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by 주명


대부분 글의 제목을 글을 다 쓴 뒤 문장에서 찾아내는 나는 오늘, 제목을 먼저 적는다.

<먼 곳에서>

책을 내고 친한 지인들이 사주는 게 판매의 전부겠지만, 그것만으로 나는 좋다. 사실 모르는 이들이 사 주는 게 더 좋긴 하지만. 난 농담처럼 말한다. 그리고 정말 농담이다. 뭐냐면 “백억장자가 되기 위해 만 원부터 번다.”

오늘은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만, 자주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가 내 책을 샀다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태그를 걸어왔다.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 그 누구의 태그보다 깜짝 놀랐고, 잠시 울컥했다. ‘아, 여전히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며. 아니 나 왜 이 문장을 쓰는데 눈물이 나오려 하지.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던지, 친밀감의 거리가 멀어졌던지, 아무런 일 없이도 자연스레 한 걸음 떨어지게 되는 관계들이 있다. 관계는 전진과 퇴보의 발맞춤이다. 우리의 사이는 리듬으로 이어져 있구나.

멀리 타국에 살고 있는 친구가 요즘 내 출간 기록에 좋아요를 누른다. 연락이 드물어진 너지만, 여전히 너도 나를 기억하는구나. 먼 곳에서.

나도 다시 바라본다. 서로의 마음을 묻지 않고 지낸 시간이 길다 해도 우린 이미 ‘먼 곳’이라는 단어로 이어져 있었구나. 먼 곳에서 나도 마음을 보낸다.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서로 잘 알 수 없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결국 우린 지금이 다시 만나는 시간인 거겠지.

오선지의 음표처럼 서로 다른 선에 있어야 아름다운 멜로디로 이어지겠지. 음표는 오선지를 벗어나지 않아. 벗어나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해. 같은 곳에 있지 않아도, 우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이란 오선지에서 서로를 향해 먼 곳에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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