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되지 못한 사람의 글

by 주명


아무래도 나는 식물이다.

해가 좋다. 겨울이 너무 싫다. 추위와 회색의 하늘이 지독히도 싫다. 내쉬는 한숨마저 얼어붙게 해 코앞에 차가움만 불어넣는 이기적인 계절. 날씨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 봄과 여름이 아니면 사는 게 재미없다. 겨울은 꽁꽁 언 얼음 같은 시간이다. 마음도 몸도 얼어붙어 이리로 저리로 흩날릴 수 없는. 초록의 봄바람과 분홍의 춤만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나는 새싹으로 태어나는 게 나았을지도. 겨울엔 잠들어있는 게 당연한 새싹. 자라나고 사그라들었다 다시 봄에 움트는 새싹. 나는 태어나서 계속 다른 모습으로 늙어간다. 새싹은 자라나서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사라졌다 봄에 다시 나타난다.

나도 가끔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에 왔던 카페에 다시 왔다. 여전히 겨울이지만, 봄의 옷자락이 슬쩍 보이는 계절이다. 쨍한 해가 두 손을 내리고 가렸던 얼굴을 내민다. 하늘은 하늘색이다. 봄은 색을 자랑한다. 색색의 꽃이 피고, 초록이 튀어 오르는 시작의 계절.

어두웠던 마음에 다시 색을 칠한다. 봄과 여름으로만 가득한 도시에 살고 싶다. 마음이 언제나 봄과 여름이 아니라서 환경의 지배를 받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날마다 자라나고 싶다.

어른이지만, 어른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자라고 싶지 않은 저항인지, 천천히 자라는 게 임무인지 알지 못한다. 어쨌거나 어른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른이 되고 싶지만, 어른이 되어버리면 더 이상 할 수 없는 게 생길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두려움보단 아쉬움이겠지. 여지를 두고 살고 싶다. 그 공백에 봄의 바람과 빛을 들인다.

침묵으로 생각의 길이와 깊이를 늘이며,

글로 세상을 대하며 다시 살아간다.

산다.

그리고 적는다.

다시 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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