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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5~20년 차, 터널시야를 벗어나는 법

부제: 자신과 시장을 모르면 새로운 길이 보이지 않는다

by 전준수

최근 "경력 15~20년 차, 왜 서류에서 탈락하는가?" 라는 글을 올렸는데, 짧은 시간 안에 5만 명 넘게 읽었고,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그런데, 그와는 또 다른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특히, 직장생활에 충실했던 사람들, 이직이 많지 않았던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인 패턴이 보였다.


회사 일에 몰두하다 보니, 시장 흐름을 잘 모른다.
내가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모른다.
이런 고민을 시작하는 시점은 대개,

- 권고사직을 받았거나

- 회사가 어려워졌거나,

- 최근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때다.

만약 위 상황이라면, 아래 5가지 방법을 점검해보자. 실제 멘토링에서 효과를 본 방법들이다.


1. 이력을 펼쳐라

→ 내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정리해보자.

핵심 정리법

내가 해온 일을 3가지 키워드로 묶어라.

각 키워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 3가지를 정리하라.

"나는 이런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런데 여기서 막히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조직에 맞춰 일하다 보니, 독립적인 성과를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2. 멘토의 조언을 들어라

→ 내가 나를 모를 때, 객관적으로 조언해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경험 있는 멘토가 던지는 질문은 대개 이렇다.
"당신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가?"
"당신이 가진 강점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2주전 만난 J가 그랬다. J는 대기업에서 충실히 일했고, 그 회사에 없던 해외 소싱 영역을 개척했다. 하지만 그의 일은 이제 일상화되었고, 그의 공을 알지 못하는 리더가 새로 오면서 갑자기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와 대화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깨달았다.
자신이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독자적으로 일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해온 일을 정리해보니, 그는 "해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가를 10% 포인트 절감할 수 있는 해결사"였다. 이제 남은 것은 눈을 돌려 시장을 보는 것뿐이다.


3. 시장과 고객을 파악하라

→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할 때이다.
내가 가진 강점과 경험이 꼭 필요한 곳이 어딘지 찾아야 한다.

실행 방법

갈 수 있는 기업 5~10개를 리스트업한다.

1주일에 최소 3명의 업계 인사와 만나 정보를 얻는다. (루틴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전 직장 동료나 선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J는 이 작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조직에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시장과 업계 흐름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을 조사하면서, 각 회사들이 원하는 포지션과 인재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처음에 정리했던 "나의 3가지 강점"도 더 뾰족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4. 나는 누구인가?

→ 내가 어떤 환경에서 더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J는 대기업에서만 일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그를 "큰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는 오히려 성장하는 작은 조직에서 A-Z를 책임지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나는 대기업에서 더 적합한 사람인가?

아니면 작은 조직에서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스타트업에 더 적합한가? 아니면 안정적인 기업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가?

이걸 모르면, 계속 나와 맞지 않는 곳을 지원하게 된다.


5. 움츠러들지 말고, 기회를 만들어라

→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직접 기회를 만들어라.

J는 지난주 링크드인에서 한 기업 임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의 이력을 보고, 해외 SCM 관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물어온 것이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그의 성향대로 성실하게 자료를 정리하고, 추가 사례까지 제공했다.


하지만 그는 그 회사가 자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는 오래전부터 그 회사를 알고 있었는데, J가 그 회사에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다음 주에 당신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했던 사람과 커피챗을 요청해보세요."
"처음에는 문제 해결이 잘 되었는지 물어보고, 자연스럽게 당신의 상황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기회는 의외의 곳에서 찾아오는 법입니다."

그는 망설였지만, 결국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용 질문

1. 나의 커리어를 돌아볼 때 내가 자랑할 수 있는 3가지 성과나 성취는 무엇인가?

2. 내 성과/성취와 강점을 더 날카롭게 정리하려면, 누구에게 조언을 받아야 할까?

3. 나는 다음 기회를 잡기 위해 시장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는가?

없다면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만날 사람, 확보할 정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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