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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Jul 13. 2020

개미에서 뱀까지

애완동물 키우기

아이들이 어렸던 시절에 처음으로 키우기 시작한 생명체는 개미였다. 아파트 놀이터 주변 잔디밭에 돌아다니던 개미들을 들여다보던 여섯 살배기 큰아이가 죽은 곤충의 사체를 분해하여 일사불란하게 물어 나르는 개미들의 움직임을 무척이나 신기해하길래 학교 앞 문방구에서 개미 키우는 통을 사다가 안겨주었다. 투명 아크릴판 두 장이 일 센티미터 간격을 띄워 세로로 겹쳐서 붙여져 있었는데  위는 트여있어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 아크릴판 틈 사이로 습기 있는 모래를 채우고 개미 몇 마리를 집어넣으니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개미들은 모래를 파고 들어가 자신들의 통로를 뚫었으며 은신처도 만들었다. 간간히 먹이를 떨궈 넣어주면 부지런히 오고 가던 개미들 중 누군가가 먹이를 발견하여 그로부터 신호를 전달받은 다른 개미들이 모래 통로를 타고 순식간에 줄지어 은신처로 먹이를 날라 쌓아놓는 미시세계의 생활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구조는 그리 간단하나 자연과학의 산교육 교재로 그 또래 아이들에게 최고이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훌륭한 개미 소설이 시리즈로 출간되어 푹 빠져 재미나게 읽었었다.. 그로부터 더 한참 뒤에 이곳 미국 콜로라도의 어느 아파트에서 살다가 다시 개미와 얽히게 되었다.  당시에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주방에 있는 고양이 밥그릇 주변으로 전에 없던 개미들의 행렬을 발견하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개미들이 고양이의 먹이를 공조해 나르느라 모여든 것이었다. 모두 다 귀한 생명체이기에 약을 화악 뿌려 한 방에 없애버릴 수가 없었다. 어찌하면 좋을까 궁리를 하다가 큰 양재기에 물을 채워 고양이 밥그릇을 물 한가운데에 놓았다. 헤엄을 쳐서까지 먹이를 구하러 다니는 짓까지는 못하리라 싶었으나 다음날 보니 몇 마리는 물에 빠져 익사를 했으나 그 와중에도 고양이 밥그릇까지 도달을 하여 헤집고 돌아다니는 개미들이 있었다. 어떻게 해서 개미들이 먹이 섬에 상륙을 하였는지 알 수가a tc 없는  노릇이었다. 고양이가 먹이와 개미를 같이 우적우적 씹어 먹는 것도 꺼림칙해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다가 문득 개미들의 신호 소통방식이 생각났다. 내키지는 않았으나  별수 없이 몇 마리를 두 동강 내어 고양이의 밥그릇 주변에 사체를 뿌렸다. 이 처참한 죽음을 목격한 개미가 다른 개미 동료들에게 알리어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반신반의하며 시도해 보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며칠 내에 개미들이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신기한 자연과학의 체험이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집집마다 마당이 있었기에 어느 집에서나 개를 한 두 마리씩은 키웠다. 남은 음식도 처리할 겸 도둑도 지킬 겸해서. 아이들이 강아지를 얼마나 갖고 싶어 하는지 그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주거형태가 아파트로 바뀐 지 오래인데 마당 없는 실내 공간에서 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아이들을 달래느라 개미 이후로 키운 애완동물들은 올챙이에 개구리, 거북이, 금붕어, 가재 정도였다. 일본에 살던 때에 키웠던 장수풍뎅이 애벌레는 특히 많이 생각난다. 아이들이 남자 어른 엄지 손가락만큼 굵었던 뽀얀 애벌레를 키워오던 어느 날 새벽에 느닺없이 ‘부르르르릉, 뷔이이이잉!’하는 우렁찬 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깼다. 거실로 나가보니 반짝거리는 밤색 몸체에 큰 뿔이 달려있는 멋진 장수풍뎅이가 거실 커튼에 붙어 있었는데 장수답게 멋지고 멋졌다. 비상을 할 때 내는 날갯짓소리도 크고 듣기 좋았다. 암컷을 두 마리 들여와 장수의 신방을 꾸며주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2세 알들을 낳고 장수풍뎅이는 나름 장엄한 일생을 마감하고 떠났고 알들은 집 앞 호수공원 숲 속 보금자리에 살포시 놓아주었다. 우리 강아지 초코의 친구로 장수풍뎅이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일본에서 살던 때에 아이들이 강아지 대신으로 키우고 싶어 한 것이 햄스터였는데 것도 쥐 종류라서 싫었지만 한정된 통 속에서 키우는 것이라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한데 어느 날 햄스터들 중에 한 마리가 탈출하여 어디론가 숨는 바람에 몇 시간 난리 소동 후에 냉장고 뒤에서 찾아냈다. 그곳이 따뜻해서 쥐들은 보통 그리 간다고 회사에서 근무 중인 애들 아빠가 전화로 알려주어 간신히 찾아낼 수 있었다. 지인 중에 어떤 분은 중학생인 아들이 뱀을 좋아해서 길이 오륙십 센티미터 정도 되는 백사를 키웠다. 한 번은 그 백사가 자기 거처에서 탈출하여 없어지는 바람에 그 눔 찾느라 싱크대에서 서랍에 장롱 속까지 뒤지고 난리가 났었단다. 먹이는 따로 오더를 했는데 갓 태어난 알쥐들을 냉동시킨 것이었다. 설마 그걸 냉동칸에 같이 보관하지는 않았겠지 싶어서 물었더니 따로 전용 냉동고가 있다고 했다. 자식이 뭔지 뱀에다가 뱀이 먹을 쥐, 쥐 보관 전용 냉동고까지 집에 들여놓는 부모란 전생에 자식에게 무슨 빚을 지었길래 갚고 갚아야 하는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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