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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후 3개월, 창업자와 뷰가 어긋나기 시작할 때

부제: 상사를 바꾸려 하지 마라. 시간을 벌고, 증거로 말하라

by 전준수

“대표님과 초점이 잘 안 맞는 것 같습니다.”


6개월 전, 한 중견기업의 본부장으로 이직한 K의 첫마디였다. 이직 전, 대표는 문 앞까지 와서 기다릴 만큼 간절했고, K도 그 열정에 매료됐다.
“사람을 믿고 맡기겠다”는 말에 확신을 품고 이직한 K.
하지만 지금, 그는 혼란스럽다. 대표와 자신, 어느새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1) 허니문 기간은 3개월이다

특히 창업자가 대표로 있는 회사라면, 첫 3개월은 유난히 좋게 느껴진다.
새 인재가 무슨 제안을 하든 환영받고, 변화와 혁신의 흐름에 함께 있는 느낌이 강하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창업자의 성향 때문이다. 공격적인 대표들, 특히, 트렌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루는 곳의 대표들은 더욱 그러하다 .

하지만 3개월이 지나면 다른 국면이 펼쳐진다.

서로의 시선 차이, 속도 차이, 목표 설정 방식이 드러난다.
‘왜 그 방향으로 가지 않느냐’,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대화가 오가기 시작한다.


그럴 때 놀라지 말 것. 오히려 지금부터가 본 게임이다.
이직 후 허니문은 3개월이다. 그 후부터가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간이다.


(2) 단기간에 대표의 기대를 뛰어넘는 한 가지를 해내라

이 시기를 지나며 생존하고 자리 잡는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대표의 기대를 뛰어넘는 한 가지를 만든다.
마치 M&A에서 ‘Early Win’을 확보하듯, 이 승리는 신뢰를 만들고 시간을 벌어준다.
성과가 클수록 나의 자유도도 커진다.


그런데 중요한 전제가 있다. 대표가 원하는 대로만 해서는 절대 대표의 기대를 넘을 수 없다. 그는 이미 자기 방식대로 수십 번 고민했고, 대부분은 자기 확신으로 굳어진 상태다.
그 결과, 아무리 열심히 해도 70점을 넘기 어렵다.


그래서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표가 추구하는 목표는 이해하되, 그에 이르는 방법은 다르게 제시하라. 근본적이거나 외부 관점에서 바라본 해결책, 또는 내가 먼저 제안하고 주도한 실행이 필요하다.

제안이 중요한 이유는 ‘주도권’ 때문이다.
제안하는 사람은 이미 생각이 깊고 준비가 되어 있기에, 몇 발자국은 앞서 있는 셈이다.


(3) 대표는 말로 설득되지 않는다. 결과로 증명하라

창업자는 일반적인 전문 경영자와 다르다.
제로투원(0→1)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무수한 관찰, 판단, 결심을 통해 사업을 일군 이들은 ‘확신’을 가졌고, 그 확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철학이나 가치관의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직자는 종종 본인의 경험과 논리로 설득하려 한다. 그러나 창업자는 논리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증명’이다. 말이 아니라 성과로. 가능하면 ‘돈’으로. 그렇게 되면 대표는 누구보다 빠르게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변화에 반응한다.


불필요한 설득보다, 의미 있는 증명. 창업자와 일할 때, 이것이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다.


적용 질문

1. 지금 내가 대표와 부딪히는 이유는 철학의 차이일까, 방식의 차이일까?

2. 최근 3개월 안에 대표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만든 적이 있는가?

3. 내가 상대를 설득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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