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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Feb 21. 2017

#2.초콜릿 처럼 녹아 내릴것 같던크레타의 레팀논에서

그리스 크레타 섬에서 둘째 날


크레타 섬에서 둘째 날 이 밝았다. 워낙 준비 없이 무작정 날아온 터라..

정보가 없던 우리는 아침부터 벗겨지게 내리쬐는 따가운 햇빛 받으며

우선 여행 정보를 긁어 모아 보기로 했다.

어디에 뭐가 붙어 있는지 뭘 알아야 다닐 것 아닌가? 묵고 있던 호텔에서

길 맞은편 쪽으로 렌터카, 여행사, 기념품 가게, 슈퍼 등이 늘어서 있었는데

때마침 한 여행사 앞에서 볕을 가리기 위해 챙모자 눌러쓰고 완젼무장?한

직원 아주머니? 가 영어로 크레타에서 유명하다는 명소 안내 포스터를 들고

침 튀어 가며 광고를 하고 계셨다.

"올~인쿠르시브~!를 외치며


우리는 더운데 서서 계속 이야기한다고 입이 댓 발 나와 있는

아이들을 달래 가며 여행객 들을 모아 관광버스로 크레타의 명소 구석구석을 두루

다녀온다는 아주머니의 관광 상품에 관한 친절한 설명과 함께 건네 주신 가격표 크게 쓰여 있는

팸플릿을 잘 받아 가방에 고이 넣었다.

우리끼리 다닐 예정인 우리는 머리로는 들었던 정보를 저장하고 손으로는

들었던 지명을 입력하고 여행사 앞에 쭈루미 세워 놓은 커다란

광고 간판 들을 사진에 담으며 이 거이 최선이야? 확실해~?

해가며 집중했다.
때지난 남의 대사까지 읊조리며 말이다  

그 간판 들에는 크레타의 명소 어디 , 어디를 언제 출발하며 두당? 얼마 하는지에 대한 여행상품의 상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명소 들의 대형 사진도 들어 있어
마치, 모르는 남의 나라 음식 먹어 보기 전에 메뉴판 사진 보고

맛을 상상해가며 이거 먹을까? 저거 먹어볼까? 하듯

아~요기 괜찮겠다 조오기 괜찮겠다 하며 눈으로 미리 찜해 둘 수 있어 아주 유용했다.

느닷없이 온 것이라 제대로 된 여행 정보도 그다지 모으지 못했고....

섬이라 그런지 아님 우리 호텔만 그런지 인터넷이 단수되기 직전 수돗물처럼 찔금 찔금해서

계속 버퍼링 중인 인터넷 검색을 하느니 발로 뛰는 최단시간 내에 해치운 물 티플

정보 수집 법 이라고나 할까? ㅋㅋㅋ


어쨌거나 그 덕분에 건지게 된 도시...

크레타 섬을 대표하는 고대 미노아 문명의 중심지는 아니었으나

아직 곳곳에 베네치아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 옛날 화폐까지 독자적으로 주조했으며

무역이 강성 했다던 곳 그 화려한 역사와 문화를 머금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 도시 Rethymnon 레팀논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씩씩하게 출발했다.

일인당 2유로 90 센트씩 내고 승차 한 시외버스는 좌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아무 데나 빈자리에 앉아야 하다 보니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앉았지만 그 더운 날 에어컨이 펑펑 나와서

쾌적했고 옆 쪽에 앉은

치킨집에서 알바를 하다 왔나? 싶게 닭벼슬 같아 보이는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언냐가

독일 사람 이여서 가는 동안 이 얘기 저 얘기하느라 심심치 않아 좋았다.  


해안 도로를 달려 달려 도착한 레팀논은

지금 막 한 장의 그림엽서에서

살짝 빠져나온 듯   

투명하게 바닥이 비치는

맑은

바닷물도... 그 속에서 마냥 즐거이

물놀이하는 사람들의 꾸밈없이

행복한 모습 들도....  

땡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아저씨의 유유자적 한 모습도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 러. 나 더워도 느~무 더웠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정오의 태양

그 뜨거움으로 맺히다 만 땀방울이 사방으로 줄줄 흐른다.  

남들 올라가길래 무심코 저기 뭐 있는가 보다 하고 따라 올라갔던 교회 앞 한 귀퉁이

그늘진 곳 의자 위에서 세상 편하게 퍼질러 자고 있던 고양이도

"어 햇빛이 이쪽으로 들어오네 자리를 옮겨? 아님 함 개겨 봐?" 하고 고민할 만큼  

작렬하는 태양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사진 한컷 후다닥 찍고 어딘가 그늘을 찾아

헤매기 바빴던 우리 눈에

빨간색 시티투어 버스가 쏙 들어왔다 "저 안은 좀 시원하지 않을까?

우리 저거 타고 앉아서 시내 구경 하자 도저히 걸어서는 더 이상 못 다니겠다."

라며 앞장서는 남편을 따라  

올라탄 시티투어 버스도 덥기는 매한가지~ 지붕이 없어 오픈카는 제대로 오픈카인데

그렇기 때문에 땡볕 고대로 받아서 콩콩 달아 있는 플라스틱 의자는 딱~프라이팬 그 자체였다.

