UI를 보게 되는데, 디자이너는 본인의 훌륭한 그래픽 역량을 사용하면 아이콘과 GUI 디자인, 인터랙션으로만으로 사용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만... 

음...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석하는 느낌? 아니 가족 오락관의 몸으로 말해요를 보는 느낌? 

디자이너가 갖고 있는 기의, 개념, 표현 방식이 나의 그것과는 맞지 않아, 명탐정 코난이 된 듯 계속 살얼음 걷듯 다음 화면을 어렵게 탐색해야 할 때... 


... 이럴 거면 그냥 말로 해...


어찌 되었든 간에 UX/ UI의 표지판인 레이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보 전달입니다. 

크게는 앱이나 서비스, 프로덕트의 공식 명칭이, 작게는 메뉴, 콘텐츠, 화면, 버튼 등의 컴포넌트 이름과 설명이 모두 소중한 정보가 되어 표지석이자 표지판의 역할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액션, 과정, 시간의 이름, 설명 등도 너무나 귀중한 정보이죠. 

두 번 빠르게 클릭해야 나오는지, 끌어당겨야 하는지, 밀어야 하는지 사용자의 액션을 정확하게 지정, 묘사해줘야 하고 행위의 선후의 중계,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용자 모르는 사이에 생긴 오류의 상황 등... UI를 여행하는 사용자에게 텍스트화 될 수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합니다. 


이 같은 광범위한 정보를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시 말하지만 정확성입니다. 

물론 그 외의 요소도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잠깐 이야기하고 넘어가자면, 정보가 제공되는 위치가 그중 하나죠. 어떤 UI를 보면 화면의 코어 영역에 쓸데없는 정보를 때려 넣어 놓았던데 "아니 여기가 땅값이 얼만데 이 공간을 이렇게 낭비하냐!" 어흥! 해주고 싶기도 합니다.(물론 실제로는 '아... 이 자리가 참 귀중한 자리인데 말이죠, 이 내용을 넣기에는 참으로 아깝네요...' 이렇게 말합니다.)


정보 출현 시점 역시 중요합니다. 세상 친절한 디자이너가 생뚱맞은 시점과 배경 위에 팝업이나 토스트를 제공하려고 할 때 조용히 다가가 그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리  '쉿! 우리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말기로 해'라고 은근하게 말리는 것이 UX writer의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간에 표지판은 1) 정확한 정보를 담고2 ) 핵심 요지에 3) 나와야 할 시점에 등장해야 합니다. 

이번 글과 다음 글에는 그중 1번, 정확한 정보를 담는다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분당으로 가다 보면 정말 생뚱맞은 위치에 아시안 하이웨이 표지판을 보게 됩니다. 

혹시 보신 분 있으실까요. 빨간 버스에서 저 표지판을 볼 때마다 도대체 저것의 존재 의의는 뭐지 싶었습니다. 아시아 교통망 통합이라는 취지는 그렇다 치고, 정보의 질, 제공 위치, 나와야 하는 시점 모두에서 뭐하나 빠지지 않고 세상 생뚱맞은 표지판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시안 하이웨이 표지판 같은 레이블이 UI를 망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이 UX writing 시리즈를 쓰는 이유입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저씨. 정답은 아시아. 방향은 모름


 

틀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정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쓰면 정확하게 쓰는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다음 4가지 소 원칙에 충실하다면 정확하게 쓴 레이블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설명해 보죠. 


우선 정확하게 쓴다는 것은 틀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A를 A라고 말해야지 B나 C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실을 사실 그대로 설명하는 일은 무척 쉬워 보입니다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와 기획자는 명민하시기 때문에 대놓고 거짓말을 하거나 틀린 정보를 끼워 넣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말을 안 하는 경우나, 표현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사용자를 교란하려는 사람은 분명 거의 없습니다. 

대신 상황이 그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일이 더 많죠.

규모가 큰 앱의 경우 그 앱에 관련된 사람이 너무 많고, 관련된 텍스트는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잠깐 정신을 놓으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스펙은 변했는데 텍스트는 그대로인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분명히 내가 그 텍스트를 작성해서 넣었을 때에는 진실이었지만, 앱 업데이트를 통해 스펙이나 화면 구성이 미묘하게 변했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확하지 않은 텍스트가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것입니다.


가장 찾기 쉬운 사례는 스펙 변화(디자인, IA 변경)에 따라가지 못하고 레이블에 담긴 위치 경로가 잘못된 상태로 혼자 남겨지는 케이스입니다.

아시다시피 화면 내 위치 경로를 하나하나 써주고 거기에 가서 뭔가를 해보라는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은 상당히 구질구질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링크 걸어서 누르면 바로 랜딩 화면으로 보내주고 싶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링크를 사용해 원하는 화면에 바로 떨어트려주는 것이 쉽지 않죠.

