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떨어지는 것은 영어 스펙이다
“투자에 비해 실제 효과가 적은 스펙 하나를 꼽자면 무엇일까요?”
지난 토요일, 몇몇 직장인들과 드라이브를 하며 나눈 질문이다. 새 차 시승을 겸한 30분간의 밀도 높은 이야기. 여섯번째 주제는 ‘도움되는 스펙, 도움되지 않는 스펙’이었다.
어쩌면 지난 편에서 다룬 내용의 연장일 수도 있지만, ‘영어 스펙’은 그 자체로 따로 이야기할 만큼 영향력과 오해가 큰 주제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한 가지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1) 영어 때문에 붙거나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면접에 참여해왔지만, 영어 실력이 결정적으로 합격 또는 탈락을 좌우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외국 본사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거나, 해외 고객과의 협상이 주업무인 포지션처럼 업무 자체가 영어 중심일 때는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지션에서는 “이 사람이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영어 점수나 자격증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실력과 태도, 실행 경험이 채용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2) 언어보다 실력, 해외보다 현장 경험
이건 해외 주재원 선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여러 차례 주재원을 선발했을 때도, 언어 능력이 1~2순위 기준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그 나라 사람만큼 유창하긴 어렵다. 그리고 상대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도 단순한 언어 능력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실력, 국내 본사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본사의 전략과 지식을 현지에 정확히 이식할 수 있는 역량등이다. 이 부분은 현지 외국인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요즘은 통번역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 확실한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가, 그리고 지금 이 조직에서 ‘A급 인재’로 인정받고 있는가다. 국내에서 해낸 적 없는 사람이 해외에서 갑자기 잘할 수는 없다. 언제나 그렇듯, 조직과 비즈니스에서는 결국 실력이 존중받는다.
(3)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가라
30년 전, 나는 인도에서 마더 테레사 하우스 네 곳에서 활동하는 국제 자원봉사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유럽, 이스라엘, 일본에서 온 20대 청년들이 많았고, 한국인은 단 두 명뿐이었다. 그들은 오전엔 봉사하고, 오후엔 자유롭게 생활하며 6개월에서 1년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그때 이후로 나는 어학연수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조언해왔다.
“선진국 어학연수를 고민하기 전에, 인도에 가서 봉사해보라.”
비용은 1/3도 안 들고, 영어는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며, 무엇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경험의 깊이가 달라진다.
물론 어학연수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일 수 있다. 다만, 비슷한 자원을 쓴다면 어떤 선택이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다. 만약 두 사람이 같은 회사에 지원했다고 가정해보자.
A는 선진국에서 2년간 어학연수와 워홀을 통해 A급 영어 실력을 갖췄고,
B는 인도에서 6개월간 봉사활동을 하며 B+ 수준의 영어와 더 넓은 세계관을 얻었다.
나라면 대부분의 경우에 B를 뽑겠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도 그렇게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는 영어에 투자되는 시간, 에너지,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
하지만 실제로 그 정도의 영어 실력이 일의 본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영어를 잘하면 물론 좋다. 하지만 모두가 영어로 승부할 필요는 없다. 영어가 중요한 직무라면 당연히 준비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만의 실력과 무기를 키우는 데 자원을 집중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다. 주변에서 다 한다고, 나도 꼭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누구나 제한된 자원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이 결국 나의 경쟁력을 만든다.
적용 질문
1. 나는 지금 영어에 얼마나 많은 자원(시간/비용/노력)을 투자하고 있는가?
2. 그 자원을 내가 해낸 경험이나 실력을 만드는 데 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3. 영어보다 나를 더 빛나게 해줄 진짜 무기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