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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대화 6] 취업에 도움되는 스펙

부제: 스펙 쇼핑 중독을 멈춰라 – 취업에 도움되는 건 따로 있다

by 전준수


“취업에 도움되는 스펙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무엇이 있나요?”


지난 토요일, 직장인들과 드라이브를 하며 나눈 이야기다. 새 차 시승을 겸한 30분의 밀도 깊은 대화 속, 여섯번째 주제는 ‘스펙’이었다.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스펙에 대한 생각은 우리의 시간, 에너지, 돈의 사용과 직결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그것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묻지 않은 채, 유행처럼 스펙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 자원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1) 스펙 나열, 스펙 쇼핑하지 마라

나는 지난 10년간 CHRO와 인재원 대표로서 수많은 면접과 채용을 진행해왔다.
그 경험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정작 필요하지 않은 스펙에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쏟는 사람들이었다.

면접 시간은 짧고, 기본 스펙은 대부분 비슷하다.


기업은 ‘기본기’보다, 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지, 즉 차별점을 본다.

가령, 특정 직무에서 PPT나 엑셀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 기술 자체가 채용을 결정짓는 경우는 드물다. 기술이 무가치하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쓸지 전략 없이 ‘스펙 쇼핑’을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청주 출장길에 유명하다는 국밥집에 간 적이 있다. 늦은 밤, 허름한 외관에 주인 할머니는 욕을 하며 응대했지만, 줄은 길었다. 이유는 단 하나, 이었다.


스펙도 마찬가지다. 외관이 아무리 화려해도, 본질이 없다면 선택받기 어렵다.
스펙을 나열해도 그 사람만의 이유가 보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2) 스펙이 곧 역량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역량 기반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 겉모습이 아닌 실제로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이력서에 자격증이 10개 있어도, 그중 어느 것도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한다면 의미 없다. 반면, 자격증은 없어도 인턴이나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고, 그 경험을 구조화해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면접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최근에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 질문에 대해

- 어떤 문제였는지,

- 어떻게 접근/행동했고,

- 어떤 결과를 냈는지.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면접관의 입장에서 이해가 쉽도록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는 반복되는 성향을 갖는다. 자격증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과 그 과정을 정리한 나만의 방식이 역량을 증명한다.


(3) 방향에 맞는 스펙 설계가 필요하다

스펙을 무작정 쌓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자기 진로 방향에 맞춘 전략적 스펙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업에서 일하고 싶다면, 인턴이든 프로젝트든 실제 판매 경험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학생 시절 6개월 휴학을 하고 스마트폰을 수백 개 팔았던 지원자가 있었다.
다른 스펙은 많지 않았지만, 그 경험과 과정에 대해 듣고 나니 굳이 다른 걸 더 물을 필요가 없었다.


또는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자격증보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사이트에 사진 수만 장, 영상 수백 개를 올리고 있는가다. 과거 온라인 마케터 채용에서 5천 명 지원자 중 팔로워 수와 포트폴리오만으로 선발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스펙은 보지도 않았다. 물론 지원자의 블로그도 다 살펴보았다.


핵심은 이거다.
나의 관심 분야와 연결된 성과를 직접 만들어가는 것.
거기에 ‘이야기’가 담긴 스펙이라면, 스펙 나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 영어 스펙에 대한 주제는 워낙 비중이 크기에, 다음 시승 대화에서 따로 다룹니다. 많은 청년들이 이 부분에 오해가 크기 때문에 꼭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적용 질문

1. 지금 내가 준비하는 스펙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가장 원하는 것인가?

2. 내 진로 방향에서, 지금 설명할 수 있는 ‘나만의 필살기’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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