그 의자에 앉기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뜨거워서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서 사진 찍는 다고 포즈 취하고 웃고 있는 남편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 ㅎㅎㅎ


그렇게 출발한 버스는 해안선을 따라 레팀논의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를 차례로

돌며 골고루 구경시켜 주었고 그러다 어느 순간


어떻게 이런 길을 이 큰 버스가 지나다닐 수 있지? 싶은 좁디좁은 골목

예쁜 펜션 들 담장 너머 고개 내민 나뭇가지 들과 그 틈바구니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들도 아슬아슬 스쳐 지나며 산으로 산으로 올라가면서

어느덧 뜸뜨는 것 같던 의자도 차츰 적응이 되고 좁은 길 운전의 놀라운 신공을 펼치는

버스 기사 아저씨의 운전 솜씨와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을 것 같은 자연 그대로의

돌산의 모습에 저절로 입이 떡~벌어졌다.

돌무더기와 나무가 자연스레 어우러진 산의 모습....

그 산속에서 동네 마실이라도 나온 듯 어슬렁 거리며 길가로 걸어 나오는 산양..

산 중간중간에 살짝 얹어 놓은 듯 보이는 낡고
예스러운 건물들...

활짝 열어 놓은 문 사이로 빤쥬만 입고 손 흔들고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 들의 사랑 스런 미소....

파란색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그곳에는

낡고 옛스러움이 군데군데 남아 있는 13세기 건물들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움과

익숙함을 말하는 현대적인 건물 들에서 묻어 나는 세련됨이 뒤섞여

장르별로 나누어져 있는 한 권의 책을 들여다 보듯 절묘한 조화 로
한 공간 안에 함께 담겨 있었다.



우리는 레팀논의 해변 끝 자락에 위치한 16세기에 만들어졌고

크레타에서 가장 크다는 베네치아 성채, 포르테자 성 앞에서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과 함께 투어 버스에서 내렸다.

이곳에서는 성채 아래의 레팀논 시내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에

더워 죽겠는데 성채는 뭐 하려고 또 올라가느냐고 쟁쟁 거리는 딸내미의 투정을

못 들은 체 하고 "올라가면 레팀논이 근사하게 한눈에 들어올 거야

사진 찍으면 완전 멋지지 않겠니?"

라며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딸내미 겨우 꼬셔서 올라가려는데

성채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따로 입장료를 내야 된단다.

이론 된쟝~! 미리 보고 왔던 여행사 간판에 붙어 있던 사진에

의하면 끝까지 올라가 봐야 둥근 모스크와 포구 그리고 뻥 뚫린 성채 위에서

레팀논 시내가 들어오는 것이 다 일 텐데..... 이미 버스 타고 다른 방향으로

위에서 내려다 볼만큼 봤고, 뒤지게 더운데 돈까지 내고 굳이 올라 가려니....

결국"딸내미야 우리는 망원 렌즈도 없는데 위에 올라 가면 멀리는 잘 잡히지도 않겠고

너무 더워서 사진 많이 찍지도 못할 것 같다... 그렇지?

그냥 엄마가 예쁜 엽서 많이 사줄게~!"

라며 다시 내려왔다... 환장하게 더운 날 사진은 엽서가 정답인 걸로~

우리는 돈 들여 올라가야 하는 성채 꼭대기 대신 레팀논의 오밀조밀 예쁜 골목골목 들을 누비며

초콜릿처럼 녹아 흐믈흐믈 해 질 것 같은 오후를 벗삼아...

저마다의 눈에 담긴 풍경들과 느낌들을 사진을 찍듯 한 장 한 장 가슴 안에 차곡 차곡 남기기에

바빴다..우리만의 달콤한 추억 들을 더 얹으며....


그렇게
우리는 크레타 섬에서 들려줘야 할 도시 중 하나인

레팀논 탐방을 마치고 ,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간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아까 레팀논 오는 버스 안에서 만났던

헤어스타일이 완죤 특이하셨던 닭벼슬 언냐 네를 또 만났다

독일에서는 같은 사람을 같은 날 우연히 세 번 연달아 만나게 되면

맥주 마시러 가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는데....

우연히 만났던 사람들을 여행지에서 아무런 시간 약속도 없이

다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웠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아직 출발 시간이 많이

남았길래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먹으며 아까 딸내미에게

사주기로 한 엽서 몇 장을 탱자 탱자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다가와 급한 듯 내게 말을 걸어와 깜놀 했다.  

그 닭벼슬 언냐의 남편이다. 그 아저씨는 아까 버스 탔던 곳으로 다시 갈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지금 그 방향으로 가는 오늘 마지막 버스가 출발 하기 직전인데

마눌이 혹시나 저 집 이 버스 타고 가야 하는데 지금 출발하는지 모르고 있을수도 있으니 빨리 한번 가서 확인 해 보라 해서 와 봤다는 거다.
오잉~아직 20분 남았는데?

표에 적혀 있는 시간 과는 상관없이 버스 출발은 운전기사 아저씨 마음인가 보다.

어쩐지... 아까 밖에서 누가 뭐시 어쩌고~! 라며 그리스말로 소리 소리 지르더니

"아~지금 출발 해유~"라는 말이었나 보다.  

담부터는 우리가 아는 말로 해주면 안 되겠니?

어쨌거나 냅다 출발한다는 버스를 헐레벌떡 뛰어가 타서는

고마운 닭 볏 언니네 가족에게 무안 감사의 인사를 전 했다.

그 집이 아니었다면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땅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별 보며 잘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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