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즐기는 자가 어디 있다고

by 주명


과하게 넘치는 마음과 고민과 걱정은 싫지만

생각조차 하지 않는 영혼은 가엾다

삶을 즐기는 게 현명하고 타당하다 말하지만

정작 죽음을 떠올리며 살아본 적이 있는가

삶 다음은 죽음임을 알고 있는가

매번 즐길 수만 있는가

죽음을 즐길 수 있겠는가

죽음을 즐기는 자가 어디 있다고

죽음 속으로 빨려 들어가 폭발할 때

가장 빛나는 게 유성체의 일대기가 되듯

우리의 영혼은 소멸할 때 가장 빛날 수 있다

그건 즐기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성한 일

별똥별의 사멸이 가장 빛나듯

영혼의 사명도 저물 때 빛이 되는 일

먼지와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티끌이 빛난다

보잘것없어 보여도 그렇게 마지막에 환히 빛난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에

나는 네 눈 안에 담긴 영혼의 우주를 보았다

내일의 빛은

즐겁지만은 않았던 오늘의 티끌에서 타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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