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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준수 Dec 13. 2024

잃어버린 3개월

(부제: 당신의 1월은 언제입니까?)

엊그제 중소기업대표 대상 강연하러 갔다가 한 공무원을 만났다. 그는 올해 여러 상을 받으며 성과를 인정받았고, 특히 민간 기업과 협력해 이룬 업적이라 더 인상 깊었다.


 "요즘 바쁘시죠?"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기업은 경영계획 시즌인데 공무원들은 연간 계획을 언제 세우나요?"
 "1월입니다. 1월과 2월은 주로 기획 부서들이 바쁘고, 저희 같은 부서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듣다 보니 11월과 12월엔 예산을 마무리하고, 1월과 2월엔 일상적인 일을 하면서 사업 계획 확정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11,12월 중에는 남은 예산을 모두 사용해야 다음 해 예산이 감액되지 않는다. 물론 이는 부처별로 다를 것이고 민간기업 역시 각기 다른 운영방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간 마무리와 내년 계획 대기로 3~4개월을 보내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1,2월에 아무것도 안한다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 경제와 사회는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비효율성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1) ‘똑게’ 리더의 모델, 맥나마라 장관

이런 비효율은 특정 국가나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국방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60년대, 맥나마라가 국방장관이 되었을 때 연말마다 남은 예산을 다 쓰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연말에 사용하지 않은 예산을 사용처와 이유만 설명하면 다음 해로 이월하여 별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간단한 변화로 불필요한 작업이 줄고, 조직은 더 여유롭게 운영될 수 있었다.


그는 건강 문제로 물리적으로는 가장 적게 일한 장관 중 하나였다. 그러나 44세에 포드사 사장에 올랐던 기업인 출신으로서 결과 중심 사고를 조직 운영에 적용하며 본질에 집중했고, 이를 통해 큰 혁신을 이루었다.


리더는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똑게)’가 제일 낫다는 말이 있다. 많은 일보다는 본질에 집중, 결과중시, 그리고 부하에게 위임하는 방식이 조직에 더 큰 가치를 제공할 때가 많다. 길이(duration)가 아니라 밀도(density)의 중요성을 가리키는 대목이다.


(2) 글로벌 기업들의 효율성 전략

몇몇 글로벌 기업들은 시간과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회계연도를 3월, 6월, 혹은 12월에 시작한다. 


대체로 이들의 성과가 평균보다 높은 이유는 단순히 회계연도 변경 때문이 아니라,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낭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결과도 나은 것 같다. 


GE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경영계획을 18개월 단위로 기획하며, 연말 연초에 발생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줄인다. (잭웰치가 CEO로 있을 때 그랬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또한, 전략 검토와 인재 검토(세션 C)를 분리해 진행한다. 이를 통해 연간 성과 결과가 전략 때문인지, 인재 때문인지 명확히 구분하여 대안을 가져갈 수 있고, 한편으로는 중요한 각 주제에 집중하여 계획을 가져갈 수 있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와 자원 활용은 개인의 생산성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3) 당신의 1월은 언제입니까?

이제 12월이다. 내년을 준비하며 단순히 1년 단위가 아니라, 18개월 혹은 3년 단위의 전략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매년 계획과 평가로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의외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 긴 호흡으로 계획을 세우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당신 개인의 회계연도는 언제 시작하는가? 

우리가 자주 시간을 낭비하는 이유는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애나 독서처럼 새로운 시작은 특정 날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호감이 생길 때 접근하고, 호기심이 생길 때 책을 펴듯이,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당신의 새로운 1월이 될 수 있다. 그 날이 1일이다. 


시작을 결정하는 순간, 시간의 가치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적용질문

1. 올해 당신의 '잃어버린 시간'은 무엇이었는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2. 내년에 당신만의 새로운 '1월'을 언제 시작할 것인가? 이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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