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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명 Jan 12. 2020

달리고 있었던 우리



'바라던 날이 올까'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줄었다.
안 오면 억울할 마음이 조금, 아주 조금 옅어졌다.

바라던 날을 향해 그냥 여기서 살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정말 오지 않는다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오지 않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내가 더욱 크게 바라지 않았거나, 그가 오기 싫어했거나, 오지 않는 것이 더 적합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 모른다. 내 앞에 도착하지 않아도 이건 슬픔이 아니라 원래 삶의 모습이다.

그 아쉬움을 계속 간직하며 사는 건 마음에 괴로움이 졸졸 고이는 통증이겠지만 우린 무수히 긴 시간의 달리기 속에서 울지 않았던가. 터질 듯한 마음을 움켜쥐고 달려오지 않았던가. 얼마나 말하지 못한 슬픔이 한가득인데 고작 바라던 날이 오지 않는다고 슬퍼하겠는가. 주저하겠는가.

삶은 슬픔과 슬픔 사이에서 덜 슬픈 일을 바라보는 집념의 합. 최고만을 선택해서 사는 게 아니라 최선, 더 안되면 차선을 집어 들고 계속 뛰는 것이다. 차선을 들고뛰는 나를 격려하고 버티며 달려가는 나를 다독여 줘야 한다.

아쉽게도 바라던 날을 아직 놓지 못하고 나는 달리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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