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못 내릴 뻔!

프리라이팅

by 주명


쓰면 또 뭐가 써지나 프리라이팅을 해볼까. 할 말이 없는데 쓰면 뭐가 나오나. 안 나올 것 같다. 안 나왔다.라고 끝맺으면 어쩌지 하는 나의 글. 소화가 안돼 아프던 뒷목은 이제 좀 나아졌고, 식도염이 온 것 같네? 들쑥날쑥 제멋대로의 내 몸. 아주 잘 났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나를 참 피곤하게 한다. 이미 환절기는 지난 듯한데 피곤하다. 농담처럼 요즘 했던 말은 ‘아~ 그래서 노인들이 환절기에 돌아가시는구나’. 어르신 비하의 의도는 없고 계절을 무탈히 넘어가는 것 또한 복임을 깨달았다고 할까. 그래서 아침마다 비타민B를 챙겨 먹는 중이다. 영양제의 힘을 빌려볼까 싶은 건데 생각보다 효과가 덜 한 걸 보니 내 몸은 많은 회복이 필요한가 싶다.

피곤한 인생.

딱히 어려운 문제가 삶에 틀어박혀 있는 건 아니지만,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있어서 그런지 바닥에 눌어붙고 싶다. 누룽지처럼. 초점을 맞추는 미션에 가끔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럼 나는 나중에 숭늉이 되는 운명인가. 11월이 시작된 첫날 새벽에 눈 떠,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피드 하나는 대충 ‘11월엔 사라진다’라는 내용이었다. 잠수타고 심해로 내려가라는 허튼소리는 아니었고, 내가 하고 싶은, 해야 한다 생각되는 일에 집중하라는 조언이었다. 그 내용이 꽤 단호해서 읽는 순간만큼은 나도 사라져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을 끊지 못하는 걸 보면, 사라지지 않았다.

심해라는 단어를 쓰니 고래가 생각났다. 몇 주 전에도 고래와 관련된 글을 썼다. 그 고래 지금 꿈을 향해 날아가고 있나? 갑자기 든 생각인데 고래도 플랑크톤을 먹고 사나? 그 거대한 몸뚱이를 버티기 위해 플랑크톤을 몇 톤 먹어야 할까. 바다에 고래를 먹일 만큼의 플랑크톤이 있나? 창조주 하나님은 그 모든 걸 설계해두셨겠지.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지혜는 모든 바다를 덮는다. 오 생각보다 글이 지속된다. 참 희한하다. 말도 안 돼.

분명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몇 줄 안 쓰고 멈춰버릴 것 같았던 문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런데 고래는 플랑크톤을 먹을 때 머리부터 먹나 꼬리부터 먹나? 당연 한 입에 먹겠지. 붕어빵이 멸종하고 잉어빵이 동네를 점령하는 시절이다. 왜 생뚱맞게 생선빵 이야기냐고. 잉어빵 먹을 때 꼬리부터 먹는 사람, 머리부터 먹는 사람은 있어도 고래처럼 한 입에 먹을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버스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쓴 글은 버스에서 내릴 때 끝났다.


하마터면, 못 내릴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