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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미래는 보이는데, 10년 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대안은 언제나 ‘시장에서의 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by 전준수

지난주 오랜만에 전 직장 후배 H를 만났다.

직접 함께 일한 적은 없지만, 회사를 떠난 이후 여러 강연 현장에서 자주 마주쳤고 간간이 근황을 나누던 사이다. 당시 나는 그룹 CHRO로, 그는 계열사 HRer로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었다.


H는 이직한 지 3년이 조금 넘었다.
대기업 HR 부서에서 맡은 역할을 성실히 해왔고, 최근에는 업무 영역이 넓어지고 승진도 했다. 조직 내에서도 꽤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정말 잘 하셨네요. 축하합니다.”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물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그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게 좀 불확실합니다. 3년 후는 보입니다. 지금 회사에서 가고 싶은 위치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정말 긴 인생에서 나만의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10년 후는 잘 안 보입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실 이 고민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다.

지금 맡은 일은 잘하고 있고, 당장 큰 불만도 없다.
하지만 ‘이 길이 나를 어디까지 데려다줄까?’ 라는 질문 앞에서는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당장 회사를 옮긴다고 해서 해답이 생기는 것도 아닐 수 있다.

그와 나눈 이야기 중, 핵심이 되었던 두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내가 하는 일을 ‘회사 안의 일’로만 생각하지 마라

“지금 하는 일을 단순히 ‘회사 내 업무’로만 보면 내가 잘하고 있는지, 더 성장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관점을 바꿔보세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하나의 서비스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서비스를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에 판다고 하면, 과연 그들은 돈을 주고 살까요?”

이 질문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이 관점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게 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따라온다.

지금 내 업무 방식은 시장에서도 통할까?

이 경험은 회사 밖에서도 가치가 있을까?

내가 쌓고 있는 것은 ‘직무 수행 능력’인가, ‘시장성 있는 역량’인가?


H가 다니는 회사는 글로벌 진출도 활발했고, “한국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의 한 플레이어”라는 시각을 조직 전반에 요구한다고 했다.

어찌 보면 개인도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 안에서의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의 나의 경쟁력이다.


(2)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제안하고 실행하라

H의 회사 이야기를 더 듣다 보니,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회사 규모에 비해 정책이나 제도가 아직 단순한 상태라는 점이었다.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채 관행처럼 운영되는 영역도 적지 않다고 했다.


사실 이런 조직은 생각보다 많다.
사업 모델이 단순하고, 확실한 매출원이 있거나(예: 고정 거래선, 정부 프로젝트),
지금까지 크게 흔들리지 않은 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문제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때는 대부분 몇 가지 일이 터진 뒤라는 점이다.
실적이 꺾이거나, 피봇팅이 필요해졌거나, 또는 차세대 핵심 인재들이 연달아 떠난 뒤에야 대책을 찾는다.


이런 조직에 있을 때,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무엇일까?

이미 앞서간 기업과 모델을 공부하고, 정보를 확보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직접 제안하고 실행해보는 것이다.

대표가 당장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내가 성장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대표는 알게 된다. 어떤 사람이 앞서 공부했고, 어떤 사람이 먼저 움직였는지를.

그런 과정을 두세 번만 거치면, 조직은 당신에게 의존하기 시작한다.

원래 권력은 직위에서 나오기보다, 의존에서 나온다.

앞서 공부하고, 먼저 제안하는 사람.
그 사람이 된다면, 지금 조직 안에서도, 그 조직 밖에서도 당신의 선택지는 확실히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3년 후는 보이는데, 10년 후는 안 보입니다.”

그럴 때 필요한 질문은 하나다.

지금 내가 쌓고 있는 이 경험은 회사 안에서의 성과인가, 아니면 시장에서 통하는 나의 경쟁력인가?

대안은 언제나 같다. 시장에서의 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그 관점이 생기는 순간, 커리어는 갑자기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 저 역시 같은 고민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회사 밖에서도 가치가 있을 만큼 설계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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