그럴 경우에는 팝업이나 화면 디스크립션으로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설정> 권한> 카메라 사용 기능을 켜주세요.'와 같이 사용자의 기억력에 의지한 텍스트를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3rd party 앱에서 기기 설정에 가서 옵션을 켜야 할 경우에는 기기로 설정으로 바로 보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류의 텍스트가 불가피하게 존재하게 됩니다.


잦은 화면 변경으로 인해 랜딩 위치가 변경된 경우, 또는 어떤 이슈가 있어서 그 화면 내 기능이 사라진 경우, 아예 메뉴명이 변경이 생긴 경우 텍스트를 똑바로 변경해 주지 않는다면 정확하지 않은 레이블을 의도치 않게 후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정확한 레이블을 본 착한 사용자가 레이블이 시키는 대로 어디로 가라고 해서, 기억력을 총동원해서 경로를 잘 외어서 찾아갔더니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

이런 미안한 상황이 되는 것이죠. 단순히 실망에서 끝나면 다행입니다. 

'이 서비스 고객에게 거짓말하는군?' 또는 '뭐야 좀 허술하잖아... 이런 서비스를 믿을 수 있겠어?'와 같이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하면 정말 최악이겠죠. 내 화면뿐만 아니라 내화면을 refer 하고 있는 화면, 내가 refer 하고 있는 기능들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장얼의 '아무것도 없잖아'가 되는 상황



필요한 정보를 반드시 밝힌다.


정확하게 쓴다는 것은 또한 필요한 정보를 모두 밝힌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 알아야 할 것들을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정확하게 쓴다고 말하기 어렵겠죠. 제공하는 내용의 정확도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공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아서 상황이 불명확하게 되는 것도 정확성을 해치는 일입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로 오류 메시지를 살펴봅시다. 서버에 문제가 생겼거나, 네트워크 오류가 났거나, 사용자가 데이터를 꺼놨거나 애니웨이, 오류 메시지는 항상 든든하고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가능하면 세분화해서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메시지들을 보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봅시다. 

어느 날 제게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5번 잘못 쳐서 로그인이 24시간 동안 막히는 상황에 화면에 띄울 팝업이 의뢰되었습니다.


로그인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or 로그인에 실패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팝업도 아니고 토스트로 써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약한 현기증이 올라오곤 합니다.

우리가 뭔가 말을 해줘야 사용자가 힘을 내서 전진을 해볼까 말까 이런 상황인데 덜렁 '오류가 발생했어', 또는 '너 실패했어'만 알려준다면 과연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말 우리가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단언컨대 이렇게 알맹이가 없는 데다가 부정적이기까지 한 실패 선언은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이런 케이스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떤 레이블을 써야 할까요? 스펙, 개발 제약 등을 고려해 케이스마다 조금씩 정보 양을 조절해서 작성해야 하지만, 보통은 이런 방식으로 구성하도록 제안드립니다. 


비밀번호가 5회 연속 일치하지 않아 24시간 동안 로그인할 수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해 주세요. 


1) 오류의 상황 및 원인 2)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 3) 재시도 가능 여부 4) 재시도 가능 시점 등을 모두 밝혔습니다. 왜 이런 내용까지 밝혀야 하는지, 추가 정보는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는지는 에러 텍스트 작성 원칙에 대해서 논의하는 글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초안과 같은 단정적인 실패 선언 대비 UX writing으로 작성한 팝업 문구에서는 현재의 상황과 향후 대안을 핍진하게, 정확하게 설명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이 레이블을 보고 설명충이라고 놀려도 상관없습니다. 

간결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상관없습니다. 누가 이걸 다 읽고 앉아있냐고 빈정대는 것 역시 상관없습니다.

UX writing을 할 때, 아니 UX/  UI 작업을 할 때에도 우리는 핵심 가치들이 서로 상충하는 상황과 매우 자주 맞닥트리게 됩니다. 이때 저는 단호하게 우선하는 가치의 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라면, 한 발자국 사용자를 나아가게 할 수 있다면, 우리 서비스를 신뢰하게 할 수 있다면 길더라도 다소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더라도 그 문장은 반드시 써야 합니다.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 그것도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요약


Label, UI text는 UX/UI의 표지판입니다. 표지판은 1) 정확한 정보를 담고2 ) 핵심 요지에 3) 나와야 할 시점에 등장해야 합니다. 

정확하게 쓴다는 것은 틀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거짓말하는 사람은 보통 잘 없지만, 스펙/디자인 변경으로 인해 원치 않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게 되는 일 등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잘 챙깁시다.

정확하게 쓴다는 것은 알려줘야 할 정보를 모두 알려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간결성, 전달 효율성 등을 핑계 삼아 필요한 정보를 빼먹지 맙시다. 우선하는 가치는 언제나 정확성입니다.



정확성의 소 원칙 4가지 중 나머지 2가지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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