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대충’ 살라는 말을 들었다. 기분 나쁘지 않은 조언이었다. 어릴 적의 나였다면 새겨들었을 것이나 그냥 듣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 수 있었다면 진작 그렇게 살고도 남았을 테니까. 지금까지 이러고 산다는 건 결국 나는 생각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뜻. 생각이 많아야 쓸 수 있는 글의 양도 늘어난다. 질이 높아지는 건 모르겠다만.
그 많은 생각을 하고 산 사람들 덕분에, 그래서 흘러넘치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내 안에서 털어내려 글을 쓴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지혜와 통찰을,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 아무런 생각 없이 산 사람만 세상에 가득했다면 우리의 성숙은 이뤄지지 않는다. 내 한계와 지식의 범위를 넘어, 나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몰라서 알 수 없는 세계를 어디에서 얻는단 말인가.
생각의 과잉으로 때로 몸이 고장 난다. 아직 쓸모가 없진 않은 몸인 걸 보면 해낼 수 있는 생각이 풍부한가 보다. 나를 압도하는 생각에 삶이 지칠 때도 있다. 왜 이리 사는지 나를 만드신 분께 여쭤야 하나. 이 궁금증까지도 결국은 나의 글이 된다.
나의 기쁨을 위해서, 오직 나만을 위해서, 내가 결정해서 생각을 줄일 순 있겠지만, 생각을 줄이란 한 마디 때문에 생각을 줄이진 말자. 생각의 고통 없이 나온 글은 세상에 없다. 생각이 없다는 건 내가 없다는 선고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