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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대화 ⑤] 술자리 피하는 법

부제: 술 마셔야 진심을 말하는 사람이라면 만나지 마라

by 전준수

“저는 술을 못합니다. 그런데 술자리를 권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 토요일, 몇몇 직장인들과 드라이브를 하며 나눈 대화 중 나온 질문이다.
새 차 시승을 겸해 30분간 나눈 밀도 깊은 이야기 가운데, 다섯 번째 주제는 바로 술자리였다.
예전보다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애매한 문제다.
그날 내가 들려준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해본다.


(1) 술자리 문화, 확실히 달라졌다

예전처럼 회식 자리를 빠지면 왕따가 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저녁 술자리보다 점심 오마카세, 오후 5시 시작 90분 식사를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그런 문화로 전환된 회사들도 꽤 있다.


코로나도 큰 영향을 줬다. 몇 년간 회식 자체가 사라지면서, ‘술 없이도 관계 맺는’ 방식이 정착되기 시작한 면도 있다. 한 번 바뀐 습관은 그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시대의 변화, 세대의 감각은 술자리 문화마저 바꿔놓고 있다.


(2) 술 마셔야 진심이 나오는 관계라면

나는 회식 자리에 참석은 하되 술은 마시지 않는다. 대신 음료를 마시고 식사를 함께 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술을 마셔야 진심이 나온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은 술에 기대지 않는다.

술 없이는 마음을 나눌 수 없는 관계라면, 애초에 깊은 관계가 아니다.

나는 언제나 맨정신으로 진심을 나누는 관계를 더 믿는다.


이건 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가 있을 때 하지 못할 말은, 그의 등 뒤에서도 하지 않는 것 — 그런 일관된 태도가 관계의 진실성과 깊이를 결정한다. 나는 지금까지 술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도 그 일관된 태도로 충분히 존중받아왔다. 신뢰는 조용하지만 강하게 작동한다.


(3) 자리는 잊혀져도, 마음은 기억된다

결혼식과 비슷한 면도 있다. 친한 친구나 지인 가족의 결혼식에 사정상 참석하지 못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물론 애사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축하 인사와 선물을 전하며 사정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내 선물과 축의금을 받은 친구는 배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친구가 우리 결혼식에 참석 못한다고 이렇게 미리 챙겨주었어.” 그 말은 곧, “나도 이런 멋진 친구가 있어”라는 자랑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날 현장에 온 사람들보다 더 인상 깊게 남았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늘 있다.


적용 질문

1. 나는 지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관된 태도'를 지키고 있는가?

2. 진심을 전하기 위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3. 내게 술자리란 어떤 의미인가? 피하고 싶은가, 의미 있는가, 변화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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