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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20. 2017

#1.우리는 이렇게 크레타에서 첫날을 맞이 했다.  

그리스 크레타 섬 에서 첫날


그해 8월 그리스의 태양은 뜨겁다 못해
따. 가. 웠. 다.

더운 바람에 훅~하는 열기가 온몸을 휘감으며 아침 인 데도 내리쬐는 햇볕으로

껍질이 벗겨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아~ 진정~이런 것 이로 구나 했다.

우리가 8월에 난데없이 그리스로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고 했을 때

친구들 중에 먼저 다녀온 사람들이 이야기했었다.

그리스의 여름은 굉장한데... 그중 한 명은 7월에 다녀왔다고 해서

어땠느냐 물었더니 간단히 대답했었다.

"그냥 더워서 듁을 뻔 했어... 근데 너네는 8월에 간다고?"

그 참을성 많은 독일 친구가 그리 이야기했을 때 속으로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었다.
그런데 공항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그래,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리스의 살인적인 더위 구나 하고 실감하게 했다.

애써 찾은 짐가방을 끌고 서둘러 나온 공항 밖은 칼리 메라~! 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그리스어가
그 위용을 뽐내며 빠르고 높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마치 알 수 없는 팝페라의 한 구절처럼...  

우리의 추석이나 설날 명절 때의 고속버스 터미널을 연상케 할 만큼 버스와 사람들로

아수라장 인 이곳은 그리스 크레타섬의

헤라클리온 공항 앞...

우리나라 제주도보다 약 4.5배 크다는 크레타 섬 에는 지금의 수도 헤라클리온과

옛 수도 하니아 이렇게 두 개의 공항으로 비행기를 이용한 수많은 여행객 들이 아름다운 이 섬을
만나기 위해 들어온다.

그중 헤라클리온 공항으로 전체 80프로 이상의 여행객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하니

이렇게 혼잡한 것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혼잡함 가운데 생판 낯선 곳 낯선 언어 속에서 폭염과 친구 하며

이산가족 되지 않고 짐 잃어버리지 않고 정신줄까지 놓지 않아야 하니

저절로 눈알이 뱅글뱅글이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를 만나 서로 동문서답하며 어찌어찌 길을 찾아가던 것처럼
어디선가 한 두 마디 날아들어오는 독일어에 의지해 우리가 가야 할 호텔로 가는

버스를 간신히 탈 수 있었다는 거다.  

공항 앞마당에 즐비하게 늘어선 이 버스 들은 지역별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호텔 들을 한데 묶어

투숙객 들을 싣고 각각의 호텔에 데려다 주기 위해 공항 앞까지 마중 나와 있는 것인데...

정말 자칫 하면 엉뚱한 거 타고 딴 동네 가기  십상 일 만큼 사람도 버스도 넘쳐나고

떠들어 대는 말들도 각양각색이었다

꼭~! 지역, 호텔 이름과 본인의 이름 티켓팅 한 여행사 등 하나하나 확인한 후에 버스에 올라 야지

이름이 비슷한 호텔 간다고 해서 덥석 올라탔다가는 완젼 생뚱한 동네 가서 불볕더위에

짐 들고 개고생? 하는 수가 있다.  

어쨌거나 이 호텔 저 호텔 돌아 돌아 드디어 우리가 묵을 호텔에 도착했다.

온몸에서 으드득 뿌드득 소리가 절로 난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이 버스는 어느 지역 어디 어디 호텔 등을 경유해 간다 는 짧은 안내를 해 주던 친철한 언냐가 "복도 쪽 의자에 앉은 분들은 안전벨트와 옆에 팔걸이를 꼭

높게 올려 주세요"라는 상큼한 멘트를 날려 주셨었는데

왜 꼭이라고 이야기했는지 차가 출발 하자마자 바로 알게 되었다

크레타는 섬이 아닌가 그래서 해변 따라 구비 구비 좁은 길 들이 많기도 많다

그런 해변 도로를 커브길마다 "진정한 커브란 이런 것이여"를

여과 없이 보여 주며 인정사정없이 돌려주시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의 바람 같은 레이싱급 운전에

팔걸이 안 올리고 복도 쪽에 앉았다가는 버스 복도를 오가는 요요 공이 되거나

맞은편 의자에 앉아 계신 승객 여러분께 원치 않은 인사를 드리고 와야 할지도 모른다.

