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지만 언제나 마음은 딴 곳에 있었다. 지인들은 알겠지만 내가 회사에 다니는 게 막 어울리진 않았잖나. 계획적이고 계산적이기 보단 감각으로만 살았지. 그렇다고 취미에 열성을 다 해 산 것도 아니다.
쓰다 말다 쓰다 말다. 놀다 말다 놀다 말다.
어정쩡한 사람. 무엇도 아닌 상태.
둘 중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못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둘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거 아닌가?
취미를 직업 삼겠다며 미지의 내일에 헛된 가능성을 걸지 않고 회사를 다녔고, 수 많은 구성원 중 그저 일개가 되긴 싫어선 조용히 나름의 취향을 고수하며 살아갔더니 여기 왜 있냐며, 다른 세계 사람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전히 내가 되고 싶은 나와,
사회적인 나 사이의 외줄타기-
그래도 언젠가 뭐라도 돼있다면 좋겠다.
그 ‘뭐라도’에 대해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지만.
이십 대 후반부턴 연말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 몽글거림이 오히려 다가오는 내년에 대해 불안의 울렁거림을 만든달까.
화려한 겨울 속에 너무나 푸석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