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준수 Oct 21. 2024

신입사원 12주차 – 명함을 만들지 않았다는 딸에게

네 '인생의 한 줄 명함'을 생각하라

“너 명함 나왔니?”

 “아니, 신청 안 했어. 회사에서 필요하면 만들라는데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딸이 입사 12주가 되었는데 아직 명함을 만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명함을 만들어 돌리기 시작한 지 오래고, 첫 명함이 나오면 자랑하고 싶어할 것 같았는데, 딸은 그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딸이 초등학교 때, 우리 부부는 아이가 상을 두 번 받은 줄만 알았다. 한 번은 교내 독서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였다. 어떻게 상을 받았는지 물어보니, 내가 책상 유리 밑에 넣어둔 A4지의 한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고 했다. 빌 게이츠의 말이었다.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든 것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더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놀라운 건 그다음 해에도 같은 상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우연이 아닐 수 있겠다 싶었지만, 석 달 전에 딸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생기부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어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알았다. 딸은 초등학교 시절에 받은 상이 훨씬 더 많았던 것이다. 상을 강조하지 않았던 우리 가족 분위기 때문인지, 딸도 그리 중요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명함 건도 비슷하게 이해가 됐다.


“명함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실 회사 명함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바로 인생 명함이야. 앞으로 명함은 여러 번 바뀔 테고, 너희 세대는 직장을 평균 15곳이나 다니게 될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네가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를 말해주고 싶어.”


첫째, 직장 명함보다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명함을 가져야 해.
 얼마 전 ‘더 현대 프레드 전시회’에 다녀왔었어. 그는 모던 주얼리 브랜드로 명성을 얻은 사람인데, 한때는 하찮은 직업으로 여겨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진가가 드러났지. 그의 명함은 ‘모던 주얼리 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어. 너도 회사에 소속된 000이 아니라, 000을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명함을 가지면 좋겠어.


둘째, 더 큰 꿈을 가져보렴. 명함이 필요 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
 대통령이나 대기업 회장은 명함이 필요 없지.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야. 명함은 외부에 나를 알리는 타이틀 같은 거니까. 네가 명함 없이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거야.


셋째, 인생 명함을 생각해봐.
 직장 명함이 아니라, 인간 000에 대한 명함 말이야. 예를 들어, 한 평생 나라와 평화를 위해 산 사람, 고아들의 아버지, 혹은 신뢰받는 전문가라는 인생 명함이 있을 수 있지. 결국, 네 이름이 무엇으로 기억될지를 고민해보는 게 중요해.


“직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 되느냐, 높은 자리에 오르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너의 이름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는 거란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한 가지 더. 너의 강점을 살려 창업에도 도전하는 것도 환영이야. 특히 30세 이전에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거지. 실패해도 배울 수 있고, 엄마와 나는 늘 너를 지지하고 있으니까.


진짜 마지막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너로 살아가고 기억되는 것’이 나나 엄마의 가장 큰 소망이라는 것을 기억하렴. 이번 주도 수고 많았어.


적용 질문    

1. 지금까지 당신의 명함을 떠올려 보라.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고, 왜 그렇게 생각하나?

2. 직장 명함이 아니라 직업인으로서 당신의 명함은 무엇인가? 예) 모던 주얼리 크리에이터, 중식 셰프 등

3. 당신의 인생 한 줄 명함을 만든다면 무엇이라고 하고 싶나? 혹은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부를까?



작가의 이전글 회사와 잘 마무리하면 좋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