복도 쪽 팔걸이는 필수로 올려야 하는 가드 라인 이였던 것이었다.   


제법 근사해 보이는 호텔 외관에 비해 2인용 침실에 접이용 침대 두 개 더 구겨 넣고

4인용으로 급 개조? 한 듯 보이는 코딱지만 한 방에 짐 가방 벌러덩 던져 놓고

저가항공을 이용한 덕분에? 아침부터 내리 공복인 덥고, 지치고, 배고프던

우리는

호텔 밖 탐험은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뭐 라도 빈속을 채우기 위해

바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호텔 안에 있는

해변 카페로 나갔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넘실 대는 하얀 파도...

하늘과 맞닿은 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던

해변 카페에 앉아서 우후~우리가 휴가를 오기는 왔구나 하며 감상에 젖어 있던

나는

남편이 통 크게 "우리 오늘 완전 비싼 거 한번 먹어 보자" 하며

호기 어린 소리를 할 때 생각 없이 고개를 주억 거리며 오케이 사인을 해 주었다.

그 후에 나는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는 감상에 쩔어 멍~때리면

네버, 안된다는 교훈과

바로 간단한 것을 먹을 수 있다고 한 곳에서

간단해 보이는 않는 것은 시키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남편이 호기 어리게 턱~허니 주문하신 생선 모둠 요리는 평소 같았으면

시키지도 않았을 한 접시에 이십팔 유로 씩이나 하는 것이었고

당장 배가 고파 정신이 없고만, 주문한 지가 언젠데...

생선을 양식장에서 고이고이 길러다 음식을 만들어 오시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었다.

나의 예사롭지 않은 레이저 째림에 서빙 보시는 언냐는 손가락 두 개로

요만큼 만 기다려 주세요 하는 간절한 마음을 전하는 싸인을 보내온다.

세탁비누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요만큼~ 해 싸면서 손가락으로 조금만 기다려 달라던

언냐가 주문 한지 한 시간이 지나 깊은빡침을
넘어 언젠가는 오겠지... 오고야 말 거야... 하는

체념 상태의 우리 앞에 들이민 최고급? 생선 모둠 요리는 그 가격만큼이나

이. 십. 팔 요리 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작은 민어 한 마리, 연어 한쪽, 중간 크기의 새우 딱 두 마리 이름을 알 수 없는

너덜너덜한 생선포 그리고 물컵에 넣고 남았는지 쓰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굵은 레몬 쪼가리....  

접시를 딱~보는 순간 감이 왔다 아하~너네 이 메뉴 주문받아 본적 거의 없었구나

그 김에 오늘 냉동고, 냉장고 싸악~정리했겄다. ㅋㅋㅋ


집에서 정신없이 짐 싸서 밤 기차를 타고 

거의 밤 꼴 딱 새우고 놀이 기구 타는 것처럼 덜커덩 거리던 새벽 비행기를 타고

쫄쫄 굶은 체 이글이글 타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버스 타고 호텔로 찾아 들어와

비주얼도 맛도 참으로 입에 쫙쫙 달라붙게도 
이. 십. 팔 유로 스런

바가지의 피날레로 휴가 첫날이 시작되었을 지라도  

한 사람씩 순서 정해 놓고 움직여야 서로 부딪치지 않는 딱~ 누워 잠만 잘 수

있게 생긴 방 안에서 커다란 짐가방 들과 귀걸이 장대한 네 명이 용케 며칠을 버텨 내야 할 지라도  

우리는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없이 그렇게 무작정 날아온

크레타 섬 에서의 첫날을 먼 훗날 이렇게 추억할 것이다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가득 차 콩닥콩닥한 가슴으로

즐거이 뛰놀 수밖에 없었다고.... 함께 여서 그럼 에도 모든 게 좋았 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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