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더가 바뀝니다. 일해 먹기 힘들어요"
“직장에 빌런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 토요일, 청년 직장인 몇 명과 드라이브를 하며 나눈 대화에서 튀어나온 질문이다. 새 차 시승을 겸해 30분간 밀도 있게 나눈 이야기 중, 네 번째 주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생각보다 직장 내에는 다양한 빌런 유형이 있었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아래는 그날 질문과 내가 들려준 이야기의 정리다.
(1) 감정 기복 심한 팀장 유형
이 유형의 공통된 특징은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회의에서 이야기할 때, 오더를 줄 때, 협의할 때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말투와 표정, 방향이 달라진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오더 자체가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기분 나쁜 태도는 참을 수 있지만, 일이 바뀌면 시간과 자원이 허비된다.
이런 유형과 일할 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요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 이거죠? 내일까지 처리하고 피드백 드리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로 정리하고, 메일이나 메신저로 간단히 남기면 그 순간부터 책임의 방향이 바뀐다.
단, 이때도 중요한 태도가 있다. 바뀐 오더에 짜증 내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그 일을 대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 상사인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있을 수도 있고,
– 다시 생각해보니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일은 조직에서 늘 있다. 열린 마음을 유지하되, 나 자신을 지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사람을 ‘용납’하는 태도를 연습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결국 용납하는 사람이 더 큰 그릇이기 때문이다. 직책과 직급이 아닌 그릇의 문제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런 사람도 언젠가는 당신의 성숙함을 인정하게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런 상사가 당신을 추천하는 경우도 많다. 관계는 짧게 보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
(2) 남의 일을 슬쩍 떠넘기는 유형
상사와 동료 모두 해당된다.
먼저 상사의 경우, 갑자기 다른 일을 시킬 때는 무조건 ‘우선순위’를 꺼내야 한다.
“지금 제가 집중하고 있는 일은 이거고, 연말 KPI와 연결돼 있습니다. 방금 주신 일과 둘 중에 어떤 걸 먼저 해야 할까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사도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은 기존 일을 하라고 말한다.
명확하게 정리해두면 억울할 일도 줄어든다.
반대로, 내가 지혜롭지 못해 일을 굽게 하고 마음으로 원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동료의 경우는 기준은 단 하나다. 내가 지금 맡은 일을 완벽하게 마칠 수 있는 상태인가?
그렇다면 도와줘도 된다. 아니면 도와주는 것이 맞지 않다.
비행기 산소마스크처럼,나를 먼저 챙긴 다음 남을 도와야 한다. 이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책임 있는 태도다.
남의 일을 돕느라 내 일이 흔들리면, 결국 모두가 곤란해진다.
(3) 잡일까지 시키는 상사 유형
먼저 부서 일이나 공동의 업무라면, 긍정적으로 임하는 편이 낫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상사도 나름 공정하게 분배했을 수 있다. 형평성에 대한 불만으로 감정 소비하면 결국 나만 힘들어진다.
하지만 질문의 뉘앙스를 보니, 상사의 개인적인 부탁—예를 들어 사적인 심부름—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이럴 경우 나는 “한두 번은 그냥 도와드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설명하기 곤란한 상황이 있을 수 있고, 사람은 누구나 사정이 있다. 하지만 반복된다면, 그땐 정중하게 의견을 밝혀야 한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예전처럼 개인적인 심부름을 지속적으로 시키는 리더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 한 사람이 “그건 조금 불편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용기일 수 있다.
** 마무리하며
빌런 없는 조직은 없다. 그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할지는 나의 선택이다.
스티븐 코비가 말한 것처럼,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그 간극에 나의 태도, 감정, 품격이 담긴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 보고 있다.
빌런이 누구인지도 알고, 그 속에서 누가 성숙하게 반응했는지도 결국 다 알게 된다.
적용 질문
1. 지금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빌런 유형’은 누구이며, 나는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가?
2. 상사나 동료로부터 부당하거나 부담스러운 일을 넘겨받았던 경험이 있다면, 나는 그때 어떻게 말했는가?
3. 누군가를 용납하거나 품어준 경험이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남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