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언젠간 유리창을 깰 수 있을까

by 주명


과연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목적지를 모르고 걷는 기분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 간절히 여긴 적이 없는데, 이 겨울은 다음 인생을 위해 무얼 준비해야 하나 고민을 한다. 축제도 내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며, 후회도 나만 아는 일이다. 우울도 내 마음만 겪는 일이다. 오직 나만의 일로 나는 살아간다.


성취가 오로지 만족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무대 뒤 공허함에 비할 순 없겠지만, 모든 걸 쏟아낸 뒤의 적막, 그리고 그 적막 속에서 나는 알아듣지 못하는 외침이 있다. 내 속에서 울리는 외침을 가련하게도 내가 듣지 못한다.


불현듯 god의 노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어릴 때 보았던 그 열린 세상은

사실은 유리벽으로 칸칸이 나누어져 있다는 걸

이제서야 일일이 부딪쳐 가면서 깨닫고 있다

파리가 언젠간 유리창을 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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